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0일 월요일

쥐 마술 ❷

“잘라내야 해. 무섭다고 해서 안 할 수는 없어. 다행인 점이 있다면 다른 이유로 절단하는 사람들보다는 덜 아플 거라는 거야. 괜찮아. 충분히 설명해줄게. 나도 그렇고 게친도, 아이들에 대해 알거든. 영리하고 용감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생각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지.”

게친이 방을 나가는 소리에 고야의 어깨가 움찔했다. 고야가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11년 된 시야 속에 게친의 뒷모습이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먹을 걸 좀 가져올게. 목소리가 와서 말했다. 머뭇거리던 고야가 다시 루틀리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는 아직 뒤에 둔 채였다. 루틀리지는 재촉하지 않았다. 눈동자까지 돌아온 다음에야 그는 입을 열었다.

“마술 얘기부터 해야겠구나. 마술사를 본 적 있니?”

고야가 손가락을 들어 루틀리지를 가리켰다. 루틀리지가 웃었다.

“어떤 이는 평생 서넛 보기도 어렵다지만,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대개 마술사도 한둘 있기 마련이야. 나타난 지 오래됐으니 본 적은 없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지. 하지만 마술에 대해서는 대개 제각각 상상하고는 하더구나. 일반적으로는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인 것을 먼저 떠올리는 듯해. 성벽을 무너뜨리거나 숲을 불태우는 스펙터클한 거. 있긴 하지만 그게 주류는 아니야. 마술사는 연구자나 학자에 가깝단다. 강조하고 싶은 건 그리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거야.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 떠오르는 것일 수도 있어 의지와 무관하게. 뭐가 됐든 계속 어른거리는 유별난 것이란다.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도... 너무 작아서 살점째 도려내지 않는 한 계속 남는 가시 같은 거. 모든 마술사에게는 그런 게 있단다. 예를 들어볼까?”

고야는 발 하나를 뒤로 뺀 자세 그대로였다.

“어떤 마술사는 손바닥 위의 조개 껍데기를 볼 때마다 금화 한 닢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 닮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누군가는 절망을 느낄 때마다 타들어가는 개를 본단다. 어떤 자의 머릿속에서 돌은 움직여야만 하는 종류의 것이야. 그들 머릿속에 왜 그런 생각이 있는지는 몰라. 그건 오직 당사자만이 알고 있고 알 수 있을 일이지. 그래서 마술이란 무엇일까? 조금 어려운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내 결론은 그렇단다. 마술은 사물에 대한 강령술이야.”

루틀리지가 잠시 숨을 골랐다.

“그 말은 탁월하게도 많은 것을 설명해준단다.”

조금 춥다고 느낀 고야가 팔을 어루만졌다.

“마술이 강령술이란 것은, 고야. 옳은 일이 아니라는 뜻이야. 마술은 거스름돈을 버려야 하는 교환이란다. 차를 우린다고 해서 잎이 몽땅 물이 되지 않듯 말이다. 물 밑에는 예외 없이 찌꺼기가 가라앉아 있지. 마찬가지로 마술 또한 사용할 때마다 찌꺼기가 남아. 그 찌꺼기를 앙금이라고 부르는 거고. 앙금은 실체가 존재하는, 물질이란다. 무겁고, 끈적하고, 쌓이고, 달라붙는 성질을 가졌어. 앙금은 마술사를 파괴해. 모든 마술사는 수명이 짧단다. 그래서 마술사들은 좀처럼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지. 일찍 죽기 때문에. 그뿐이면 얼마나 좋겠니? 마술은 타인 또한 파괴해, 고야. 누군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의 몸에 앙금을 수집하지. 그 결과가 괴사 중인 네 손가락이야.”

고야가 자기 약지를 옷소매 안으로 감췄다. 다 해진 옷소매가 덜렁거렸다. 게친이 빵 두 개를 들고서 돌아왔다. 방금 감춘 손을 다시 꺼내어 고야는 빵을 받았다.

“누군가가 사용한 마술이 앙금을 만들어냈고 그게 네게 간 거야. 누가 널 미워했다는 뜻은 아니란다. 네 잘못이 아니란 소리야. 그저 불운이란다. 많은 이들이 이 현상을 연구했지만, 여기에는 아무런 법칙도 없었어. 그냥 네가 당했을 뿐. 널 그렇게 만든 마술사조차 자신이 누굴 죽이고 있는지 몰라. 나도 그래. 내가 만든 앙금이 누구에게 갔는지 모르지. 몇 명인지도 모르고 만나도 알아볼 수 없어. 그러나 모든 마술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 우울증에 걸릴 만큼 오래토록. 지금도 하는 중이야, 알겠니?”

고야는 받아 든 빵을 먹지 않고 내려다보았다.

“모든 마술사는 다른 마술사의 피해자이고, 모든 마술사는 다음 마술사의 원인이란다. 다른 경우는 없어. 그래서 우린 어린아이를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는 강령을 만들었단다. 외면을 외면하자는 강령. 죽거든. 내버려두면 죽어. 손가락에서 시작하지만 얼마 안 가 몸 전부가 괴사하니까. 그게 네 손가락을 잘라내야 하는 이유란다.
하지만 끝은 아냐. 잘라낸 자리와 잘라낸 약지 사이에 이걸 끼워서 봉합할 거야. 마술 원반이라는 건데, 마술 반지라고 부르기도 하지. 괴사를 해제한 다음, 네 몸에 흐르는 앙금을 조절해 마술을 부릴 수 있게 해줘. 앞서 말한 모든 것을 감안한 후에도, 그럼에도 네가 마술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 그때 네가 그것을 할 수 있게 해줘. 이 반지가 우리가 발명한 윤리란다. 마술 윤리. 나도 네 나이쯤 이걸 했지. 어떤 마술사가 나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거든. 심지어 그는 나보다 어렸어. 그때는 나도 너처럼 이게 다 무슨 소린가 했단다. 무섭지, 고야. 무서워해도 돼. 우리가...”
말하려다 말고 루틀리지가 침을 삼켰다.

“아니, 네 공포는 어차피 지나갈 무서움이니까. 손가락을 내밀어 주겠니?”
“그런데 왜.”

고야가 말했다.

“키울 수는 없다고 말한 거예요?”

루틀리지는 놀랐다.

“우린... 그냥... 형편이 좋지 않거든.”

민망했고 슬펐다. 고야의 얼굴에 수많은 얼굴이 겹쳐졌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 부모가 되어줄 사람을 찾아줄 거니까.”
“저는 두 개예요.”
“두 개?”

게친이 먹던 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빵은 데굴데굴 굴러서 루틀리지의 발에 닿아 넘어졌다. 게친이 멍청한 표정으로 넘어진 빵을 바라보았다. 빵이 여전히 손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친이 앞으로 걸어갔다. 넘어진 빵을 들어 올리자 그녀의 양손에는 베어 문 자국까지 똑같은 빵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다른 손에도 있어요.”

루틀리지가 그 말의 의미를 깨닫기 직전이었다. 둔탁하게 툭툭 떨어지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빵에서 빵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닥을 때리면서 툭, 투둑, 툭툭. 이제 모두 열 개가 된 빵이 데구르르 구르다가 제 풀에 멎거나 서로 부딪혀 나뒹굴었다. 고야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의 오른손에 왼손과 마찬가지로 표백된 듯 새하얗게 멍든 약지가 보였다. 빵에 털이 돋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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