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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초월일기 14

 


오랜만에 곡물창고에 오다 


온 이유는


목적 없이 그리고 대가 없이 쓰는 글쓰기가 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대가 없이 목적 없이 쓰는 글이 꼭 좋은 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게 쓸 때 가장 재미있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맞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의 재미는 개그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요즘 기획적인 측면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고 내가 하는 발화들이 그냥 날아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말을 해야 타격률이 높을까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자유로운 글쓰기와 아무 대가 없어도 할 수 있는 말이 귀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난 엄청난 수다쟁이라 그냥 종알종알 떠들고 싶은 게 아닐까 ?

되게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 자체로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블로그가 내게 귀한 공간이었던 것도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그곳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추구하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엔 또 안 그러지만


생존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생존에만 너무 몰두하면

생존하는 것에.... 오히려 의미를 잃기 마련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도 같은 것이고 


오늘은 총선이 있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정치이야기를 솰라솰라 썼다 내가 아무 말이나 할 때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아무 말이나 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고 나는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데 아무 말이나 해도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하면 참 좋을 텐데 어쩌면 난 그냥


널 정말 좋아햬~~ 너도 날 좋아하렴


이런 이야기나 주구장창 하고 싶은 게 아닐까 모든 이야기는 다 이 이야기의 변용이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만 이야기 했을 때 


너의 망상에서 벗어나~~ 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더욱

어쩌라고

싶은 것임 


2024년 2월 18일 일요일

초월일기 13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내가 

잘하는 

화법을 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감정인지까지 말을 해야만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요즘엔 그렇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고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만 존재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말을 통해 말을 보는 게 아니라 노력을 본다고 쓸 수도 있다 우리는 말을 하고자 하는 

내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그 사람의 성의를 그 사람이 하는 말보다 더 높게 친다 그런데 그 성의를 알아채기 위해선 그 말을 듣는 사람 역시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게 내가 내린 모종의 결론이다 결론이라고 하니 좀 이상한 것도 같지만 

나는 계속 힘을 내야 하는 상황에 

조금

지치기도 했고 그럼에도 힘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


그녀는 몹시 피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지만 그건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녀가 원하는 일에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노력'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노력을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써내려가는 순간이었던 것도 같다. 혹은 어떤 의도나, 해석에서 벗어나서 뭔가를 써내려가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을 써내려가는 순간에도,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고 그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일에 피로함을 느꼈으며 그리하여 곧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같은 상태에 직면해 베개를 팡팡치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몹시 불안했고

어쩌면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뒤통수에 달라붙은

악령 같은

어떤 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애쓰고 또 애썼던 걸지도 모른다. 어떤 이? 그녀는 문득, 왜 자신이 그 사람을 '어떤 이'라고 지칭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10분 간격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지만, 자신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닌가? 알았나. 안다고 해도 그녀는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몹시 지쳐버렸고, 그러나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지쳤음을 자각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지쳤다. 그녀는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초월일기 12


정말 행복하고 기분이 좋네. 내가 다시 뭔가를 쓰고 싶어졌다는 게. 실망해도 괜찮으니까 기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게. 너무 좋다. 앞뒤 안 가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쓰고 싶다. 아무한테도 안 물어보고. 사람들이 뭐라 하든. 데뷔할 때....... 다듬어서 낸 걸 많이 후회한다. 그러니까 발표 직전에 말이다. 투고할 때 버전 그대로 낼 걸. 그걸 계속 계속 후회했다. 그 뒤에 아르코창작 기금에 시 발표할 때도 그랬다. 계속 다듬었다. 왜 그랬냐면 난 무서웠다. 난 시를 정말 정말 사랑하지만 시 공부를 정말 정말 열심히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볼 때 좀 그럴까 봐 그게 두려웠는데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고 그 형식 중 하나로 시를 썼던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금은 다시 하고 있다. 물론 시라는 형식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형식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소설도 사랑한다. 여전히 그렇다. 난 둘 다 쓰고 싶어. 이걸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둘 중 하나를 먼저 끝내고 다른 걸 하고 이게 말이 안 돼. 모르겠어. 이런 나여도 괜찮을까? 근데 괜찮을 거 같아. 난......... 난 그냥 이렇게 살고 싶어. 난.......... 그래야 돼. 그래야 된다. 

행복해. 

내 안에 정말 아름답고 깨끗한 무언가가 있는데. 그걸 잊고 있었는데. 뭔가 다시 올라와. 그게. 걔는 너무 무적이고 강해. 걔는 너무 멍청해. 멍청해서 내가 짓누르고 있었는데 그래서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난 걔가 날 영영 떠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아닌가 봐. 이런 게 초월인가 봐. 내가 그때 뭔가를 써놓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그걸 읽기만 해도 난 그때의 나로 조금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 나를 믿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믿자. 좀 더. 사람을 믿어보자. 사람을 믿는 건 너무 멍청한 짓이라고들 하지. 난 멍청한 짓만 골라 한다. 그 편이 아름답고 재밌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기대를 좀 하려고. 실망하더라도. 기대하려고. 기대하고 또 기대하려고. 제발을 외치려고. 제발. 제발을 외치고 싶다.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초월일기 11

멀까


나는 여전히 정말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제 가능하지 않는 걸 바라는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니겠냐고 쓰고 싶은 것도 같다 가능하면 그냥 하면 그만이니까 그걸 꼭 바랄 것도 없지 않나 싶은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들은 그러니까 거의 다 가능한지 잘 모르겠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들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세상에 불가능이라는 게 정말로 있는지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오늘은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대사를 봤다 사람은 안 믿어도 돈은 믿지 그걸 보고 아 나는 돈은 안 믿어도 사람은 믿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될 때는 내가 밉고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뭘까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모르겠다는 말만 쓴 것 같은데 지금도 그게 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기분에 대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가 같은 생각이 들면 이제 나는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정서밖에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의 고통이나 괴로움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걸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내 마음을 너무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를 지연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얼마나 돌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 책임질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예전의 나라면 자신 있게 이렇게 하면 돼,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든 말든 상관없어 내가 이러고 싶으니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냥 누군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때 내 마음도 아프다고 그 말 말고 내가 뭘 더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인간인지도 잘 모르겠다 난 그냥 웃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난 모든 상황을 웃기게 만들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헛소리밖에 없는 것 같고 헛소리만 남발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헛소리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그것까지도 나는 이제 잘 모르겠고 아니라고도 그렇다고도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모르겠다 무엇에 대해 말한다는 게 뭔지 말이라는 게 뭔지 그럼에도 왜 자꾸 뭔가를 더 말해보고 싶은지 



2023년 8월 8일 화요일

초월일기 10

내가 날 배신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럼 다시 돌아가면 된다고 했다

2023년 5월 30일 화요일

초월일기 9

5월 30일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벌써 올해의 반 년이 지나갔다니! 두둥, 하지만 6월부터 만 나이가 적용되므로 나의 나이는 되려 한 살 어려진다. 시간을 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뇌는 너무 무지해서 우기면 다 믿는다고 한다. 나는 요즘 생각하는 대로 된다, 라거나 말하는 대로 된다, 같은 것을 꽤나 신뢰하는 편이다. 가령 과제가 하기 싫을 때 나는 중얼거린다. 아 과제하고 싶다. 아 과제하고 싶다. 과제 재밌다. 그러면 일단 어떻게든 하게 된다. 언제 하지. 왜 하지. 이런 말 하면 잘 안 됨. 거짓말이더라도 재밌다. 오 쉽다. 이런 식으로 나를 세뇌시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임. 근데 문제는 뇌랑 심장은 따로 논다는 것이다. 가령 수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뇌가 원하는 수면 시간과 심장이 원하는 수면 시간이 다르다고 한다. 심장이 더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심장이 뇌보다 더 장시간의 수면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중력의 영향을 더 받게 되면 무게가 더 무거워지고 무게가 더 무거워지면 에너지를 더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수면을 취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 것임. 아무리 정신 승리로 체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도 그러면 결국 병이 나게 된다는 것.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한 아주 많이 쉬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둔다. 틈만 나면 쉬려고 하고 더 자려고 하고 많이 먹으려고 한다. 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건강하기만 하면, 살아만 있으면, 결국 언젠가 좋은 일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좋은 일을 믿고 기다리고 있는가? 난 매우 좋은 일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 난 항상 좋은 것을 믿고 기다린다. 난 항상 내가 그런 것을 믿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2023년 5월 25일 목요일

초월일기 8

 

방금 전

엄청나게 감동적인 휴먼다큐를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암으로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는 다큐였다. 다큐에 나온 그 사람은, 앞으로도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은 없다며, 선녀의 날개가 바위를 스치는 일은 생에 한 번이면 족하다고 말했다. 생에 한 번뿐이라 해도 충분한 것, 그것이 사랑일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다 헤어지고 지금은 친구로 잘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과 처음 헤어졌을 때는 나도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난 너무 좋은 사랑을 했고, 얘보다 내가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랑하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쩌면 또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있지도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건 내가 이 사람과 완전히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최근에는 친구랑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어째서 우리는 뭔가와 헤어지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걸까, 물었지만 나는 헤어지는 데 쏟는 시간들은 항상 짧게만 느껴진다 내 생각에 정말 소중하게 여겼던 뭔가와 헤어진다는 건 내 평생의 시간을 쏟아도 불가능해야 하는 건데,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잊는다 내가 소중히 여겼던 것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잊어버렸어 왜일까

그런데 내가 정말 잊었을까?





2023년 4월 28일 금요일

초월일기 7

 

요즘엔 뭘 쓰려고 하면 불안하다 

줄타기를 시작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만 잘못 타도 떨어질 것 같고 떨어지면 아플 것 같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될 것 같고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보여줘야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시시껄렁한 말이 될까 봐 말을 아예 못하고 있는 것 같고 

말을 아예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쓰는 재미가 

예전에는 내가 말하면 뻔한 말도 안 뻔하다는 확신 내지 자신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오글거릴 것 같고 

유치할 것 같고 

그런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주춤하게 된다 멈칫하게 되고 

그러다 완성한 글은 

나 이런 거 할 수 있다 어때 넌 할 수 없지 이런 것에 치중해서 쓴 글 같고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글은 보여주기만을 위해 신경 쓴 글 증명을 위한 글은 내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나는 감동하지 못하고 나는 감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좌절하는 느낌 우울한 느낌 슬프고 피곤하고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이런 마음을 어디에 말할 수 있는가 

하면 

절대 그럴 수가 없는 것이고 

그래선 안 되는 것이고 


뭐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지 계속 빙글빙글 돌면서 왜 이렇게 됐지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런 말을 내가 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반복된다 





2023년 4월 20일 목요일

초월일기 6

 

정말 그냥 일기를 써보려고... 요즘에는 일기를 너무 안 쓰거나, 혼자만 볼 수 있게 쓰는데, 그러니까 뭐랄까... 관심을 갈망하는 마음이 좀 사라진 것 같기 때문이다. 관심을 갈망하는 마음... 줄여서 <관종력>이 사라지는 것은 좋은 일이면서 나쁜 일인 것 같다. 관종일 때는 어쩐지 관종이 별로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관종일 때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랄까, 생각이랄까 할 수 있는 말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난 요즘 너무 관종력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무슨 말을 해도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 쓰고 보니까 오히려 관종력이 더 늘어난 것 같기도 하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오 

피곤하다 


인 것 같다. 피곤해 피곤해. 이렇게 피곤할 수가 있는 거야?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카페인에 의존하고 카페인에 의존하니까 더 피곤해지는 것 같다.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가 좋아지기를 반복하는데, 지금은 좋다. 음악을 듣고 있어서..... 음악은 정말 아주 빠르게...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것 같다. 음악만이 유일한 마약? 이런 거 이해함... 이해한다......


음...... 할 말이 없군 

난 더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고 싶거나 즐겁게 해주지 않은 걸지도 몰라.


무언가 가라앉는 느낌

계속 말이 더 없어지는 느낌 


물성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고...... 그냥... 누워있고 싶고 관념들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네. 내가 쓰는 시나 소설이 좀 변한 것 같아. 그런데 이게 20대 초반의 어떤 텐션이랑은 좀 비슷한 것 같다.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일까. 학교라는 규칙적인 공간이 나를 바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평가라는 시스템이 나를 바꾸고 있는 걸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곡물창고 너무 좋다... 여기에 쓰면 

별로 보는 사람이 없고

누가 보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지인들이 안 보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음. 블로그에 팔로워 별로 없었을 때 아무 말이나 쓰던 일기장 같다.


일기는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할 때 제일 편하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일기가 좋아. 일기는 정말... 아무렇게나 써도 되잖아.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네. 오... 너무 피곤했기에. 









2023년 2월 4일 토요일

초월일기 5

* 2023년 2월 2일

소공포를 만났다. 소공포는 

말이 많았다. 그 점이 놀라웠다. 소공포가 말이 많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심지어 소공포는 
나와 같은 유형의 인간이었다. 이 유형이 어떤 유형인지는 비밀이다. 정확히는, 차마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유형의 사람들은 이 유형의 사람을 만날 때까지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를 철저하게 숨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에. 그래서 나도 소공포도 우리가 같은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만 알고 있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와 반대되는 유형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말 거야 

라고 우리는 말하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오리온 초코파이 정 CF에 나오는 노래를 부른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오리온 초코파이 정 CF에 나오는 노래(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속으로 열창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랬다. 소공포와 한참 폭풍의 언덕 같은 수다를 떨다 목이 말라 음료를 시키기 위해 카운터로 갔을 때는 

오필리어가 왔고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맥줏집으로. 오필리어는 소공포의 대각선에 앉아, 이전에는 본 적 없던 수줍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얕은 기침을 여러 번 하며 말했다.

나 코로나 아니야

나는 오필리어의 말을 믿었다. 오필리어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진. 하지만 오필리어가 그 말을 하자마자 생각했다. 코로난가? 그러나 오필리어가 계속 수줍어했으므로 나는 코로난가? 묻는 대신 넌지시 말했다. 

하하. 아닌 거 알아. 하지만 3일 뒤 걸린다면 네 탓할거야. 

내 조상 중에는 분명 악마가 있을 것이다. 

소공포는 내게 밥을 샀고 
오필리어는 나와 소공포에게 칵테일을 샀다. 
나는 소공포와 오필리어를 끌고 코인노래방에 갔다. 

그리고 열창
열창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소공포가 준 엽서를 읽었다. 그 엽서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눈썰매장에서 구입한 엽서였는데, 새하얀 엽서 위에 작성된 글씨체(글씨 아니다. 글씨체다.)를 보자마자 생각했다. 중학생이다! 

나도 중학생이었으므로 나는 바로 소공포에게 카톡을 했다. 소공포는 말했다. 

반갑다
친구야...... * 


* 2023년 2월 3일

요괴를 만났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요괴가 말했다. 보고 싶었어... 나는 대답하는 대신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 


* 2023년 2월 2일

소공포를 만나기 전에는 별꿈밤을 만났다. 별꿈밤에게 나는 말했다. 이제 저는 말을 정말로 조심하고 싶어요. 어떤 말은 가슴에 남아 평생 그 사람을 못살게 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뭣도 모를 때 말로 상처 준 사람들에게 모두 사과하고 싶어요. 별꿈밤과 만났을 때, 별꿈밤은 내게 동그란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티라미슈를 건넸다. 그 통에는 <김해솔>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이건 별꿈밤이 재작년에 가장 좋아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스티커다. *


* 2023년 2월 3일

별꿈밤에게 받은 티라미슈를 냉장고에 넣지 않고 잠든 바람에 다 녹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티라미슈통을 냉장고에 넣고 현관을 나서면서 생각했다. 아무렇지도 않군, 그리고 그 생각을 하자마자 알았다. 아무렇지도 않지가 않군. 그래서 별꿈밤에게 전화를 걸었다. *


* 2023년 2월 4일

요괴가 내게 선물해준 백팩의 색은 파란색이다. 원숭이가 달려있다. 나는 이 가방에 허쉬가 준 슬램덩크 키링과 토리가 준 센과 치히로의 열쇠 고리를 달았다. 그리고 지금 이 일기를 쓴다. 어제, 소공포와 오필리어와 있을 때 나는 말했다. 나는... 모든 예술작품들을 통틀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영향 받는 것 같아. 난 너무 나약하고. 사람들 없이는 살 수가 없어. 그걸 알아. 


* 2023년 2월 3일

독해왕을 만났다. 독해왕과 헤어진 뒤에는 이런 일기를 썼다. 타인의 인정 욕구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자기 자신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는 그 욕구가 타인의 욕구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다, 

생각했다. 나는 그랬다. 모르는 거니까. 어쨌든. 

2022년 11월 8일 화요일

초월일기 4

* 2022년 10월 28일

어느 시인의 작업실에 다녀왔다. 어느 시인은 나의 친구다. 나는 그 친구를 종종 그 친구의 이름으로 부른다. 언니라고 부른다. 별명으로 부른다. 그러나 그 친구를 어느 시인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그 친구의 작업실에 대해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그 친구를 어느 시인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내 친구의 작업실 혹은 누구누구의 작업실이 아니라, 어느 시인의 작업실이라고 쓰고 싶어진 것이다. 어느 시인의 작업실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나는 팀 버튼 전시장에서 본 팀 버튼의 작업실을 떠올렸다. 내가 팀 버튼의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작업을 대하는 팀 버튼의 태도였는데, 그 태도가 가장 잘 보였던 게 팀 버튼의 작업실, 즉 팀 버튼의 책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시인의 작업실은 팀 버튼의 작업실과는 좀 달랐지만, 기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 닮은 구석은 다음과 같다.

1. 어느 시인의 작업실에는 책상이 두 개 있다.
2. 그중 하나의 책상에는 책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3. 그중 또 다른 책상이 닿아있는 벽면에는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있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문득, 팀 버튼의 작업실에는 책상이 하나밖에 없으며 그 어떤 책상 위에도 책이 쌓여있지는 않다는 걸 깨닫는다. 포스트잇은... 있었나? 잘 기억이 안 나는군. 그렇다면 지금 닮았다고 느끼는 이 작업실은 누구의 작업실이지? 생각하며 찬찬히 방을 둘러봤을 때 나는 문득 발견했던 것이다. 어느 시인의 책상 위 놓여있던 맥북을. 그 맥북은 내 맥북과 완전히 동일한 모델이었으나 색만 다른 맥북이었고 맥북의 모니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잠시 뒤, 시작됩니다.> *



* 2022년 11월 8일

꿈에서

어느 시인네 집에 놀러 갔다. 어느 시인네 집에 놀러 가서, 잠옷을 입었다. 그 잠옷은 언젠가 내가 어느 시인에게 선물한 잠옷이었는데, 내가 선물했던 색과는 다른 색의 잠옷이었다. 언젠가 내가 어느 시인에게 선물했던 잠옷의 색은 베이지색 원피스였는데, 어느 시인네 집에 있던 건 하늘색 원피스였고, 그건 내 잠옷의 색과 같았다. 아무튼, 내가 선물한 잠옷을 내가 입고 어느 시인네 집 거실로 나섰을 때, 어느 시인은 말했다. <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수 있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느 시인은 당장이라도 집을 나설 것처럼 캐리어에 짐을 싸고 있었다. <난 하루 종일 집에만> 어느 시인의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메아리치며 귓등을 때렸다. 난 하루 종일 집에만! 내가 꾸는 꿈들은 대부분 두 부류로 나뉜다. 1. 내가 욕망하는 것. 2. 내가 두려워하는 것. 오늘 꾼 꿈에서 어느 시인이 한 대사는 어쩐지 1번과 2번 모두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수 있어. 난 하루 종일 집에만... *



* 2022년 10월 29일

나는 책상에 앉는다. 책상 우측에는 귤이 한가득이다. 어제 어느 시인이 싸준 귤이다. 나는 귤을 까고 껍질을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으며 어느 시인에게 받은 책을 읽는다. 악기형 책. 내 방에는 책상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맥북과 책을 올려놓는 용도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렇게나 책을 올려놓는 용도이다. 악기형 책은 내용보다 형식에 더 신경을 쓴 책이다. 아코디언처럼 책을 두 손으로 잡고 연주하듯 읽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읽지는 않지만. 그렇게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읽지는 않지만. 나는 맥북을 열고 한글 파일에 다음과 같이 쓴다. <그날 우리는 종일 기다렸다. 시작되기를. 잠시 뒤,를.> 그리고 어느 시인에게 귤 세 개를 찍어 사진을 보낸 뒤, 상상했다. 커다란 주홍빛 귤 나무를. 그 밑에서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는 내 친구와 나를. *

2021년 11월 29일 월요일

초월일기

2017년부터 지금(지금은 2021년 12월이지만 이 기준은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까지 쓴 약 6000개가량의 일기들을, 현재 시점에서 마구잡이로 뒤섞고 번복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초월해 보고, 그렇게 완성되는 것들을 씁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