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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창고 안 탐험

옛날엔 집에서 나를 포함하여 3명과 숨바꼭질을 한 적도 있었다. 우리 집은 형편에 비해 꽤 넓었다. 지붕 층을 포함하여 2층 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부분 지붕 층에 많이 숨었는데 지붕 층을 다 뒤져봐도 친구가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고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여기에 숨을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서 다시 지붕 층을 뒤져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활 공간인 아래층에는 숨을 데가 없는 것 같았으니까. 집에서 하는 숨바꼭질은 예상이 가는 장소들에 숨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니까 날 찾았을 때 술래를 놀래주어야만 했고, 나이에 비해 유치한 감은 있었으나 여기서 숨바꼭질을 했다고 혼난 적은 없었다. 아마 그 사실을 들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제일 의표를 찌르던 장소는 아래층의 안마 의자 뒤편의 커튼 속이었다. 그랬을 것 같다. 거기 숨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거기 숨었어야 했는데. 사실 안마 의자는 그 후로 샀다. 그래서 그때엔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 숨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을 것이란 건 분명했다. 이 창고 안에서 딱 그런 데에 숨은, 인간 말을 할 줄 아는 도마뱀을 찾아냈다.

도마뱀: 여긴 어떻게 찾아냈지?

나: 숨을 데가 그곳밖에 없었으니까.

도마뱀: 날 왜 찾아낸 거야?

나: 그냥 이리저리 열어보고 있었어. 그러면 재밌거든.

도마뱀: 난 너의 친구가 되어줄 수 없어.

나: 바란 적 없어.

도마뱀: 잠깐만. 소리 들려?

나: 무슨 소리?

도마뱀이 왕, 하고 내 손가락을 물고 도망간다. 다 자란 것은 아닌 모양인지 이빨이 물렁물렁했으나, 아프다는 느낌이 들기엔 충분했고 이 만남을 길어지게 한 것은 도마뱀의 쪽이다. 나는 이 안에서 2시간 동안 다시 도마뱀을 찾아다녔고 시간이 길어지며 도마뱀을 왜 찾고 있는 건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도마뱀이 다시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고, 찾아냈다. 이제 도마뱀이 술래였다.

나: 네가 이제 술래야.

도마뱀: …….

나: 손가락이 많이 아프진 않았는데.

도마뱀: 여긴 어떻게 찾아냈지?

나: 글쎄. 그냥 아무 데나 열어봤어. 혼날 수도 있겠지.

도마뱀: 넌 이름이 뭐야?

나: 난 미아. 미아야.

도마뱀: 날 찾아냈으니, 나에게도 이름을 지어줘. 난 이름이 갖고 싶어.

나: 음……. 그럼 우리 친구가 되는 거니?

도마뱀: 아니. 나에게 이름만 지어주면 돼.

나: 넌 남자야? 아님 여자?

도마뱀: 비밀이야.

나: 그렇군.

도마뱀: 난 너랑 놀기 싫어.

나: 아니, 왜?

도마뱀: 넌 인간이잖아.

나: 그게 어때서?

도마뱀: 내 외양의 신기하고 귀여운 점 때문에 접근한 거겠지.

나: 반쯤은 맞는 말이야. 넌 어디에서 왔니?

도마뱀: 저쪽 언덕 풀숲에서.

나: 거기가 네 고향이야?

도마뱀: 응.

나: 고향 주위의 건물인 이곳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지 않아?

도마뱀: 글쎄.

나: 이 건물은 너무 커다래.

도마뱀: 네 덩치도 커다래.

나: 그리고 이 건물은 조금 어두운 편이지. 내가 이때껏 둘러본 바로 너 같은 존재들을 위해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 인간의 말을 왜 할 줄 아는 거야?

도마뱀: 어떤 요정이 가르쳐 줬어.

나는 도마뱀을 품에 안고 창고 안을 나서기 시작했다. 창고 안은 크기가 가변적이었고 늘어날 때도 줄어들 때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보는 사람, 접근하는 사람, 말하는 사람에 따라 그랬다. 햇빛이 조금 시리게 비쳤고 날씨가 추웠다. 이제 겨울로 접어든 듯했다. 나는 요즘 방학이었고 그래서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이곳 안을 탐험하려고 마음먹었다. 숨바꼭질은 숨는 이들이 던전 끝의 보물을 흉내 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던전은 어릴 때의 숨바꼭질의 경험을 여러 가지 물건들, 통로, 건물들의 조합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던전에 대한 경험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숨바꼭질은 지금 하기엔 꺼려질 수도 있다. 현대의 탐험은 그런 던전 같은 데서 이루어지고 그러한 테이블 위의 모험을 부르는 말도 있다. 결국 숨어 있을 보물과 미리 합의하게 된다면, 탐험의 장소가 그리 넓을 필요는 없어진다. 어떤 종류의 긴장감을 느낄 때 나는 창고 안 이곳(포대자루 근처)으로 숨는다. 그것은 내 습성과 같은 것이다. 그때엔 둘 중 하나다. 내가 찾아내지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 나는 안심이 하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건물의 크기는 줄어든다. 숨을 데가 별로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그런 상상을 하며 도마뱀에게 접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 미아라고 하는 인간과 접시라고 하는 도마뱀은 이 창고 안을 시간을 들여 탐험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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