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 번째 면접을 다녀왔다. 면접은 항상 좆같은 경험이다. 권고사직을 당한 지 어언 6개월, 행복했던 시간도 실업급여도 슬슬 끝이 보인다. 5개월 정도는 개인사를 돌보는 데 집중했고 이제 좀 진지하게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이 얘기 때문에 부정수급으로 신고당하지 않길 빈다.) 앞선 두 번의 면접에서는 다 안 됐다. 처음 불려 간 곳은 신문사였다. 신문을 교정해버리면 어떨까? 1년 단위 계약직, 최대 2년까지. 월요일에는 1시간을 더 일하라고... 개새들. 다음 간 곳은 무슨 수험서 만드는 곳. 대학교재보다 어렵다느니 교정만 하시면 외주밖에 못하신다느니... 왜 그딴 소릴 늘어놓는 걸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씹새들... 하고 싶지도 않았느니라... 아, 마침 딱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발견했다! 하지만 기업평을 보니 아주 개차반이다. 이력서를 써보려는데 퇴사자들의 절절 원통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냥 알바나 잠깐 할까? 데이터라벨링? AI의 오류를 교정하라고? 그리고 오늘 면접 본 곳에서는... 말을 말자. 뭐가 어쨌건 무슨 일이든 일을 해야 한다. 어디로든 짐승의 소굴로 가서... 노동은 말할 것도 없이 고통이다. 공고문에서부터 쌔한 냄새 오지는 개 줮같은 회사들 들여다보며 하는 생각: 현대의 노동은 인간이 인간을 증오하게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다. 문자 그대로의 사타니즘 그 자체다.
이런 답답한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명을 찾아서』의 출간도 드디어 임박했다. 북펀딩이 사흘 전에 시작되어 18일에 끝나고 말일에 출간 예정. 이건 안 답답한 얘기냐 하면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출판사 대표님과는 같이 TRPG 한 사이다. 수상쩍은 인맥으로 출간이 결정된 것, 그야말로 출판 적폐다. 대표는 시인인데 출판까지 해보려는 이다. 자기 책을 내는 것까지야 흐뭇하게 봤는데 이제 남의 책도 만들겠다 한다. 그것도 이런 책을... 이게 말이 되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거는 뭐냐면 펑크다. 사타니즘에 대한 사타니즘이다. 원고를 보내기는 작년 나온 『교정의 요정』과 비슷한 시기에 보냈다. 우리 바지대표 말고 그의 배우자인 실무편집자님(이 사람과도 TRPG 같이 했다)은 ‘이딴 책을 어떻게 파냐’고 낙심해 있던 차에 다행히 ㅁ사의 출판-대자본이 어쩌구 요정으로 먼저 길을 뚫어줘 한시름 놓았다...지만 그래도 큰일이다. 우리는 1쇄를 과연 소진할 수 있을까? 무서워서 몇 부 찍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블로그에다 셀프 광고를 쓰면서는 오만 부 운운하는 미친 소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백 부 정도인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정’ 때는 제목-표지-도입부 쇼부로 어떻게 사기를 쳐서라도 팔았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두려운 기적이 일어나 오만 부가 나가면 당분간은 일을 구하지 않아도 되...나? 그래도 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오만 부라는 건 꿈같은 얘기다. 책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그냥 아이돌도 아니고 유수의 아이돌이 되어야만 설 수 있는 올림픽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의 객석 수가 만오천. 이 책이 모범으로 삼는 화장실 책의 영원한 고전 최불암시리즈는 몇 종 만들어져 몇 부가 나갔을까? 최불암 씨는 인세를 받았을까? 아닐 것이다. 얼굴 모를 원고 생산자들은? 모른다... 이게 해적이고 펑크다... 이게 공공재다...
예전에 무슨 스타트업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이른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는데, 담당자로서 와○○에 교육을 받으러 갔었다. 후원 곡선은 대체로 U자를 그린다고 배웠다. 추세대로라면 이 북펀딩으로 200권 밀어내기를 목표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150권 정도. 중요한 건 이제 그다음이 중요하다. 리뷰어 섭외가 필요하다. 빨간 안경 쓴 그 사람이 일단 떠오른다. 어떻게 ‘우연히’ 그의 손에 책을 쥐여줄 수는 없을까? 잠복해 있다가 어깨빵 갈기고 툭 떨어뜨려... 최근 출판사를 차렸다 하는 배우 P정민도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L동진보다는 그의 손에 책을 쥐여주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 타짜 3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아니면 L재용도 괜찮다. 책에 아버지 얘기도 나오는데... 보니까 뭐 어디 누구랑 치킨 처먹고 있더만. 아직도 좀 모자란 도련님 이미지인데 책을 통해 이지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수필의 명수 P근혜는 내 맘속에 언제나 있는 섭외 대상 1순위. 맘속의 섭외 대상으로는 S경숙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이 책의 리뷰어는 그런 분들의 저 반대편에 계신 여러분, 여러분뿐입니다... 무료 여러분... 여러분이 아니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오까네를 남긴다든가 하는 그런 감정적인 접근과는 다른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떻게 사기를 칠까? 사기는 없다... 몸통박치기다... 이건... 이건 복수다... 내가 심리조작을 통해 책을 팔려 든다고 오해하지 않길 빈다... 이건 복수다... 여러분의 복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