2022년 4월 28일 목요일

잠들어 있는 얼굴

연기 곁에 재가 흩뜨려져 있었다. 그 재는 다시 연기에 날리기도 해, 조금씩 넓게 원을 그리며, 마치 이 모양대로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듯이, 지그재그를 그린, 그러나 멀리서 보면 하나의 원을 그리는 형태가 되어가며, 점점 커져갔다. 연기는 재를 이동시킬 힘이 없다. 그러나 연기 속에 섞인 바람이라면 그것이 가능했고, 무언가가 앞으로 나아갈 때 바람을 맞닥뜨리는 것처럼, 그 바람은 제 권세가 있다는 듯이, 연기 속에 섞인 채로 재와 먼지들을 밀며 앞으로 나아갔다. 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바람의 가장 뒤인, 바람이 시작되는 곳의 최후방에서도, 먼지와 재가 공중에 뜬 채로 곧 날아갈 것처럼, 그러나 날아가지 않는다는 듯이 제자리에서 회전 중이었다. 선풍기를 끄자 바람은 멈추었고, 재와 먼지들도 이전의 동력에서 갈아탄 채, 서서히 힘을 받지 못하고 제자리로 떨어져 갔다. 그 재들이 쌓인 곳 경계선 너머를 손가락으로 훑자, 눈에 안 보이던 먼지들이 손가락 위에 종합되어 있었다. 나는 그 경계선 근처와 선풍기가 서 있는 곳까지의 거리를 줄자로 쟀고, 그 수치를 노트에 적었다. 이와 같은 방 안에서 나는 갇혀 있었기 때문에, 신경질적이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었고, 그는 소파 위에 누워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나도 잠들어 있을 때는 저렇게 평온한 얼굴일 것이다. 달빛이 창문 너머로 새어들고 있었다. 나는 그 달빛 중에서 무언가를 안다는 듯이, 달빛의 들어오는 직선에 손가락 한 개를 집어넣었고 바닥에는, 그것으로 제외한 부분의 빛이 없어진 모양으로, 남에게 들키지 않은 채로, 당연하게 보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피자를 집어 먹으며 나는 이게 몇 번째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저들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이렇게 뒤에서 봤을 때는 말이다. 저들은 팔을 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렇게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있을 때는 말이다. 저들은 관상용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 내가 뒤에서 이렇게 웃고 있을 때는 말이다. 저들은 어쩐지 종교적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 내가 이렇게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겨눠보고 있을 때는 말이다. 그리고, 저들은 나보다 앞서 걸어 나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충분히 쫓을 수도 있었으나, 나는 그럴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나와 지금 잠들어 있는 저 사람은 그들 중의 일부였다. 앞서 걷고 있던 사람들. 옥상에 있으면 헬리콥터가 내려오고 뒤에는 철거되지 않은, 아직 시공 중의 철골 구조물이 있는 반면. 그 헬리콥터에 타고 있는,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나는 얼마든지 그들에게 빌 수 있었다. 이런 얕은 절망이 사람을 얼마나 들뜨게 하는지, 내가 이렇게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헬리콥터에 타고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이 건물 옥상에 있었고, 그는 내게 자기 앞으로 와서, 빌라고 말했다. 그는 장면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음성이 내게 전달된 것은, 소파에 잠들어 있던 사람이 내 앞으로 다가와서 빌면서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늘어놓고 있었을 때였다. 그의 후회는 각 나라들의 국기를 연결해놓은 올림픽 정신의 긴 띠로서, 이 방의 뒤에 가보면 비슷한 것이 걸려 있다. 나는 그를 데리고 나가, 옥상 위에 올라가서 그를 거칠게 꿇어앉히고, 나 또한 그렇게 앉았다. 저 멀리서 헬리콥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후회와 집착, 그리고 그 이후에 오는 피폐 등과 많은 사람들은 자기를 거기에 동일시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동의하기 어려웠고, 뭔 참담함이냐는 듯한 무뚝뚝함으로 헬리콥터는 옥상 위에 건물처럼 떠 있었다. 곧이어 거기서 줄이 내려왔고, 우리 같은 상대를 준비할 시간과 자원, 그리고 적절한 장비 등을 갖춘 그들이, 줄을 타고 내려왔다. 여기까지 쓰고서 나는 아까 잠들었던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좀 어때?” 문밖에서는 아까 구조대원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곧 여기는 그들의 발길을 허락하게 될 것 같다. 아까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던 사람과, 나중, 누가 누구를 납치했는가를 상의하에 정해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그 이면 거래 또한 하게 된다면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누가 납치한 것이지? 나는 그를 깨우고 물어보았고, 그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럼 감방에 가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감방에 가고 싶은 눈치였는데(그야 외로우니까), 사실 나는 가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경쟁하듯이 네모 모양으로 절단된 문의 틈으로 들어오고 있는 구조대원이 다치지 않도록 가서 붙잡아주었고, 얼떨결에, 같은 체면을 공유하는 채로 우린 서로를 납치한 게 아니며, 그보다 나쁜 사람이, 아주아주 나쁜 사람이 우리를 여기에 가둬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우리들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어린아이들이 좁은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거기 갇히기도 하는 것처럼, 지금 잠들어 있는 네 얼굴은 참람하게도, 이 세상의 일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한, 평온한 기분으로 자고 있구나. 옥상 위에는 아직 헬리콥터가 떠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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