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성애자도 아니고 동성애자도 아니고 무성애자도 아니고 양성애자도 아닌, 본의 아니게 이렇게 되어버렸네. 내가 혼란스러웠을 때 너도 혼란스러웠겠지. 우리 둘 다 그렇게 혼란스러워서 거실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 나는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내 결정이었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좋겠다. 너는 항상 망설이잖아. 근데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나도 어쩔 수가 없네. 가끔 너를 보면, 중성화된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해. 가끔 네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네가 부럽기도 하고. 하지만 네가 행복해하면 나한테 갑자기 잘 해주니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더라. 그런데 가끔은 나도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너를 이해해보고 싶어. 너는 왜 내 엄마도 아니면서 엄마처럼 잘 해주는지. 왜 너는 나한테 이렇게 많이 그냥 주기만 하는지. 나도 엄마가 있었는데, 아빠는 모르겠고, 아빠 얼굴은 보지도 못했고, 엄마가 입양이 되면서 혼자 남았는데, 내가 입양되지 않은 건 내가 너무 말썽꾸러기라서 그렇다고 하더라. 엄마는 아주 침착했나봐.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내 엄마도 아닌데, 내가 가끔 일부러 짜증이 나서 네 옷을 그렇게 찢어놓는데, 그 옷 새로 산 옷이라는 거 아는데도, 성질이 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래서 그 옷을 찢어놓고, 오늘은 밥 못 먹겠다는 생각으로 의자 밑에 숨어 있는데 네가 와서 밥을 줬잖아. 밥도 주고 심지어 간식까지 줬잖아. 나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네 옆으로 슬그머니 갔는데, 네가 울고 있는 거 봤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내가 찢어놓은 옷 때문은 아니지? 나는 너한테서 약간 떨어져서 너를 쳐다봤어. 영문을 모르겠더라고. 왜 운 거야? 아무튼 그래. 나는 8월에 태어나서, 이제 곧 있으면 한 살 더 먹는데. 생일 선물 같은 걸 기대하지는 않아. 부담스럽게 선물 줄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 나는 너랑 자주 집에 있어서 좋지만, 너도 가끔은 바람도 쐬고 밖에도 나가고 그래라. 매일 같은 영화만 반복해서 보는 거 지겹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