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초월일기 12


정말 행복하고 기분이 좋네. 내가 다시 뭔가를 쓰고 싶어졌다는 게. 실망해도 괜찮으니까 기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게. 너무 좋다. 앞뒤 안 가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쓰고 싶다. 아무한테도 안 물어보고. 사람들이 뭐라 하든. 데뷔할 때....... 다듬어서 낸 걸 많이 후회한다. 그러니까 발표 직전에 말이다. 투고할 때 버전 그대로 낼 걸. 그걸 계속 계속 후회했다. 그 뒤에 아르코창작 기금에 시 발표할 때도 그랬다. 계속 다듬었다. 왜 그랬냐면 난 무서웠다. 난 시를 정말 정말 사랑하지만 시 공부를 정말 정말 열심히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볼 때 좀 그럴까 봐 그게 두려웠는데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고 그 형식 중 하나로 시를 썼던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금은 다시 하고 있다. 물론 시라는 형식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형식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소설도 사랑한다. 여전히 그렇다. 난 둘 다 쓰고 싶어. 이걸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둘 중 하나를 먼저 끝내고 다른 걸 하고 이게 말이 안 돼. 모르겠어. 이런 나여도 괜찮을까? 근데 괜찮을 거 같아. 난......... 난 그냥 이렇게 살고 싶어. 난.......... 그래야 돼. 그래야 된다. 

행복해. 

내 안에 정말 아름답고 깨끗한 무언가가 있는데. 그걸 잊고 있었는데. 뭔가 다시 올라와. 그게. 걔는 너무 무적이고 강해. 걔는 너무 멍청해. 멍청해서 내가 짓누르고 있었는데 그래서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난 걔가 날 영영 떠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아닌가 봐. 이런 게 초월인가 봐. 내가 그때 뭔가를 써놓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그걸 읽기만 해도 난 그때의 나로 조금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 나를 믿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믿자. 좀 더. 사람을 믿어보자. 사람을 믿는 건 너무 멍청한 짓이라고들 하지. 난 멍청한 짓만 골라 한다. 그 편이 아름답고 재밌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기대를 좀 하려고. 실망하더라도. 기대하려고. 기대하고 또 기대하려고. 제발을 외치려고. 제발. 제발을 외치고 싶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