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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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6일 월요일

세계의 곡물창고들 '17

고대 이집트 11왕조 시대의 총리 메케트르 무덤에서 출토된 곡창 토기

미국 네브라스카 오마하, 건설 중인 곡물창고

독일의 1/72 피규어. ‘곡물창고’. Germania Figuren사

하라파 문명 유적에서 발견된, 초대형 곡물창고로 추정되는 건물터 복원도 

게임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에 등장하는 곡물창고 유니트

고대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3세의 무덤, 곡물창고를 나타낸 벽화  

아프리카 만딩고 족의 전통 곡물창고

SVG Repo에서 얻은 곡물창고 아이콘

































2020년 3월 12일 목요일

사형수

갈림길 여럿을 지나고 나자 제법 큼지막한 공간이 나왔다. 

“여기가 출구와 가장 가까운 쉼터지.” 바닥에 조잡한 짐승 가죽 몇 장이 대충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흙밥처럼 꾀죄죄한 남자가 드러누워 있었다. 광산장이 그의 두 뺨을 연거푸 때려 갈기지 않았다면 스피커는 그를 시체라 여겼을 것이다. 남자는 눈을 껌벅거리다가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을 모아 눈두덩을 문질렀다. 그는 천천히 키 작은 몸을 일으키고서는 스피커를 올려다보고 한마디 했다. “형을 살러 온 사람 같지 않구려.”

광산장은 그를 사형수라고 불렀다. 사형수는 맞은 뺨을 긁적이더니 입을 죽 찢어 웃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반쯤 뜨고 감은 그의 눈이 스피커를 보았다. 그의 목 둘레를 타고 둥글게 이어진 검푸른 피멍이 보였다. 그것은 꼭 목 매달기 위한 밧줄 자국 같았다. “이 친구는 자원해서 여기 왔어. 살인죄로 여기 온 너와는 다르지.” 사형수가 입을 길게 벌렸다. “자원했다고요?” 그리고는 잠깐 웃었다. “가끔 오지요. 도둑놈들 말입니다. 포대에서 감자를 찾듯 얼어 죽은 몸을 뒤적이고는 하죠. 하지만 뭐든 가지고 나가는 사람을 못 봤어요. 여긴 넓고 시체도 많으니까.”

광산장은 사형수가 오래된 사람이라고 했다. 광부 중에서는 나이가 제일 많다고. 그에게는 몸을 덥히는 주술이 소용없다고 했다. 광산장은 규칙 비슷한 것을 몇 가지 일러주고는 증발하듯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스피커는 조금 당황해서 사형수 쪽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사형수는 아래로 가는 얼음계단을 걷고 있었다. 여전히 찢어진 듯 이죽거리며.

2020년 3월 11일 수요일

가정주부(농부의 아내)

너는 농부 할 거야? 그럼 내가 아내 할게. 네가 쌀을 만들면 내가 밥을 지을게. 같이 밥 먹고 잠자고 아이도 낳자. 아이는 누가 할래? 너는 농부 할 거야? 그럼 내가 아이 할게. 내가 울고 내가 달랠게. 밤 늦게까지 술 마시면 안 돼. 술 마시고 때리면 안 돼. 때리고 안아주면 안 돼. 술 냄새 나잖아. 여보는 가서 돈이나 벌어 와. 가서 돈이나 벌어 오세요, 아빠. 나보고도 벌어 오라고? 난 애도 보고 빨래도 하고 밥도 하고 품앗이도 하는데 돈까지 벌어 오라고? 식당에 나가? 몸이라도 팔아? 애는 누가 봐? 시어머니가 필요하겠어. 시어머니는 누가 할래? 너는 농부 할 거야? 그럼 내가 시어머니 할게. 내가 혼내고 내가 울고 내가 달랠게. 너는 가서 큰일을 해라 애비야. 큰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 애비야. 애비야, 큰일 안 하고 뭐하냐 애비야! 저기 호박이 넝쿨째 굴러간다 애비야, 저기 네가 사랑하는 이웃집 여시가 네 꼬추 물고 도망간다 애비야! 이러다 암탉이 울겠어. 집안이 무너지겠어. 강아지를 한 마리 들여야겠어. 이름은 워리로 해야겠어. 너는 농부 할 거야? 그럼 내가 워리 할게. 내가 혼내고 내가 울고 내가 달래고 내가 재롱떨게. 워리 워리 돈 워리 워리는 월월이. 목줄에 매여 슬픈 멍멍이. 개뼈다귀 하나 물고 신난 복덩이. 복날에 맞다가 천국 간 막둥이. 워리가 남기고 간 똥 덩어리에서 벌레가 기어 나오네. 너는 농부 할 거야? 그럼 내가 벌레 할게. 내가 혼내고 내가 울고 내가 달래고 내가 재롱떨다가 내가 꿈틀꿈틀꿈틀이…… 그런데 너는 다른 거 하기 싫어? 너는 다시 태어나도 농부 할 거야? 우와, 너는 좋겠다. 꿈이 분명해서. 나는 다시 태어나면 뭐 할까? 네 아내는 안 할래. 벌써 한 번 했잖아. ㅎㅎㅎ*





* “농부는 아내를 데리고 왔네/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왔네/ 아이는 유모를 데리고 왔네/ 유모는 소를 데리고 왔네/ 소는 강아지를 데리고 왔네/ 강아지는 고양이를 데리고 왔네/ 고양이는 쥐를 데리고 왔네/ 쥐는 치즈를 데리고 왔네/ 치즈는 혼자 서 있네/ 하이호 더 데리오!/ 치즈는 혼자 서 있네”, 놀이 동요 ‘작은 골짜기의 농부’의 가사.
* “남자애들은 농부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여자애들은 농부의 아내, 자식, 반려동물, 심지어 해충이 되고 싶어 했다.”(웬즈데이 마틴)

기괴하고 엉뚱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의 탄생에 관한 노트 ― 모험 상인 루디거

루디거는 스스로를 “대상인”이라고 칭하고 다니는 모험 상인이다. 그는 모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간다. 모험이 있는 곳에 보물이 있듯이, 보물이 있는 곳에는 그가 있다. 그는 용기 혹은 무모함이라는 재화로 보물을 구입한 뒤 위험 수당과 진귀함이라는 프리미엄을 붙여 모험자와 상점에 금화를 받고 판매한다.

그는 걸어다니는 창고와도 같다. 그의 몸보다 거대해 보이는 배낭은 온갖 물건들을 꾹꾹 눌러 담은 것으로도 모자라, 배낭 바깥으로도 짐을 마구 쌓아 올린 뒤 로프로 꽁꽁 묶어두었다. 때문에 그는 온갖 재료를 뒤섞어 만든 탑 하나를 짊어지고 다니는 듯이 보인다. 그의 가슴패기에 달린 주머니에도 상품이 있고, 허리춤에 두른 혁대에도 주렁주렁 온갖 상품이 매달려 있음은 말할 것도 없으며, 바지 뒷주머니에도, 장딴지에 두른 주머니에도 온갖 자잘한 상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짐들을 감내하고 움직이는 그의 몸이 얼마나 탄탄할지는 그의 옷을 벗겨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모험에 필요한 수많은 것들을 취급하고 있는데, 특히 진귀한 마법 물품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그 물품 중에는 도굴이나 절도 및 약탈(이는 일반 모험가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로 얻은 것도 있고, 정당한 금전 또는 물물 거래를 통해 얻은 것도 있다.

이 땅의 전설적인 모험가들과 수도 없이 거래를 했다고 그는 주장하지만(가령 전설의 검객 ○○이 사용하는 마법검이 자신이 판 물건이라는 식이다)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말에 상당 부분 진실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모험가들은 그가 상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말을 절반 이상 거짓이나 과장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덤터기를 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그렇다.

모험이 있는 곳에는 위험도 있다. 그는 늘 위험 속에 있다. 가끔 정말로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물건들을 사용해 위험을 벗어난다. 발을 크게 구르면 뒤꿈치에서 불을 뿜어내며 도약을 돕는 장화, 갈고리 달린 로프를 쏘는 발사기, 공중에 던지기만 하면 곧장 펼쳐지는 열기구, 정말로 위급할 경우 사용하는 차원을 접고 여는 병풍까지......

아래는 그가 취급하는 물품의 일부를 담은 리스트이다. 관심 있는 물건이 있는지 살펴본 뒤 그를 만나길 바란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모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있다.


*마법 물품 탐지기(비매품!)
*각종 모험 도구 일체
*고급 약초(하플링™ 집단 농장제)
*단순히 +3 마법검
*마법 텐트(잠만 자도 정말로 회복됩니다!)
*수면용 책(마법 아이템입니다. 정말로요.)
*드래곤 알 부화기
*드래곤 알을 조리할 수 있는 사이즈의 후라이팬, 전투 중엔 강철 방패
*1회용 얼음 갑옷 스크롤(마법 문외한도 사용 가능. 한여름에 특히 유용합니다.)
*꿈 기억 돌
*긴고아
*영웅심의 망토(영웅심이 차오르게 하는 마법적 효과만 있습니다. 오직 심리적으로만 강화됨을 명심하십시오.)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한 세트이며 둘 중 하나를 사용할 경우 하나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명령 주문이 걸린 빈 명령서
*웃음 폭탄
*유증용 화수분(어떤 것이든 100년에 걸쳐 세 배로 불려줍니다.)
*골드 스프레이™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더는 조무래기를 만나지 않습니다.)
*성 정체성을 랜덤하게 바꾸는 무지갯빛 약물
*에고 하프
*휴대용 단두대
*로켓 장화
*갈고리 로프 발사기
*원터치 열기구
*차원 병풍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미래를 보여주는 삼릉경(자신의 미래에 일어나야 했을 일을 보여준 뒤 그 일을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합니다.)
*지극히 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요정이 봉인된 반지
*하루에 한 번, 만 보 이내의 거리라면 빛보다 빠르게 가도록 도와주는 장화(이후에는 벗을 수 없는 천 근 무게의 장화로 변합니다.)
*한계의 갑옷(무엇이든 절대적으로 세 번 막아주지만, 무엇이든 세 번만 막으면 가루가 됩니다.)
*괴력의 차꼬
*불사의 물약(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죽지 않습니다. 단 죽을 만큼 피해를 입었다면 효과가 끝난 후 죽습니다.)
*휴대용 병기고(무한의 가방과 유사하나 장비류만 수납할 수 있습니다.)
*어쩐지 보고 있으면 마음이 어두워지는 피규어
*큐피트의 화살(화살을 맞은 상대는 화살을 쏜 상대를 사랑하게 됩니다. 단 화살을 맞은 상대는 부상 위치에 따라 죽을 수도 있습니다.)
*맞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채찍(부상은 진짜입니다.)
*유령 말이 끄는 마차(유령 말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네거티브 글라스
*야바위꾼의 의족
*가치를 측정하는 양팔 저울
*부활용 모슬린 수의(부패된 지 3일이 지나지 않은 시체가 입고 있으면 3일 뒤 부활합니다.)
*친화력의 장갑
*강철 틀니
등등…...


*노트

지난 티알피지 세션들에 몇 차례 등장해 플레이어들을 귀찮게 한 인물이다. 대표적으로 드래곤의 알을 훔쳐 드래곤을 분노하게 만든 사건이 있다. 그가 벌인 짓에 악의는 절대로 없었고, 지질함은 조금 있었지만, 그도 다 먹고살자고 한 짓이었음을……. 모티프는 물론 토르네코, 그리고 <다크 세라핌>, <퍼스트 퀸> 등에 출현하는 전투 상인.

2020년 3월 7일 토요일

Demolition of the old granary here at Honky Tonk Manor



2020년 3월 5일 목요일

음악은 인민의 아편이다.


방공호 발견

방공호는 모두가 쓸 수 있는 공용 태그입니다. 이 태그를 달고 올릴 수 있는 게시물의 조건은 ‘자신의 것이 아닌 뭔가’입니다. 텍스트, 이미지, 소리, 영상... 곡물창고의 바깥, 전자 쓰레기로 가득한 황무지를 헤매다 만난 무엇이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라면 좋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해 보이는 것,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 영원히 쓸모없을 것이 뻔해 오히려 흥미가 가는 것, 먼 과거의 유산, 보여주거나 간직하고 싶은 것,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이것저것 원하는 대로 가져와 방공호에 쟁여봅시다. 이것은 꽤 흔한 블로그 사용법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개별 태그 기획의 자유도를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기 위해, 게시물의 작성자 코멘트는 세 문장 이내로 합니다. 한 사람당 한 달에 최대 네 번까지만 쓸 수 있다는 제한도 둡니다. 저작권이니 CCL니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각 이용자의 판단에 기댑니다. 인터넷에선 버린 물건과 아닌 물건의 구분이 극도로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겠죠. 넝마주이의 망태기, 고철처리장, 광고 전단 스크랩북, 수집광의 방, 쓰지 않을 피난처... 방공호는 거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방공호는 거의 무한하며, 방공호는 거의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방공호는, 만약 유한한 것이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일지 가늠해 보는 태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곡물창고가 팀-블로그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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