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초월일기 11

멀까


나는 여전히 정말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제 가능하지 않는 걸 바라는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니겠냐고 쓰고 싶은 것도 같다 가능하면 그냥 하면 그만이니까 그걸 꼭 바랄 것도 없지 않나 싶은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들은 그러니까 거의 다 가능한지 잘 모르겠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들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세상에 불가능이라는 게 정말로 있는지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오늘은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대사를 봤다 사람은 안 믿어도 돈은 믿지 그걸 보고 아 나는 돈은 안 믿어도 사람은 믿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될 때는 내가 밉고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뭘까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모르겠다는 말만 쓴 것 같은데 지금도 그게 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기분에 대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가 같은 생각이 들면 이제 나는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정서밖에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의 고통이나 괴로움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걸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내 마음을 너무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를 지연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얼마나 돌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 책임질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예전의 나라면 자신 있게 이렇게 하면 돼,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든 말든 상관없어 내가 이러고 싶으니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냥 누군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때 내 마음도 아프다고 그 말 말고 내가 뭘 더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인간인지도 잘 모르겠다 난 그냥 웃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난 모든 상황을 웃기게 만들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헛소리밖에 없는 것 같고 헛소리만 남발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헛소리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그것까지도 나는 이제 잘 모르겠고 아니라고도 그렇다고도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모르겠다 무엇에 대해 말한다는 게 뭔지 말이라는 게 뭔지 그럼에도 왜 자꾸 뭔가를 더 말해보고 싶은지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