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요일

화가였던 金 같은 것

문을 그리기 위해 벽을 그렸다
틈이 생긴 창문을 자세히 묘사하기 위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창틀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그리기 위해 땅과 하늘을 그렸다
아무도 없는 거리와 골목 풍경을 그렸는데
거길 지나갔을 사람들의 표정과 자세가 다 보였다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또는 그는
24시간 영업하던 가게의
금일 휴업 안내문을 크게 그렸다
그런 건 볼수록 가깝게 느껴진다
가까이 가서 쓰다듬고 싶다
안아주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회화적인 이차원 평면…
무심코 있으면 이루어지지 않은 마음이
조만간 이루어질 듯이 다가온다
그는 성실한 은행원이었지만
자기가 진짜로 뭘 하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은둔 화가였다고 한다
그런 건 아무런 문구도 적히지 않은 채
대형 빌딩의 벽면에 걸려 있는
완전 순백의 현수막 같다
순정 순수 순문학 같은 거
세상에 없어도 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표현
하고 있는 거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