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0일 일요일

육부육

가령 밀가루로 작은 생물을 본뜬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움직이고 눈물도 흘린다면 그건 고기일까 아닐까. 아예 인간 모양이라면 어떨까, 제발 날 먹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밀가루 인형을 깨무는 건 식인일까?

조선 후기 문인인 성대중이 쓴 청성잡기에는 입맛이 까다로웠던 권력자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당대의 한 세도가가 음식으로 사치하다 망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近聞一勢家作湯餅,如孩兒五官四支無不具焉,匪久敗滅云。근래에 한 세도가에서 떡국을 만들면서 사람의 오관과 사지를 모두 구비한 어린아이 모양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멸망하였다 한다. (청성잡기 제3권)


오관은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 눈, 코, 입, 귀, 피부를 말한다. 그 집 떡이 얼마나 정교한 어린애 모양이었을까를 상상할 수 있겠다.

기록된 인간 모양 조소 작품들은 대부분 강한 종교적, 제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 모양으로 빚은 떡은 밥상보다는 무덤에 더 어울렸을 것이다. 진시황릉에 도열한 토우 병사들같이. 주인이 아플 때 환부를 부수기 위해서 공들여 만들었다는 조몬 차광기 토우같이.

그러고 보면 식품을 인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든 사례 자체가 이상하리만큼 드물다.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인간> 모양을 만들자면 곡물을 빻고 뭉쳐 주무르고 가열하는 방법이 가장 쉬울 테고, 그러면 아무래도 만드는 과정에서도, 식감 상으로도, 정말로 인간을 먹는 듯한 불쾌한 기시감이 들 것이다.

다만 터부들이 늘 그러하듯 그것을 교묘하게 비튼 유사한 시도는 오히려 환영받는다. 흰 초콜릿을 입힌 반구 모양 과자에 분홍색 장식을 올린 요리가 유럽의 왕실들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요리의 이름은 비너스의 젖꼭지(Téton de Vénus)다. 지역에 따라 과자 대신 고기 완자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 마리아의 아들은 떡을 떼고 포도주를 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내 살과 피다.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다음 순간에는 호빵맨을 떠올리게 된다.

2017년 4월 6일 목요일

박물지 서문

박물은 얇아서 박물. 많아서 박물.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백과사전에 없는 말을 찾으면 어지러워졌다. 어지러워지는 게 좋아서 자꾸 모르는 것을 생각해냈다. 질문 있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늘 같은 말로 대답한다. 제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겠는데요.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을. 옳지 않을지도 모르는 의견을. <사실>도 아닌 <의견>을. 좋은 것은 좋아서. 싫은 것은 싫어서. 재미있는 것을 상상하고는, 그게 실재하지 않는 게 아까워서 사실인 척 끼워넣기도 할 거다.

자의적으로 작동하는 책임 의식과 그럴싸하게 반짝거리는 모조 과학으로, 씁니다, 박물지,

그건 아마 멸절당한 족속의 윤리일 거야―박물학자라는 작자들 말입니다. 어차피 내가 아는 박물학자들은 다 죽었으니까 너 같은 건 박물학자가 아니라고 말할 사람도 이제 없다. 정말 근사한 일이다.

2017년 4월 1일 토요일

[4호 서신]


*만우절
 - 이 서신은 거짓이 아님.

*사용조례 대폭 개정
 - 최소한의 관리 체계와 사용 방법이 정해졌다는 판단하에 사용조례를 대폭 업데이트.

*관리대장 기록 시작
 - 곡물창고 운영에 있어서 기록해둘 만한 점들을 기록으로 남김.

*<저장고> 태그
 - 완결된 태그 시리즈에 붙임.
 - 권한 해제된 필진의 글에 붙임.

*월별 템플릿 저장
 - 창고 구글 계정 구글 드라이브에 폴더 생성.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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