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루프가 시작되면 뭘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 루프는 마치 알고리즘을 타고 여기서 저기로 밀려가듯이. 그리고 도착하고 나면 거기에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게 된다. 어떻게 왔는지가 중요할까? 여기에 있는데, 여기에 어떻게 있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이 모든 우연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하지만 그건 알고리즘도 딱히 설명해줄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냥 말이다 그냥.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냥 말고는 따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누구나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너는 책임을 피해 책임보다 한발 먼저 이동한다. 너는 우산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그건 책임을 피하고 싶은 것과 같은 원리이다. 비를 한 방울도 맞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 비를 흠뻑 맞고 걸어가는 사람이 보면 그 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감정 표현을 극도로 절제한다거나. 네가 감정 표현을 극도로 절제하는 건 아마도 많은 가정에서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네가 상상하는 남성성에 대한 이미지. 그것은 너의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했고 너의 부모님의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했다. 너는 아이에게 네가 상상하는 남성성의 이미지를 물려줄 것이다. 그 루프는 돌면서 회전하면서 양상이 변한다. 하지만 그 루프는 이미 시작되었고 끝날 수도 있고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확률로 따지자면 반반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냥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오른쪽으로 떨어지던 잎이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 건 그때 마침 네가 그 아래를 빠르게 지나갔기 때문이다. 너는 담배를 피우면서 걷는다. 누가 담배 피우는 너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고 입을 막아도 너는 그냥 걸어간다. 그 때문에 잎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 일이 그렇게 된 것은 정말로 우연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너는 어떤 귀찮은 사람을 피해 가고 있었고, 너는 아무것에도 딱히 관심이 없다. 너는 다른 사람을 위한 선택은 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한다. 너는 네가 충분히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는 너로 인해 잎이 방향을 튼 것을 보지 못했고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이 잎이 떨어지는 쪽으로 달려가 잎사귀를 손으로 잡으려고 허공에 손을 휘젓는다. 너는 미신을 믿지 않고 너는 항상 좋은 성적을 얻는다. 너의 친구 가운데는 극우 정당에 투표하는 친구가 있고, 너는 그 친구와 토론을 벌이지만 그 친구와 친구 관계를 끝낼 생각은 없다. 네 주변에는 그런 친구들이 많고, 너는 그 친구들이 너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네 안에는 네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니? 없어 보인다. 너는 네가 비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항상 애매한 위치에 서 있으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유리한 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하는 것이 너의 특기이다. 왜 그런 곳에 위치하게 되었냐고?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 그건 마치 오른쪽으로 떨어지던 깃털이 방향을 바꿔 왼쪽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너는 그런 식으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깃털을 잡으려고 허공에서 손을 휘젓는 사람에게는 깃털이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