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아래. 남들 다 그 길을 잘 건너길래 나도 그냥 건널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다들 어떻게 건너는지 지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발에 힘을 꽉 주어서 바위를 딛고, 지구력. 커다란 암벽에 몸을 바짝 대고 손으로 짚어 무게를 안정적으로 분배하기. 다시 시도해 봤다. 암벽에 몸을 바짝 대니 암벽이 무서웠다. 바위에서 발이 미끄러져 아래에 흐르는 얕은 물 위로 크게 넘어졌다. 기어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A와의 결혼식 전날 밤. 식을 취소했다. 그 비용으로 인터넷을 통해 벼랑 아래의 길을 다듬어 줄 작업자를 찾아 방문 상담을 요청했다. 늦은 시간인데 곧바로 작업자가 집으로 찾아왔다. 사돈에다가 팔촌까지 다 데리고. 결혼을 미리 축하하려고 온 나랑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심각해졌다. 오래전 연락조차 끊긴 B까지 와 있었는데, B에 대한 반가움과 A, B, C, D 모두를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뒤로 하고 나는 작업자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이 집에서 다른 동네로 가는 유일한 길이 있어요. 나는 그 길을 못 건너요. 길을 다듬어 주세요.”
“어떤 길이지?”
“벼랑 아래입니다.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깔려 있고요, 물이 조금 흘러요.”
“빠르게 마칠수록 비용은 올라가.”
“어떤 길이지?”
“벼랑 아래입니다.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깔려 있고요, 물이 조금 흘러요.”
“빠르게 마칠수록 비용은 올라가.”
큰 돈을 건넸다. 풀벌레 소리, 잘못하고 있는 기분. 나눌 말을 마쳐서 우리는 집 쪽으로 몸을 돌려 걸었다.
“마침 비슷한 일을 마치고 인도에서 방금 귀국한 거야.”
“정말요?”
“정말이야. 나는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은 인물이거든.”
“정말요?”
“정말이야. 나는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은 인물이거든.”
문을 열자 작업자가 데리고 온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모든 걸 망가뜨릴 수 있는 아이들 같아서 무서웠다. 성인 여자들은 C에게 집중하며 시끄럽게 떠들고 손을 뻗어 건드리는 식으로 괴롭히고, 성인 남자들은 D의 잔을 계속 채우며 술을 마시라고 부추기는데, D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억지로 웃고 있었다. B는 또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다. A도 맞은편에서 나처럼 멈춰 있었다.
“그만해! 제발 그만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제발 다들 멈춰! 내가 여기 주인이야!”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음악을 틀었다. 아주아주 크게 틀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제발 다들 멈춰! 내가 여기 주인이야!”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음악을 틀었다. 아주아주 크게 틀었다.
그러자 C를 괴롭히던 성인 여자들이 나를 껴안고 춤추기 시작했다. 누군가 모자를 벗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버렸다. 그들은 내게 그 커다란 깃털 모자를 씌우고 조잡하게 화려한 노란색 드레스를 몸에 대충 끼워 넣었다. 누군가 소리쳤다.
“웨딩드레스네요!”
해방된 C가 내 모습을 보고 웃었다. 그래서 나도 웃게 되었다. C도 춤추는 성인 여자 무리로 뛰어들었다. 성인 남자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자 D가 숨을 돌리며 물을 마시는 게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분 좋게 손인사를 했다. 아이들이 음악 덕에 즐거웠는지 더욱 미쳐 갔다. 빙빙 돌아가는 시야 속에서 아이들이 미친 것 같을 정도로 즐거운 건 보기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A가 없어졌던 B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꼭 체포당한 것 같은 B의 꼴이 웃겨서 크게 웃어줬다. 마찬가지로 B도 내 꼴을 보고 웃었다. 대부분이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웃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자 작업자와 그의 무리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집에 있던 값나가는 물건들과 함께. 거실 소파 중앙에 어제 입었던 드레스가 곱게 접혀 있었고, 그 위에는 그들이 내게 씌웠던 모자가 얹혀 있었다. 깃털이 똑바로 세워진 채로.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작업자는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었고, 나는 다른 동네로 가지 못할 것이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벼랑 아래의 길을 다듬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광고한 사람이니까. 그들은 이런 식으로 유랑하며 생존해 왔던 것이다. 결혼식은 내가 취소해 버렸기 때문에 못하게 되었다. 여기와 저기에서 자고 있는 A와 B와 C와 D를 바라봤다. 사랑하는 이들이 평온한 잠에서 깰까 봐 두려운가? 두렵지 않다. 발에 남은 긁힌 자국과 함께, 다시 그 길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