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라야. 너는 오늘도 나를 피해 도망가는구나. 나는 오늘도 도망가는 네 뒷모습만 봤어. 도망가는 뒷모습만 보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생각하면서. 인간들이 도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했을까. 너는 다른 고양이들이랑은 잘 지내잖아.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쩌다 너를 만나게 된 것이 비극이라면 비극이겠지. 내가 고양이였다면 좋았을 텐데. 근데 네가 고양이인 나를 또 싫어했을지 모르지. 우리 둘 다 인간이었어도 서로 미워했을 수도 있고. 아무튼 우리가 다른 종으로 태어난 것은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나는 매일 같은 시간 너를 찾아가면서 언젠가는 네가 나를 조금은 믿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나도 아무도 믿지 못하거든. 오늘도 네 뒷모습만 보고 돌아왔지만 나는 네 생각만 하면 행복해져. 사람을 피하는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건 예상 못한 일이야. 하지만 나에게 이미 나를 피하는 무언가와 사랑에 빠지기 쉬운 어떤 조건이 있었으리라고 짐작해. 근데 그게 왜 하필 사람을 피하는 고양이인지는 모를 일이야. 정말 모를 일이지. 모를 일들이 일어나는 중이야. 나는 오랜만에 카페에 와서 앉아 있는데,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인데, 서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좋아. 이런 분위기 속에 있는 것이 행복해. 나는 혼자 있지만 말이야. 혼자 네 생각을 하면서, 내일은 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시고, 사람을 피하는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중요한 건 내가 너를 피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도망치는 네 뒷모습만 보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게 아닐까 하면서. 너를 위한 노래를 만들고 너를 위해 글을 쓰고 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전부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더 중요한 일이나 더 하고 싶은 일은 없고.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아프지만 떠날거라는 다짐도 하면서. 사실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나는 너를 보면 내 안에 뭔가 환하고 좋은 것이 드러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네가 나를 조금만 덜 피하면 좋겠지만. 나는 내일도 같은 시간에 너를 만나러 가겠지. 너는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그래서 가끔은 좀 슬프지만, 그래도 내가 슬픈 게 낫지, 네가 슬프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