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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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친구가 있다. 쇼펜하우어는 언젠가부터 친구를 만나기를 꺼렸는데, 그건 자신이 사교성과 지성은 별로 상관없는 특성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수도 있고, 혼자 있는 좋아해서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수도 있다. 아무튼 그는 친구가 연락을 하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쓰던 책을 마저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는 자신에게는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에 대해서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는 쇼펜하우어가 왠지 모르게 편하게 느껴져, 왜냐하면 친구 자신도 혼자 있는 선호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지만 쇼펜하우어를 만날 때마다 그의 얼굴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것이 그와 쇼펜하우어의 차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는 쇼펜하우어가 자신을 심각하지 않은 사람 혹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눌 없는 우스운 사람으로 여기는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쇼펜하우어가 편하게 느껴져 가끔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쇼펜하우어가 아프다고 하며 자신을 피하는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는 홧김에 무작정 집에서 나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길을 잃는다. 캄캄한 가운데 그는 주전자에 물을 붓는다. 그는 당나귀가 깨지는 않을까 조심하며 지나간다. 당나귀는 그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깨서 그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그는 당나귀가 그려진 쇼핑 가방에 물건을 주워 담는다. 자기 생각에 빠져 있던 계산원이 그가 카드를 내밀자 깜짝 놀란다. 그녀는 어떤 뉴스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자신이 읽은 어떤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뉴스에는 어떤 기계가 나오는데, 기계가 자신이 읽은 이야기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계산을 가게에서 나간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