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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오게 두어라: 부동층 (19년 11월 다섯째 주)


"Lich Queen Mei" BY VanHarmontt

PIMPS 시즌2를 마치면서, 11월 다섯째 주에는 향후 남한과 세계의 정치를 크게 좌지우지할 내년 21대 총선의 키 플레이어, 민주주의 대축제인 선거판의 영원한 숙제이자 주인공, [부동층]을 다룬다. 부동층이란 뜰 부浮 자를 써서 어느 한 편에 마음을 붙박지 않고 이리저리 떠다니는 투표층을 뜻한다. 언뜻 아니 부不 자로 혼동되어 ‘움직이지 않는 층’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실은 유동층과 그 의미가 같은 단어이고, 흔히 고정층의 반대말로 쓰인다. 선거는 고정층을 단속하면서 부동층 표심을 잡아야 이긴다고들 한다. 30.5에 20.5를 더해 51을 만든다는 얘기. 이리저리 떠다니는 부동층의 기묘한 균형감각은 ‘좌-우 사이에 중도파가 있다’는 식의 2차원적 착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그리고 그것이 부동층 본인들의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부동층에게도 움직이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믿음의 없음이다. 믿음이 없다는 것은... 믿음이 없다는 뜻이다. 부동층에게 있어 선거란 ‘우리편 이겨라’가 아닌, ‘이기는 편이 내 편, 진 편은 너네 편’인 싸움이다. 그런 종류의 참여로 무슨 재미를, 열광과 낙담을 느낄 수는 없다. 이들은 선거로부터 단지 ‘효과’를 추구할 뿐이며, 선거에 참가하는 이들 중 이들보다 더 ‘선거를 통한 변화’의 요체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없다. 특정한 종류의 집단 인사권을 발동시키는 일일 뿐인 선거 제도가 민주주의의 총화로 상찬되는 데 대한 냉소적인 회의감이, 선거가 실은 정치로부터 대중을 소외시키는 수법으로 작동하고 있음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자각이, 이 부동층을 사로잡고 있다. 무엇보다 ‘저 새끼들만은 절대 안 된다’를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규정하는 고정층과 비교하자면, 부동층은 ‘그런 건 믿지 않는’ 이들이다. 저 개새끼들과 이 개새끼들 사이의 차이를. 이들에게 있어 정치란 일어날 일(아마도 우리가 선거만으로는 절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힘들에 의한)의 연속적인 일어남에 불과하며, 선거란 그러한 어차피 일어날 일들을 대표할 얼굴들을 바꾸는 일일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얼굴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점에서, 아예 선거판에 끼지 않는 기권층과 이들은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정치는 하나의 끝나지 않는 연극이고, 정치인들은 배우들이며, 선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승리자가 되는 가장 쉬운 길은 패배자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들보다 더 잘 이해하는 이들 역시 없을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패배자는 누구인가? 당선인이다. 부동층은 자신들이 무엇보다 ‘해임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것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이들은 어딘가에 뭘 걸어 보고 싶다기보다는, 도박판의 승부를 조정하는 진정한 주인, 균형의 수호자가 되고 싶은, 테이블 바깥에서 무조건 이기고 싶은, 진정하고도 최종적인 정신-승리를 유지시켜 보려는, 무책임을 잘 배운, 자신의 내용을 갖지 못한 채 도착적 현실주의에 붙들린 주체, PIMPS가 추구하는 종류의 위기적 인간상에 꼭 들어맞는, 그림자다. 부동층은 ‘좌도 우도 아닌 중앙값’이 아니다. 좌인 동시에 우인 존재다. 진실로 이들이 선거의 최종 결과를 결정하는 그림자라면, 선거라는 양식 위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은 부동층의 이념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즉 선거는 이 대단한 평화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수립한 제도이며, 선거는 이들의 이념 그 자체다. 그리고... 이들은 오늘날 전 세계적인 상황 관리의 실패를 맞이하고 있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이제 부동층은 그게 무엇이든 뭔가를 진정으로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균형의 유지를 통해 실현시켜 오던, ‘조금 더 낫게, 다만 지금 이대로!’라는 이념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만약 한 명의 정치인으로 볼 수 있다면 부동층 씨는 명백히 큰 위기에 빠져 있는 정치인이다. 이전까지는 다들 부동층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제는 욕을 먹을 차례다. 그를 적대하면서 회유하고, 또 살게 하는 온갖 것들, 언론과 일터와 향락과 도박이 그 귀에 대고 속삭이고 있다. ...우리는... 굶주렸다. 네? 뭐라고요? 이 미증유의 위기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솔루션은 없다. 이것으로 PIMPS를 두 번째 마친다. 세 번째는 없기를 바란다. 그간 읽어 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추천 아이템: 팝콘

2019년 11월 15일 금요일

트로이의 목마: 김여정 (19년 11월 셋째 주)



시간이 왜 이리 빠른지 모르겠다. 매주 연재를 다짐했건만 이제는 거의 월 단위로 늘어져 버렸다. 남한 최고의 정치혐오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나 자신의 정치혐오에 밀려 버렸기 때문? 정치 참 어렵다... 세어 보니 시즌1에는 총 11명을 다뤘다. 시즌2는 이 편으로 11명째다. 그러면 대충 타이밍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접을 타이밍... 마침 누가 어느 자리로 입각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온갖 썰들이 오가며 옥신각신, 다들 예민한 총선 페이즈로 돌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누굴 함부로 다루기(PIMPS는 그 누구도 함부로 다루지 않습니다)도 위험하다. 지금까지 엥간한 정치인들에게 다 솔루션을 줬다. 국내에서 남은 이를 꼽자면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정도인데, 그쪽은 어차피 알아서 열심히 하는 편이고, 안 그래도 너무 화약고라 세간의 너무 큰 관심은 부담스러운 PIMPS의 입장에서는 곤란하다. 이번 주 대상으로 고려해 본 다른 사람은 하태경과 오신환. 하지만 문재인도 나온 판국에 급도 안 맞을뿐더러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정도 안 가는 녀석들... 시즌2의 종료를 앞둔 시점, PIMPS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시야를 넓게 가져가면서, 북조선의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여정(the 백두혈통)을 다룬다. 이쪽은 다른 의미에서 위험하긴 한데 문재인이 탄핵이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뭐 별일 있겠나? 공안과의 자비를 빈다...

언제나 기적의 균형감각을 추구하는 PIMPS의 시선을 잡아끄는 차세대 정치인, 김여정은 비록 선출직은 아니지만 내 또래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잘나가고 있는 정치인이라 봐도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언제 둘이 한 번 만나도 좋겠다.) 작년, 김여정이 맵시 있는 차림새로 방한해 턱을 비스듬히 쳐들고 공항... 기차역... 서울... 청와대를 활보했던 일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 아니었던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좌우와 여남, 소노 모두의 관심이 약간 저속할 정도로 폭발해서는 사진을 마구 찍어 주고... 특히 정치로부터 대체로 자신들을 소외시킨 상태인 남한의 젊은이들에게, 그 장면들이 주는 느낌이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정치인은 좌우지간 인지도가 깡패다. 깡패로 치면 김여정은 세계구에서도 악명 높은 로켓맨(세계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금발 깡패에게 나이를 갖고 패드립을 쏟아부을 수 있는 최고 crazyguy)의 오른팔이자 친동생, 이웃 나라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보다 먼 나라들에서도 알아주는 그런 깡패(참모형)다. 우리가, 각기 이천만-1억2천만-13억 이웃 나라의 무수한 정치인들 중 아는 이는 도대체 몇 명인가? 아마도 10명 내외일 것이고, 김여정은 거기에 껴 있다. 내 또래 우리의 하찮은 이름들 중 몇 개가 그렇겠나?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떠나면 아이돌 정도밖엔 없을 것이다. 그런 김여정을 위한 솔루션이 필요한 까닭이 있다면?

정치인에게 있어 인지도가 대단한 자원인 것은 그들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라는 방식으로 심판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여정이 압도적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그걸 사용할 일이 딱히 없다면? 이대로 오빠의 만년 비서로 머무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면? 과연 일각의 예측대로, 김여정은 쿠바에서와 유사하게 오빠로부터 징검다리 수평 승계를 받을 수 있을까? 김여정이 차차차..차차기 통일 반도의 대통령으로 밀어지고 있다고 하는, 어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느낌의 소문이 돌고 있는 실정은? 자, 김여정을 위한 전략은 예전에 다 짜 놓았다. 그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 세 가지 요소를 쥐고 있다. 1) 혈통, 2) 명성, 3) 젊음. 이 셋을 장점으로 구부려야 한다. 상당히 급격한 민주화를 이룬 편인 남한, 북조선보다야 낫다지만 그래도 전근대를 아직 완전히는 벗어나지 못한 이 나라 정치판에서도 혈통은 당연히 중요하며, 혈통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 특정 계층에는 아직 혈통이 어필하기 마련, 좋은 혈통이면 물론 좋지만 적의 혈통이라면 곤란, 그러므로 그의 혈통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첫째 솔루션은 탈북이다. 탈북한 김여정이 받게 될 어마어마한 세계적 관심, 악명을 명성으로 바꿀 다음 솔루션은 정치 유튜버 데뷔. 다이아 수저 내던지고 오빠한테 재떨이 집어 던지고 나왔다는 컨셉으로 이런저런 정견과 사견을 발표하며 남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금을 마련한 뒤, 젊은 피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정무 경험을 내세워 안철수를 누르고 ‘제3세력’의 대표 얼굴로 나선 다음 김종인을 참모로 영입하면? 80년대생 기수와 80대 러닝메이트? 청년 정치 청년 정치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한국 정치에 이보다 천벌 같은 청년 정치도 없을 것. 이거는 이 자체로 이미 대권 로드맵이다. 폭풍이 불어닥치는 예감? 목표는 통일? 판사님, 저는 이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추천 아이템: 마이크 좋은 거, 멋진 글씨 전향서, 몇 가지 개인기와 유행어.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모두를 행복하게: 쟁 니 (19년 10월 넷째 주)



PIMPS는 패배주의와의 정면투쟁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정치 과몰입으로 나를 몰아세운 이 사회 덕분에 영 힘들었던 두 주를 거르고, 시월 넷째 주는 우리의 ㄷㅌㄹ 쟁니를 다룬다. 내가 예전부터 非文이어 왔지마는, 앉아서 서서 욕을 욕을 하면서도 국가 지도자의 [존함]은 피휘하는 것이 또 우리의 빛나는 전통이다. 쟁니는 지난 두어 달 조국의 일로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는 듯했다. 결국 조국 사퇴 뒤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는데, 진작에 그랬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고, 현대 사회에서는 정치 행위의 핵심이라고나 할 ‘관리’가 참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이 정권의 최대 리스크 둘; 극렬 지지층과 극렬 반대층은 이 일을 계기로 서로 명분 부족의 억지를 부려대며 자신과 주변을 동원했고, 그걸 또 편들기 위해 욕하기 위해 좌우와 보혁, 민진과 좌좌가 편편에 편편/편편, 편/편으로 갈려 피차 명분 부족의 말다툼으로 빨려 드는... 맞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구조적으로 한 사람도 있을 수 없게 되는, 누구나 조금은 억지를 쓸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린, 내가 느끼기에 지난 국면 한국의 공론장(이런 게 정말 있다면)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적대적 공생과 기생이 마구 뒤엉킨 무능의 대향연, 엉망 개박살이었다. 정녕 이것이...? 언론, 검찰, 교육, 민주주의, 정치, 계급, 대중, 진보...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이었든 하여튼 뭔가가, 모두의 어떤 무기력과 신경증이 폭로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난 시간 누구나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니면 말고...) 우리 앞에는 다시 여러 과제들이 제출되어 있다. 그 과제들은 우리에게 옛 보수정권 때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입체적인 사고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것은 PIMPS에게도 그렇다. 결국 이 타이밍에 다룰 만한 사람은 쟁니밖엔 없다는 결론. (고백하자면 지난주에 엘리자베스 워런 편을 쓰다가 말았다.) 본래 ㄷㅌㄹ의 ‘그 일’을 맡은 사람은 탁 씨였는데,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 뭔가가 예견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인사 문제를 두고 서로 썩 넉넉치 않은 명분을 쥔 채 생즉생 사즉사의 싸움으로 내몰리는 고통스런 광경? 사람이 문제다? 흐트러진 지지율이야 어떻게든 다시 그러모을 수 있겠지만 불안 요소는 부유층의 큰 증가, 보수권이 극우화되고 중도파는 결집되지 못하는 사이 BH가 직접 핸들을 우로 틀어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는 신호는 어렵지 않게 감지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와 마찬가지 양상으로, 이 또한 총선을 위한 훼이크(더블 훼이크?)일까? 아니면 결국 ‘야 실제로 해 보니까 이거 안 돼’인 걸까? 과연 이대로 참정 시즌2의 그림(여기저기서 고사 지내는)이 반복되는 것일까? 대마大馬를 다루자니 서두가 거창했다.

사실 ㄷㅌㄹ을 위해서는 깨작깨작 뭐 머리 밀고 안경 벗고 하는 그런 잔재주로는 안 된다. 이미 그 모든 일들을 거쳐서 그 자리에 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ㄷㅌㄹ이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면, 천하를(좁은 천하지만) 흔드는 스케일, 한 명이 아니라 만 명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큰 계책이 요구된다. 최근 정치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거 아니냔 얘기까지 듣는 쟁니를 위해 PIMPS가 자신 있게 내놓는 특급 제안: 만났다 하면 히죽히죽, 쟁니에게 꾸준히 호감을 표시해 오던 재용과 의삼촌-의조카 맺기. 즉, 현대 의학 최전선에 누워 불멸의 꿈을 꾸고 있는 건희와 영혼의 의형제 결의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나치게 복잡해진 한국 정치를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는 특급 카드다. ‘국정 농단 연루’와 ‘탄핵 후 당선’이라는, 각기 정통성에 사소한(?) 흠결이 있는 재용과 쟁니에게 있어서, 호시탐탐 그들의 경제적-정치적 권좌를 노리고 있는 홍석현을 제끼기에 이보다 더 윈윈인 전략이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입으로 자유를 외치며 국가를 기업의 보조기관으로 묶어 두려는 우리 자유시장충들(정중히 사과드립니다)의,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자신들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끝나지 않을 그 규제완화 난동을 일거에 만족시킬 수도 있으며, 요즘 세계적인 국가 경영 트렌드(미·중 참조)인 ‘첨단기업의 재력-기술력과 결합한, 대중적 지지를 적정선에서 재생산해낼 능력을 갖춘 국수 포퓰리즘적 엘리트 과두정’의 수립도 물 흐르듯 가능해진다. 사회적인 힘들을 어떤 방식으로 한데 묶을 것인지를 언제나 고민하는 민주당의 공학적 정치 스타일에 딱 맞는, 이런 게 바로 모두의(대략 2/3의) 열 걸음 아니냐? 이 정도면 안철수부터 유승민은 물론이고 황교안, 홍준표 선까지도 쉽게 정리된다. 그리고 다음 스텝: 건희와 한날한시에 죽기로 맹세한 이상 쟁니도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러면 임플란트 따위 문제가 아니라, 삼성병원이 나서서 초혁신적인 초의료기술을 총동원해 쟁니를 사이보그로 만들어 줘야만 한다. (못하겠다면 만들어 줄 때까지 매주 토요일 모이면 되고.) 대외적으로 그보다 큰 산업기술력의 홍보가 없을 것은 물론이요, 포스트-쟁니 문제와 관련된 극렬 지지층의 이런저런 자해적 활동도 ‘건강하게’ 정리된다. 한편 86세대를 뒤늦게 벤치마킹할 셈인지 자기들도 무슨 반독재 투사가 되어 보고 싶은 듯한 우파들, 자기들도 탄핵이란 것을 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난 그들이 BIG BROTHER를 그토록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그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만들어 주면 된다. 이건 마찬가지 의미에서 왼쪽 마이크들에도 좋은 일로, 모든 것을 욕하는 것으로 모든 일을 땡치고 싶은 사람들이 그냥 맘 편히 모든 것을 욕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길이기도 하다. 하여튼 모두가 인터넷 같은 데서 욕만은 맘껏 할 수 있게 해주면 되고, 그걸로 모두가 넉넉히 만족할 것이다. 좌우 전 인민의 유튜버화를 통해 영애가 못다 이룬 창조경제의 꿈이 이뤄진다면 그런 것이 바로 호혜,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뭐 그런 거 아닐까? 이렇듯 남쪽을 평정한 다음 이재용이 다시 김정은과 의조카를 맺도록 주선하여 반도 최고 권력의 두 가문 3대를 한데 모으기까지 한다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일을 두고 하는 얘기다. 쟁니의 업적이 얼마나 길이 남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PIMPS는 항상 최선의 길을 제시한다. 미래나 뭐 그런 건 신경 안 쓴다...

※추천 아이템: 니의 유전자를 통해 양성한 슈퍼 특전사 부대(검·경·광장의 제압), 개와 손주와 여사님이 나오는 쟁니 조연의 요리 육아 애견 리얼리티(공중파 제압), 이낙연 하차 후 새로 영입된 MC총리 박나래가 진행을 맡는 청문 서바이벌 프로듀스 국무회의(케이블 제압), 재용&정은 쌍왕자TV 개국(유튜브 제압).

2019년 10월 5일 토요일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박용진 (19년 10월 첫째 주)




도대체 내가 왜 이걸 쓰고 있는 거지... 시대의 명령이냐? 아닌 것 같은데... 긴가민가한 상태로, 이번 주 PIMPS는 우리 회사 부장님을 쏙 빼닮은 민주당 초선의원 박용진을 다룬다. 그간 최소 장관급 정치인들만 다뤘기 때문에 갑자기 격이 훅 떨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정권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를 이 시점 박용진은 상당히 중요한 사람이다. 박용진이 누구인가? (이 뒤로 재미없는 얘기☞) 분류하자면 그는 진보적 실용주의자다. 약 20년 전 민주노동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박용진, 진보신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합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지난날 사분오열된 좌파들이 선거를 앞두고 온갖 텐트 얘기로 날을 지새던 난세에, 그는 민주당까지도 포함하는 초대형빅텐트(‘대연합’!)에 기울었다. 노·심의 뒤를 이을 만하다 여겨지던 촉망받는 젊은 진보 정치인이 민주당으로 가 버린 일은 남은 사람들을 꽤 낙심시켰고, 당연히 변절자 소리도 들었다. 괘씸한 개량 녀석... 민주당에 간 뒤에는 비주류라는 위치 덕이었는지 당내 극한 갈등 가운데서 줄기차게 대변인직을 맡다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에게 깜짝 발탁, 원내에도 진출했다. 의원이 된 뒤에는 삼성 문제를 꾸준히 팠으며, 유치원 3법으로 얼굴과 이름을 크게 알렸다. 작금의 조국 임명 국면에서는 비판적 입장을 냈다가 정권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엄청 먹었다. 관련해서 유시민과의 잠깐 논전은 그 수준이 좀 낯간지럽긴 했지만, 역사의 막중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리버럴 왼쪽으로서  정권에 속했다가 부침 속에 패장이 되어 좌파 근처까지 쓸려 나왔던 78학번 유시민은 文 정권과 함께 정파의 대변인으로 컴백했고, 민주당이 86세대를 추수해 간 직후의 황무지에서 좌파로 시작한 90학번 박용진은 10년을 버티다 혼자 민주당으로 들어가 또 10년이 되기 전에 초선의원이 되어 소장파 취급을 받는다. 유시민은 좌파한테 욕 먹을 게 뻔한데 당적도 없이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며 정권의 입 역할을 도맡았고, 박용진은 정권 지지층에 욕을 먹으면서도 좌파적 민심(?)을 대변하며 당내 비판자 역을 자처했다. 이건 그야말로 대단들하신, 슬픔의 다크히어로들 아니신가? 한 번 꼬이고 두 번 꼬이고 세 번 꼬인 다이내믹 코리아의 정치판, 솔직히 좌파 입장에선 허탈한 웃음만 나오는 상황...

오늘날 그를 중요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비문(?)-민주당좌파(?)-실용주의자(?)라는 기묘한 포지셔닝 때문이다. 이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사람은 딱 한 명 더 있을 뿐(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건 미묘한 체크무늬 마이를 입고 벌이는 아슬아슬 줄타기다. 그게 되려면 말을 교묘하게 할 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핵심 메시지를 지켜내면서 시류를 읽는 감각도 있어야 한다. 몇 번 미끄러지긴 했어도 지금까지의 곡예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박용진이라는 카드는 당장 보면 딱히 쓸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어쩐지 버릴 수는 없는 카드다.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이걸로 어디? 하며 아크로바틱하게 자꾸 흔들고 싶은 것. 다가오는 선거제 개편과 연립 정권 국면까지 고려를 했을 때 그의 중량감은 여하간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권한이 주어졌을 때 무슨 짓을 할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그 나이부터 이렇게 스케일을 크게 그리면서 정치하는 사람은 잘 없다. 그런데 그런 박용진이가 도대체 뭐가 문제냐? 좀 갑작스런 얘기지만 친구가 없다.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김종인 옆에서 오랜만에 화색이 좀 돌았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지금은 영 외로워 보이니 빨리 친구를 만들어라.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어도 우수에 찬 눈매는 감추기가 어렵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의 마니또라도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정 어려우면 임시로 손인형을 끼고 다녀도 괜찮을 것이다. 당연히 이름(영길이, 종인 Jr... 뭐든)도 붙여 줘라. 바쁘겠지만 시간을 짜내 취미로 복화술을 연습하는 것도 추천한다. 한 입으로 두 말 세 말 정도는 할 줄도 알아야 한다. 586이나 그 위 등등이 뭐라 할 때 욕을 해버리는 데에도 좋겠다. 그 다음은 범생이 같은 머리 모양 바꾸기. 도대체가... 지금처럼 한쪽으로 넘겨 특유의 시그니처 실루엣을 몇 십 년 유지하는 것까지는 좋은데(큰 꿈을 꾸는 정치인들은 다들 그렇게 한다), 더 이상 자신이 젊은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옛날엔 산뜻한 느낌 비슷한 게 있었지만 더는 아니라는 얘기. 그거가 정진석 머리(비열해 보인다는 뜻)다. 문재인과는 가르마를 반대로 타보겠다는 전략일까? 적당히 거리를 둬야 좋지만 너무 치우쳐서도 안 된다. 1) 모나지 않게 균형을 추구한다 2) 젊은이들과 호흡하기 위해 노력한다 3) 유일무이한 실루엣을 획득한다 의미에서 아프로 정도가 잘 어울리리라 본다. 대성공한 사례도 있으니 마땅히 본받을 필요가 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 터지게 심란했던 다사다난 진보 정치인 시절을 되새길 수도 있을 터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함께 김종인계였던 이언주, 저 끝까지 쭉 달려가 버린 그와도 좋은 대비를 이루지 않을까? 이언주 이야기까지 나오고 보니 이제는 완전히 지쳐 버린다. 박용진... 화이팅...

※추천 아이템: 좌파를 상징하는 조끼, 우파를 상징하는 나비넥타이, 나이를 감출 수 있는 화이트닝 크림. 

2019년 9월 23일 월요일

격돌! 대권훈련소: 낙연/교안 (19년 9월 넷째 주)



9월 넷째 주 PIMPS는 현 시점 대권주자 지지율 1위와 2위에 빛나는 이낙연과 황교안 두 사람을 함께 다룬다. 둘을 묶는 것은 여야의 밸런스를 맞추는 공정한... 그런 뜻은 없고, 다른 뜻도 없고, 두 사람이 여러 가지로 서로 비슷한, 이대로는 별 가망이 없어 보이는 동병상련의 처지이기 때문도 아니고, 단지 서로의 이름의 자모를 뒤섞으면 서로의 이름이 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먼저 역대 최장수 총리 등극 한 달을 앞둔 낙연. 낙연이 사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인물이 일단 호감상이고 기자-대변인 출신으로 말과 글에 능하며 정무적 능력도 검증됐다는 평가. 보통 약점이라고들 하는 이념적으로 애매하다거나 세가 없다거나 그런 것은 역으로 좋은 러닝메이트와 함께라면 큰 강점(온건함과 신선함)이 될 수 있다. 상상력이 미치는 한에서는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그럴싸한 그림이지만, 한편 그렇게 곱게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다이내믹 코리아 정치판에서는 모쪼록 가장 일어날 것 같은 일이 가장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생각되기 마련으로, 아마 내 생각뿐 아니라 모두가 그럴 것이다. 분명히 낙연밖에 없는 것 같긴 한데... 도대체 누가 낙연을 진정 차기 대통령으로 믿는다는 말인가? 본인도 전혀 믿지 않는 눈치다. 자꾸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는 데서 그의 혼란스런 마음도 드러난다. 진짜 한번 해봐? 에이 주책인가...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김무성도 비슷한 시기에는 지지율 1위(으스스한 사실)였다.

2위는 굳이 내가 말을 얹어야 할까 싶을 정도로 이미 잘하고(?) 있는 교안. 전 정부 마지막 총리 출신으로 동아시아 최초 스킨헤드 당의 스킨헤드 당대표라는 유례없이 역사적인 느낌으로 낙연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 현 국면 보수 주자들 중 교안의 강점은 적어도 웃기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삭발할 거란 소식을 듣고선 내심 쾌재를 불렀다. 삭발은 내가 손학규보고 하랬는데 왜 갑자기 자기가... 어쨌든 나의 내밀한 기대와 달리 막상 밀어 놓고 보니 그 두상이 아주 좋고 세간에서도 무슨 야성이 보이는 것 같다며 대체로 호평이다. 홍준표가 응원을 하다가 갑자기 겐세이를 놓은 데에도 이유가 있는 것. 김문수가 따라 밀며 뭔가 조금 우습게 되긴 했는데... (나는 김문수가 실은 전향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명절에 집에 갈 때마다 부모님께서 내게 머리 좀 깎고 오지 말씀하시던 그 생각도 났다. 머리는 명절이 되기 전에 깎는 게 통상적인 감각에 맞는다는 뜻. 열성 지지자들 눈물의 난입으로 도중에 중단되어 그냥 투블럭 느낌으로 위를 남겼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든다. 어쨌든 담당 선생님의 혼신이 담긴 스타일 연출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낙연으로선 교안과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교안과 격차를 벌릴수록 이 사람 저 사람으로 중구난방 흩어진 지지를 모을 수 있다. 그 첩경은 당연히 머리를 기르는 것이다. 곱슬머리이기 때문에 처치 곤란한 느낌을 주면 또 안 되기에 그 당연한 귀결은 ‘매직’이다. (안경을 딱 벗는 게 당연함은 이제 애독자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 또 지금도 약간은 먼 감이 없지 않아 있는 눈썹을 한 단계 더 정리하여 처진 끝을 올려 주고 사이를 더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 양미간이 거의 이어지기 직전인 교안과 큰 대비가 될 것이다. 좋아하는 막걸리 같은 것도 좀 더 확확 호쾌하게 마시고,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는 모습을 매체에 노출해 전도사 교안의 바른 생활 이미지와 차별화한다. 좀 소박한 인상이기 때문에 피어스를 두엇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수첩? 수첩에 깨작깨작 뭘 적고 있는 것은 교안의 화려한 색소폰 연주와 쌍을 이루니 다른 의미로 괜찮다. 이렇듯 교안과의 대비를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함은 무슨 뜻인가? 낙연은 교안의 멱살을 콱 붙들 때에만 빛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붙으면 아슬아슬하다.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유시민도 이재명도 다른 누구도 아닌 교안을 꽉 붙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교안과 가까이 지내라. 교안과 많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 집무실로 교안을 불러라... 밖으로 교안을 불러내라... 교안네 집에 찾아가라... 교안의 교회에 찾아가라... 예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 말다툼을 해라...

교안의 경우 담당 헤어 선생님의 수익뿐 아니라 본인 지지율도 올라가게 하려면 그가 총리였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하는 모든 것을, 특히 낙연을 피해야 한다. 낙연과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수염을 기른다거나 하면 총리 대 총리의 프레임에 말려들고 만다. 절대로 낙연의 눈을 보지 마라. 만나자고 해도 거절해라. 교안은 자신을 자꾸 쫓아다니는 낙연을 뿌리치고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야만 한다. 이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한 가지는 절대 깡패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당 사람들이 다같이 밀면 특히 위험하다. 국민들이 우파의 순정을 몰라 주면 그때는 깡패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본인만 현재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삭발 엄금, 이미 한 사람은 가발을 씌우도록 하자. 사람들은 깡패가 깡패일 때나 (구경을) 좋아하지 정치인이 된 깡패나 깡패가 된 정치인 같은 건 인기가 없다. 예전에 홍준표의 가죽점퍼가 모든 것을 망쳐 버렸던 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본인도 이 정도는 아는지 최근 스티브 잡스 흉내를 냈던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잘못하면 병자나 수도사, 그 비슷한 뭔가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미관을 피하려다 요양병원이나 도심사찰, 스타트업처럼 되면 그것대로 곤란하다. 기왕에 머리를 민 황교안에게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은 대권보다 더 큰 그림이다. 머리를 밀고 안경을 썼던 초중량급 정치인을 꼽자면 가까이로 김구, 멀리 간디가 있다. 둘 다 실권은 못 잡았어도 역사에 남아 ‘민족 지도자’가 되었는데 저승에서 무엇이 부러우랴! 물레를 돌리거나 일기를 꾸준히 써도 좋다. 색소폰은 왜 요즘 안 불지? 그거도 좀 불자. 산이나 강에서 불면서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데 썩히면 아깝다. 낙연을 꼭 피해 다닌다는 것만 유념하면...

2019년 9월 7일 토요일

포병은 전쟁의 신이다: 심상정 (19년 9월 첫째 주)



답답한데 심상정 얘기나 하자. 이미 주요 정당 대표급들을 다 다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을 추구하는 PIMPS에서는 정의당 대표 심상정을 다루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심상정이가 누구인가? 심상정이 좌파 생활을 갓 스물 무렵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좌파 시작한 녀석들이 백 명이라 치면은, 지금 심상정이만큼 잘나가는 좌파는 심상정 혼자뿐이다. 어떻게 거기까지 갔느냐,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배신하는 새끼들 다... 죽인 건 아니고 하여튼 그것이 심상정이다. 만약에 좌파 그만뒀으면? 예전에 김종인(aka KINGMAKER)이 심상정더러 거기서 그러지 말고 그냥 진작 민주당 가서 어쩌고 저쩌고 했으면... 그랬던 적도 있는데, 더 나갔으면 더 나갔지 덜 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여하간 심상정은 좌파라는 이야기, 그 뭐 무슨 참좌파까진 모르더라도, 어떻게 그가 좌파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심상정은 그냥 좌파도 아닌, 육분칠열된 이 나라의 한 줌 좌파 중 다수를 그나마 중재하고 대표 비슷하게라도 나설 수 있는 좌파다. 그것은 그가 여기와 저기 사이를 잇는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는 그런 식이라기보다는, 그의 (좌파에게는 매우 드문 종류의 덕성인) 강력한 카리스마로 밀어붙이는 일에 더 가깝다. 야 너 그렇게 하지 마라고! 서로를 욕하며 말싸움만 하지 결과적으로 아무런 정치 행위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 앞으로 쑥 나와서는 어 그러면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할게! 하는 것이 심상정식 ‘중재’다. 양쪽 얘기를 들어보니까 결국 이렇게 해야 돼, 내가 하란 대로 해, 책임은 당연히 내가 진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하기 싫어? 그럼 빠져. 못 빠져? 그럼 내가 빠질게, 불만 없지? 있으면 빨리 말하고, 없어? 땅땅땅. 그렇게 어? 어어? 하면서 심상정이 하자는 대로 하거나, 아니면 심상정이 거길 나오는 결과로 마무리된다. 그렇게 구는데도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계속 모여 있다는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가 어떤 핵심적인 명분을 수호해 내고(또는 이어지는 사건과 정세의 결과가 그로부터 명분을 거둬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되는 일을 한다, 그런 걸 권력의지라고 불러도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심상정이 나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 따져야 하는 입장이지만, PIMPS에서는 내가 심상정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마침 조국 청문회 국면(이 얘길 아직까지 하고 있다니!)을 맞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심상정의 입을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그 건에 대해선 장고를 거쳐 드디어 내일 발표라는 걸 한다는데, 뭔 소리를 해도 욕먹는 게 분명(이 글이 읽힐 즈음에는 아마 욕을 먹고 있는 중이겠다)하니, 어차피 먹을 욕 그냥 하고 싶은 아무 얘기나 해라! 지금은 그런 시시한 일보다는 심상정을 위한 이미지메이킹 솔루션이 필요한 때다. 도대체 어떻게? 심상정을 어찌해야!??! ...침착해야 한다. 문제는 무엇인가? 정치인은 웃기면 안 된다고 누차 내가 말했는데, 일테면 심상정은 완전히 반대로 하고 있는 케이스다. 아예 보좌진이 나서서 그를 밈meme화하고 있다. 심블리, 내루미, 1초 김고은... 전부 보좌진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열심히 흘리는 얘기들이다. (아니면 도대체 누가 그러한 관심과 애정으로 그를 돌보겠나?) 물론 그러는 데에도 수긍할 만한 까닭은 있다. 만약 그냥 둔다면? 심상정의 위엄이 도를 넘어서 버릴 것이다! 경험치와 연륜과 슬픔이 쌓이며, 눈빛도 날카로워지고 속머리도 희끗희끗해지면서, 지금 그에게선 말이 안 되는 중후함이 나와 버리고 있는 실정. 오늘에 이르러선 어디 가서 굽실대는 심상정을 상상할 수가 없어져 버렸다. 이건 건방지다거나 안하무인이라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다. 말하자면 심상정에겐 이제 윗사람이란 개념이 없다. 자세나 낯빛, 거동,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 풍격이 이미 대통령을 넘어섰다. 보통 정치인이 되어 보겠다면서 떠밀리듯 어찌저찌 나선 좌파들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후배들이 어쩌고 젊은 세대가 어쩌고 하면서 약간 무책임하게 그냥 스리슬금 퇴장해 버리곤 하는데, 심상정의 권력의지는 그가 내외적으로 좌우적으로 받는 비판들에 비례하여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강렬하게 타오르는 듯 보인다. 차라리 그의 뜨거운 위엄을 부하들(미안합니다)의 조롱으로 겨우 억누르고 있다고나 할... 이건 유사한 다른 예를 찾기 어려운 기묘한 이미지다. 대처? 메르켈? 한심한 우파 녀석들! 심상정은 ‘그것’을 ‘해방’시켜야 한다. 이 경우는 시기의 선정만이 진정한 문제다. 즉, 그의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그를 위한 모든 이미지메이킹이 중단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심상정은 날아오른다. 염색을 중단하는 것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해라. 머리가 완전히 백발이 되는 때부터 이미지메이킹은 끝난다. ‘데스 노트’요? 노트 같은 건 필요 없다. DEATH뿐... 지금까지 역사에서 그 어떤 좌파 여성 정치인도 ‘대통령 너머’의 자리에 올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김여정이 아마도 최초가 되리란 전망도 있지만은, 이웃 나라에서의 일을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

※추천 아이템: 통이 넓은 바지, 품이 넉넉하고 4개의 주머니와 5개의 단추(반드시 목 끝까지 채울 것)가 달린 윗옷(색은 노란색만 아니면 된다). 대포.

2019년 8월 23일 금요일

죽으면 죽으리이다: 조국 (19년 8월 넷째 주)



이렇게 피로감이 쌓이는 때일수록 청량감 있는 콘텐츠를 내놓아야 좋지만 한국에서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뭘 쓰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PIMPS는 오로지 정론을 추구하기 때문에, 8월 넷째 주는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을 위한 묘책이 든 긴급 비단주머니로 간다. 조국의 일은 (정치공학적 관점에서만 봤을 때) 오랫동안 죽만 쑤던 우파들이 드디어 잡은 껀수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엄숙한 표정으로 n번째 떨쳐 일어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억압받고 있다며 스스로를 가엾게 여겨온 샤이보수 및 보리적 합수 친구들 얼굴에도 비로소 화색이 돌며 한편에선 무슨 촛불집회를 한다 어쩐다 설레발들을 치고... (PIMPS는 공식적으로 모든 종류의 정치 결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이 나더라도 사실상 게닌사무소와 다름없는 상태인 보수야당이 내로남불 운운하며 국정 농단이니 뭐니 탄핵 정국 때의 일을 계속 상기시키는 건 정말 웃기는 일이니 좀 자제하기를 빈다. 탄핵의 ㄱ도 떠오르게 하면 안 되는데 야당 되고 나서부터 아주 줄기차게... 정치하면서 웃기면 안 된다고 일전에 내가 쓰지 않았나? 여하간 이 땅의 우파들 모두가 이걸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치의 내용은 최대한 뒤로 미루고 인물과 썰은 최대한 증폭시키는, 이 미욱한 PIMPS가 아무리 열심히 해 보려 해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아주 대단들 한 보수정치다. 자유당은 이 기회를 살려 청문회 일정을 질질 끌면서 현재 국면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는 중, 너나없이 플레이어 되기를 숨기지 않는 작금의 언론 지형에서 누구 가족들이 어떻고 저떻고 그런 얘길 8월 끝날 때까지 계속 봐야 한다는 건 정말 짜증스럽고 진절머리 나는 일이다. 일단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조국의 정치 성향이 어떻든 그가 본래 강남 사는 교수 가족의 구성원임을 참작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는 속여도 계급은 못 속인다. 교수라는 족속은 원래 태반이 개새끼들(죄송합니다)이라 인성 점수에서 기본 +를 해줘야 보통 사람과 수준이 맞는다. 지역 얘긴... 해서 뭣하겠나.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그냥 하던 대로 살(누가 와서 죽창으로 찔러 주길 기다리기)거나 칵 죽어 버리면 되나? 그게 아니라 본인들 책임을 따라서 해야만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조국은 그래도 나름대로 책임 비슷한 걸 져 보려던 사람으로 평가한다. 나는 박근혜도 2016년에 이미 용서했다. 양승태도 아직 오체분시를 당하지 않았는데, 조국 같은 사람이야 피래미에 불과(그러니까, 한 일이 뭐냐?)한 것이다.

까놓고 말해 조국이 정치인이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고 보는데, 그를 무슨 정치인처럼 만든 것은 결국 여야와 언론, 본인까지도 합심한 일이다. (뭐의 아이콘이라고?) 이미 정치인으로 취급받고 있고 정치를 하고 있는데, 어디 교수니 강남 어쩌구니 하는 한국 대표 치외법권 타이틀도 같이 잡고 있는 거는 사실 말이 안 된다. 넷이 있으면 최소한 하나는 내려놓아지 다 붙들고 앙가주망이 어쩌고 해봤자 지랄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며, 그래서는 공정함이 어쩌고저쩌고 하던 얘기를 자유주의 정치세력들이 다같이 돌려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뭐 억울할 일이 있는가? 자, 그래서 모쪼록 사견을 접어 놓고 솔루션에 임하자면, 조국에게는 두 가지 길, 자진사퇴의 길과 정면돌파의 길이 있다. 상수上數는 자진사퇴다. 본인 명예도 있고 하니 일단 청문회는 치른 뒤가 좋지만 보수야당이 끝내 청문회 보이콧을 한다면 어쩔 수 없다. 사퇴 기자회견의 모양새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먼저 사회지도층의 윤리와 책무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떼고, 이어 기득권으로서 본인이 알게 모르게 누려 온 특권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고백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쩌고 하는 얘길 슬쩍... 이때 내용은 진실해야 하고 표정은 의연해야 하며 눈에는 눈물이 딱딱 맺혀야 한다. 그리고 장관이 됐을 때 하려고 했던 여러 일들, 사법 개혁의 방향과 이런저런 정책 등을 A4 1장으로 요약해 와 직접 기자들에게 주섬주섬 비틀비틀 나눠준 뒤 쭉 읽는다. 저는 물러가지만 개혁은 후퇴할 수 없다, 요런 얘기, 이 프로그램, 인물은 뒤로 보내고 콘텐츠는 남기는 마무리 연출을 하면 그나마 명예로운 후퇴로 정권과 여당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판에서는 이렇게 퇴장해도 교수질은 계속할 수 있을 것이고... 책도 내고... 한편 악수이긴 하지만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자고로 우리 교수님들 버르장머리 고쳐 놓는 솔루션은 6, 70년대 중국에서 이미 명쾌히 나왔다. 1) 얼굴 먹칠, 2) 죄목이 적힌 명패, 3) 종이 고깔. 장관을 꼭 해야만 하겠다면 답은 그것뿐이다. 먼저 빨리 이사부터 하고 교수직도 내려놓는다. 얼굴에 먹칠하고 자승으로 자박하고 목에 명패를 걸고 종이로 만든 고깔을 쓴 채 대중(일테면 광화문) 앞으로 가라. 태극기 부대의 앞으로 가라! 자리를 깔고 무릎을 꿇고 진짜로 맞으면서 간다. 맞으면서 가다가 골로 가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로. 모 아니면 도, 죽으면 죽으리이다 정신이다. 선제적으로 인민의 재판을 청하는 것이다. 아예 재판콘서트 식으로다가 해서 여러 집회 결사체들이 조인트하는 자리를 만들면 더 좋겠다. 초대가수는 심수봉, 레드벨벳... 이러면 진정한 국민 통합, 궐기한 민중부터 깨어 있는 시민, 애국 보수부터 자유 우파까지 총 대중 의식의 성숙함을 확인해 볼 자리도 될 것이다. 조국이 아직 진정한 정치인이 아닌 것은 우리 인민의 심판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총선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위와 같은 식으로 심판을 받아 살아남는다면 장관이 문젠가? ㄷㅌㄹ 자리도 따 놓은 당상...

※추천 아이템: 품이 넉넉한 수형복, 그 아래 받쳐 입을 방검복 또는 복대, 진행을 맡을 MC 송해

2019년 8월 16일 금요일

미친놈만 살아남는다: 손학규 (19년 8월 셋째 주)



어쩌다 보니 대표급 인사들을 계속 다루고 있어 다가오는 정계개편 국면의 키 플레이어인 제2야당 대표 손학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손학규, 하면 우리 세대에겐 손학규 징크스 같은 얘기로 유명한데 사실 그건 별거 아니고(손학규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묻어 버리려는 적대 세력의 이미지 공작?), 나의 뇌리에 가장 강렬히 박혀 있는 손학규는 그의 파란만장 정치 역정 중에서도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만한 순간인 민심대장정 당시 왕사마귀를 잡아먹는 손학규이다. 손학규는 정동영과 퇴물 대결을 해서 이겼으면 이겼지 절대로 지지는 않을 사람이다. 장관도 해 보고 경기도지사도 해 봤다. 당대표는 기본. 당내 대선 경선에 3회나 참여하여 3회 모두 패했으며, 그에게 패배를 안겨 준 사람들(정동영, 문재인, 안철수) 또한 대선에서 3회 모두 패했다고 하는 기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톱급(TOP級)의 자버(jobber, 프로레슬링에서 지는 역할을 맡는 선수)로서, 여야와 보혁 어디에 있든 쓰고 버리기 딱 좋은 카드로 각광받아 온 사람. 손학규의 이런 특징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났던 것은 지난 탄핵 정국 당시 탄핵만은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여러 정치 세력들에 의해 거국 내각의 총리가 될 뻔했던 일이다. 그렇게 됐어도 참 볼만했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게 되진 않았다. 지금 당에서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대표직을 계속 시키느냐 마느냐 양옆에서 위아래로 흔드는 중이다. 애초에 버리는 카드로 그를 당대표에 앉혔다는 뜻. 본래 이번 주 향후 정치 구상을 담은 문제의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평화당 의원들의 단체 탈당 발표에 광복절도 끼어 있고 뭐 이래저래서 일요일이나 월요일쯤으로 미뤘다고 한다. 이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다음 주라 해서 무슨 일이 없을까?

1인자는 아니지만 사천왕 중 최강, 그러나 2인자나 3인자는 또 아닌, 우리의 영원한 4-1인자 손학규를 위한 이미지 메이킹 솔루션은 무엇일까? ‘물러서지 않는 자세’인 것은 본인이 아마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렇잖아도 머나먼 강진 땅으로 물러섰다가 돌아올 타이밍을 너무 오래 놓쳤잖은가?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에선지 이정미와 함께 단식도 하고 이것저것 밀어붙이는 모습, 누가 앞에 와서 욕하면 허허 웃으며 등을 두드려 준 다음에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계속 하는 모습, 그런 것은 참 좋다. 하지만 말과 행동만으로는 부족한 것, 말과 행동만으로 사람들이 알아주고 귀기울이고 그런 정치가 되는 가능한 판국이었으면 내가 도대체 왜 이런 걸 쓰고 앉았겠으며 손학규는 왜 거기서 그러고 있겠는가? 말년의 손학규에게 아직도 뭔 뜻이 있다면 역시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것이다. 먼저 어느덧 일흔이 넘어 버린 그의 눈가의 주름, 사뭇 작아진 눈, 언제 저렇게 폭이 좁아졌지? 저러다 없어지는 거 아냐?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들고 마는 눈, 최전방에서 매일매일 개기고 있는 원내대표 오신환 녀석의 엄청난 부리부리함과 비교해 봐도 기세 면에서 눌리고 만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일단 첫째로는 아이라인 문신이다. 강렬한 눈매로 부족한 카리스마를 보충한다. 여전히 안경을 고집하고 있는 샌님 유승민과도 좋은 대비가 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아이라인 문신을 한 정치인은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다음은 당연히 삭발. 손학규 선언을 딱 하고 2부 순서로 삭발을 한다. 이것이 저의 「진심」입니다, 눈썹 같은 것도 필요 없으니 이때 같이 밀어도 좋다. 다 끝나면 징 박힌 재킷을 받아서 척 걸치고, 달라붙는 바지는 커트보를 걷었을 때 이미 입고 있다. 나이에 비해 풍채와 자세가 좋기 때문에 테가 잘 난다. 어 제법? 이러면 적어도 20년은 줄일 수 있는 거 아닌가? 이것이 답이다. 젊게 살아야죠!

※추천 아이템: 목이 높은 부츠, 전용 바이크 ‘제7공화국’, 최고위에서 자꾸 개기는 놈들 보라고 꺼내 놓을 크롬 너클 한 쌍, 옥색 반다나(바른미래당 굿즈샵에서도 판매), 팔뚝 레터링 ‘저녁이 있는 삶’.

2019년 8월 9일 금요일

수수께끼의 복수자: 정동영 (19년 8월 둘째 주)



8월 둘째 주, 평화당 대표 정동영을 다룬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정동영은 퇴물이다. 어느 정도로 퇴물 느낌인가 하면 이것을 쓰고 있는 나 자신까지도 묘한 실망감을 느낄 정도다. ‘퇴물’이란 그저 신선한 느낌이 없는 정도만을 말하지 않는다. 엄밀히 나이로만 따지면 정동영은 53년생, 아직 한창때라고나 할 것이다. (정치는 모름지기 70부터 아닌가?) 퇴물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역사적으로 그의 사명이 완전히 끝장났다는 것을 그를 지켜보던 모두가 인정할 때 비로소 퇴물이라고 불릴 자격을 얻는다. 퇴물이 되고 싶어도 못 되고, 총선을 또 준비하는 박지원을 보라! 사명 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자기 자신과 주변 두엇만의 삶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대부분의 정치인들까지 포함하여)과 달리, 고꾸라지든가 날아가 버리든가 끝까지 버티든가 하여튼 공동-운명의 거센 태풍(개인적인 행불행과는 구분되는)을 가장 앞에서 맞아본 사람들 중에서만 퇴물이 나온다. 정동영은 그런 의미에서 퇴물이다. 한때 그에게도 신선한 이미지가 충만했던 시절이 있었다. 젊을 적 뉴스 앵커로 살다가 김대중에 의해 정치권에 영입되었고, 개혁 기수로서 정풍운동, 16대 대선 후보 경선에 참가해 노무현에 패했지만 통일부 장관 역임, 열린우리당 의장도 했다. 그때 노인 폄하 발언(‘어르신들은 집에서 쉬셔라’)으로 한바탕 설화를 겪었는데, 모두들 사실 속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런 류의 얘기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보인다. 다만 오늘날엔 본인이 명실상부한 어르신(경로우대증 소지)이 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 여하간 17대 대선 민주당 후보가 되었고 MB에게 아주 크게 패한 뒤부터 정동영의 정치 역정은 완전히 꺾여 버렸다. 본인도 뭔가 느낀 바가 있었는지 왼쪽으로 왼쪽으로 열심히 오더니 결국 관악구의 좌파들에게 4.29 재보궐선거의 악몽을 남겼고 땡땡당에 들어가네마네 옥신각신... 다 안 되고 한참 칩거하다가 결국 국민당으로 합류, 당대표 당선... 그리고 바로 어제 의원들의 대거 탈당 예고로 지금은 완전히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릴 위기를 맞았다. 맞았는데... 앞서 말했듯 워낙 퇴물이라 지금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되든 사실 아무도 별 관심이 없다.

일전에 내가 평화당의 유일한 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 시점에서 정동영은 그것을 어렴풋하게라도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에게 어떤 역사적 과업이 남아 있다면, 그가 아직 스스로를 퇴물로 인정할 수 없는 까닭이 있다면, 오직 그것뿐이다. 자신의 유산(?)을 좌파들한테 들어다 바치기! 그것은 내가 이렇듯 그를 다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그에게는 할 일이 남았다는 얘기. 아직 할 일이 남은 정동영을 위한 솔루션은 ‘상판을 버려 대의를 이루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늘날 그 누구도 정동영을 유력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진정한 까닭,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가 뭘 하고 다니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 까닭, 그가 어디 나가서 무슨 말을 해도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는, 사실상 투명인간 상태인 까닭은 역설적이게도 얼굴이 너무 알려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검하수 수술이 방향만큼은 옳았다. 수술 후 잠시 컬트적인 관심(4년 새 최고 수준)을 받았던 것을 그도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거다. 같은 발상을 더 밀어붙여라. 얼굴을 아주 가려 버린다면 그것이 말이 된다. 정동영은 가면을 써야 한다. 이름은 그냥 그대로 가도 된다. 일단 가면을 써라 동영! 하여튼 가면만 쓰면 만사 형통이다. 밑에서 치받는 위치일 때는 강한데 중요한 순간에는 힘을 못 쓰고 주저앉아 버리는 패턴? 어쩐지 정동영이라면 뭔가 보여 줄거라 기대하지만 막상 시켜 보면 별거 없다? 그게 다 얼굴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강자는 진정한 쇼타임이 오기 전까지는 얼굴과 힘을 함께 감추는 법이다. 과업을 이루기 전까지는 가면을 벗지 말자. 가면을 쓰면 지금처럼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2인자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2인자는 맘에 안 든다? 그러면 아예 탈당을 하고 무소속으로 다니자. 지역구, 정동영 지역구가 대체 어디냐, 개성이냐? 어차피 여기저기 다 찔러 보고 버려 버린 지역구, 어디 아무 데로나 나가도 된다. 거기 나가는 다음 총선 포스터 사진도 가면을 쓴 채 찍어라. 슬로건은 ‘나에게 돌아갈 곳은 없다’ 그러다 운명의 그날이 되면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나?’ 하면서 가면을 딱 벗고, 가면을 벗으면 나오는 눈가리개천, 눈가리개천을 풀면 페이스페인팅, 페이스페인팅을 지우면 미간에서 교차하는 커다란 X자 흉터. 정동영...? 이러한 전개다.

※추천 아이템: 특별히 공들여 제작된 정동영 전용 가면 세트. 깃이 높은 망토, 격식 있는 자리를 위한 연미복. 장미꽃, 트럼프 카드, 성냥갑 등 지나간 곳마다 슬쩍 흘리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트레이드마크 소품들.

2019년 8월 2일 금요일

빛을 받아들여라!: 이해찬 (19년 8월 첫째 주)



이번 주 PIMPS는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관짝 짜놓고 본인 정치 역정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는 이해찬을 다룬다. 아주 젊은 층은 이해찬이 뭐 하는 녀석인데, 하고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찬은 교육부장관 및 총리로 유명하며, 20대 국회 여당 의원 중 최다선인 7선 의원(나왔다 하면 전승), 그리고 현 여당 당대표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로 민주당권에서는 꾸준하게 권력의 핵심부 근처에 있던 사람이다. 또한 정치에서 이미지 메이킹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는 사람, 작금의 추세를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는 사람이다. 흡사 해골 같은 인상에 표정이랄 것도 거의 없다. 말을 별로 안 고른다는 이미지, 깐깐하고 고지식한 이미지, 호통 잘 치고 화를 잘 내는 이미지도 있다. 젊을 적엔 컵을 던졌다느니 뭐 뺨을 때렸느니... 여하간 ‘인간적’인 호감이라고는 전혀 가지 않는 사람, 즉 이해찬과 관련해서는, 아름다운 미담 뭐 그런 것이라고는 아주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점에서 그는 기묘한 종류의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일테면 정치-머신 같은... 그는 권한이 생기면 그걸 정말로 사용하는 종류의 사람인데, 도대체가 그 누구도 대의하는 것 같지 않고, 사익이나 권력 같은 것에도 그리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골프를 좋아했었다는 점도 정말 기묘하게 느껴진다. 과연 그가 뭔가를 ‘좋아할’ 수 있는가? 혹시 골프공을 다른 무엇으로 여기면서, 골프채를 힘껏 휘두르며 자신의 어떤 어두운 면모를 해소했던 것은 아닌가?) 그에 대한 세간의 대체적인 평가는 ‘무능한 놈 같지는 않지는 않지만, 성질머리가 너무 더럽고,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들 뒷부분을 강조하는데 사실 진정한 평가는 앞부분에 있다. 얘한테 호감이 가지 않는 만큼, 얘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원리다. 누구한테 호감 주는 놈도 아닌데 대체 왜 저기 있는 거야?

그것이 그의 권력 유지 비결의 전부일까? 이해찬의 파워는 그보다 좀 더 심오한 데서 나온다. 그는 대의 정치의 중핵을 알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가 정치 인생에서 철통처럼 지켜온 철칙 단 하나를 꼽는다면, 무슨 ‘돈 관리를 철저히’ 그런 것보다도, 바로 ‘절대로 웃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절대로 웃기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웃기면 끝이다. 모름지기 우리 민심이란 정치인으로서 나쁜 놈 무능한 놈까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웃긴 놈은 절대 안 된다(천기누설). 어쩌다 웃음거리가 될 수는 있어도, 그렇지만 절대로 웃겨서는 안 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최고 상한가를 치며 활동 중이던 비대위원장 김종인에게 기습적으로 가발을 씌워서 제껴 버렸던 일. 그것은 당시 공천 배제에 대한 복수로, 이해찬이 정치 자객을 보내 해치워 버린 일이 아니었던가? (아님 말고...) 이제 시간은 흘러 다시 총선을 앞둔 엄중한 상황. 어차피 지금 관을 지고 당대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찬은 본인의 운명을 더 이상 관리할 필요가 없다. 나를 불태워 당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고 인류를 위했던 김종인의 자세, 기꺼이 가발 쓴 채 주먹 꽉 쥐었던 그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이해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빛이다. 요즘 그의 얼굴을 보면 세계, 민족, 국가, 당의 앞날에 각기 드리운 암운이 자연스레 떠오르고 만다. 그래선 안 된다. 이 순간 그는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 되어, 그야말로 등대와 같은 이미지로 주변을 안심시켜야 한다. 가장 먼저 미소. 어디에 있든 무슨 소릴 듣든 항상 방긋방긋 웃어라. 누굴 욕할 때라도 방실방실. 그 다음은 태닝. 골프를 안 쳐서 그런가 너무 하얘져서는, 암실에서 끌려나온 사람(뱀파이어) 같고 좀 그렇다. 안 되겠으면 게이트볼이라도 치면서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에 혈색을 좋게 하자. 다음으로 종교. 마음의 어둠을 밝히고 거듭나는 데엔 종교가 최고다. 김진표의 손을 잡고 가든 문재인의 손을 잡고 가든 하여튼 어느 성전으로든 다녀서 눈빛을 바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콤비. 안 웃기는 이해찬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내대표 이인영과 함께 정통파 충청계 콤비를 이루자. 콤비명은 전해철한테 정해 달라고 하고. 이해찬이 뭔가 모자란 소릴 하면 이인영이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돌돌 만 신문지 등으로 후려쳐 버리는 느낌이면 좋겠다(최양락-김학래 콤비 참조). 물론 그때도 웃고 있어야 한다. 이 정도만 해줘도 다음 총선 대승, 정권재창출, 20년 집권, 모두 꿈이 아닐 것...

※추천 아이템: 스타일리시한 썬캡, 요일별로 돌아가며 입을 수 있는 하와이안 셔츠 7종, 음이온 밴드(야구용품점에서 구매 가능), 십자가 목걸이, 유광 클러치백.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정점으로 올라서기: 나경원 (19년 7월 넷째 주)



잊고 있었는데, 이런 걸 쓰고 있으면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이지 싶은 생각이 든다. 정말로 대상자를 위하는 마음, 그의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릴 진실된 솔루션을 내놓겠다는 마음 없이 이런 것은 쓰고 있을 수가 없다. 연재 재개와 함께 진실하게 다뤄 볼 정치인은 나경원이다. 극우 정당 인사에게는 솔루션을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건만 김무성이 모든 걸 포기한 채 복당하면서부터는 나도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다. 전부터도 그러기야 했지만, 특히 원내대표를 맡으면서부터 나경원은 일부 사람들로부터 도를 넘어서는 모욕을 받고 있다. 아무리 정치인이 미워도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나베라는 혐칭에 달창으로 응답한 데에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긍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요즘 그를 보면서 드는 생각; 나경원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안드로이드로 대체된 게 아닌가? 그러지 않고서야 도저히, 그대로는 믿고 싶지 않은 행보와 언행을 보여주고 있음은 또한 사실이다. (노동자유계약 어쩌고 했을 때는 정말로, 정말로 깜짝 놀라 귀를 의심했다.) 정녕 이것이 그의 ‘본모습’이었던가? 몇 가지 장면들이 있다. 탄핵 즈음 새누리 분당 국면에서 탈당한다고 했는데요, 안 하겠습니다 해서 모두의 스텝을 꼬이게 만들었던, 장탄식이 절로 나왔던 그 순간. 선거제 합의문에 본인이 한 싸인이 마르기도 전, 패스트트랙 충돌 와중 대체 어쩌려고 저러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장군의 표정을 하고 동번서번 다니며 독려를 하던 그런 순간... 그는 이런 줏대 없는 기회주의자 이미지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그러면 안 되고, 모든 사안마다 일일이 말을 다 걸쳐서도 안 된다.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만들어내야 하는 대변인 방식에 본인이 익숙하기 때문일까? 한마디로 후달려 보인다. 지금도 원내대표인지 원내대변인인지... 내용 없이 공허한 말장난, 이해되지 않는 악수의 연속, 통제되지 않는 의원들... 잡설이 길었다.

이 순간 나경원은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나야만 한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중간간부 포지션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첫 번째 솔루션은 눈 감기다. 평소에는 눈을 아주 감고 다니다가 심기를 거스르는 얘기가 들릴 때만 살짝 뜨는... 이런 느낌으로 간다. 과연 눈 감은 사진들(1, 2)을 찾아보면 느낌이 괜찮다. 눈 감고 돌아다니기가 좀 그러면 앞머리를 만들어 가려도 좋고, 한쪽만 가리는 것도 좋다. 누구 뭐 해찬이 인영이 교안이, 이런 친구들이 앞에서 뭐라뭐라 깔짝거려도 그냥 척 눈 감고 있으면서 귓속말을 통해 따로 내용 전달을 받는다. 옆에서 귓속말을 해줄 친구가 필요하겠다. 똘똘한 녀석으로, 본인 옷이랑 조합이 맞게 깔끔하게 입혀서 세워 놓으면 된다. 그의 귓속말을 다 들은 다음에야 딱 눈을 치켜뜨고 한 30초 좌중을 노려본다, 아무런 말도 없이, 이게 바로 나경원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육성 아끼기다. 육성이 어디로 새 나가는 것을 최대한 피하자. 나경원 목소리가 어땠는지 사람들이 잊어 버릴 정도로, 평상시 말을 할 때는 귓속말로만 하자. 아까 그 친구한테. 니가 알아서 적당히 말해, 이렇게 해도 된다. 그 친구가 말을 전파하는 식으로 말하면 그만이다. 반드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때에는 아주 천천히, 짤막하게만(‘마이크 꺼주세요’ 등) 말한다. 말을 하면서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카메라도 좌중도 안 된다. 그냥 눈을 감아 버린 채 말하는 것도 괜찮다. 뭐를 설명하려고 하면 안 된다,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 나경원! 만약 누가 중간에 말을 끊으면 잠시 바라보다가 눈짓을 해서 끌어내도록 하자. 좌석을 함정식으로 만들어 버튼을 누르면 파캉, 하고 열리면서 어디로 떨어뜨려 버리는 것도 좋겠다. 그럴 수 없는 자리에는 아예 나가지도 않는다. 이 정도는 해야 야심에 걸맞는 격이 생기고, 일도 자연스럽게 쭉쭉 풀릴 것이다. 이로 인해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지나 않을까 두렵다... 나 의원의 건투를 빈다.

※추천 아이템: 서너 개의 커다란 반지, 생화 코르사주, 크고 시커먼 선글라스(외출 시), 말 안 듣는 놈들을 바로바로 패버릴 수 있는 튼튼한 세공 지팡이.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두 번째 소개: PIMPS (19년 7월 셋째 주)

돌아온 폴리티션 이미지 메이킹 파워 솔루션. 매주 금요일, 정치인 한 명을 선정하여 그 위상 제고를 위한 파워 솔루션을 조심스럽게 제시해 보는 회심의 코너이다. 철저히 인물만을 중심으로, 외형과 이미지에만 집중해서, 최악의 저속한 방식으로 정치를 다뤄 볼 것이다. PIMPS는 농담도 패러디도 아니다. 아무것도 비하하거나 비아냥거리지 않는다. PIMPS는 언제나 진지하게 주제에 임하고, 역지사지 속에서 길을 발견하며, 허심탄회하게 사안을 밝힌다. PIMPS는 인류와 민족의 앞날에 이바지하려는 모든 정치인들을 위한 정론正論 지향의 코너이며, 이는 지난 시즌 다뤘던 정치인들 중 김정은 씨와 민주노총 씨가 나름껏 솔루션을 받아들여(추정) 각기 북미 관계 개선, 조합원 증대 등 일정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던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전 시즌이 약간 아쉬운 맛이 있는 분량으로 다소 갑작스럽게 마무리되었던 것은 이래저래 연재 의욕이 꺾였기 때문이다. 그때 나를 가장 크게 무릎 꿇렸던 콘텐츠는 한국 3대 민족찌라시의 하나인 중앙찌라시에서 연재되던 「백재권의 관상·풍수」였다(참고자료). 정치인 포함 유명인들의 관상을 동물의 얼굴에 빗대어 보면서 뭐슨뭐슨 막걸리 썰을 푼다고 하는, 동물과 관상과 평론을 결합시킨 기절초풍의 기획력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코너는 올 연초 99회째에 성폭행범과 그 피해자의 관상을 다루는 초현실적인 누를 범한 뒤 민중의 단합된 힘에 호되게 털리고 글 내리며 연재 중단되었다가 어느 순간 연재분이 책으로 엮여 나오더니 아마도 명예회복 차원으로 지난 유월 윤석열을 다룬 새로운 99회차가 올라오며 마무리되었다. 100회를 딱 실수 없이 깔끔하게 채우고 마무리했다면 백 박사가 김세연을 밀어내며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되어 자유당 의원단 단체 성형과 혁신적 관상 공천, 풍수에 입각한 철저한 정책 설계에 기여하며 21대 총선을 큰 승리로 이끌었을 텐데... 기회를 놓친 것은 백 박사 자신의 업보이고 하늘의 뜻이다.

지난 2년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치는 여전히 끝나지 않는다. 19년 7월 19일 오늘, 남한 민주주의 대제전 프로듀스X101(참고자료) 방영이 종료되면서 PIMPS의 운신 공간은 다시금 열리고 있다. 총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빨랑 써서 해치워 버리고 마무리를 해야만 험한 일(고소·고발·협박 등)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또한 섰다. 연재 재개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고민: 뭔가 새로운 기획을 추가해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장고 끝에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성핍진성의 투트랙 정면돌파를 결정했다. 무엇이든 강력하게 촉구를 하고, 다양한 채널과의 공조 같은 거를 강화하고, 정·재계 및 노동계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또 뭐 어쩌고를 저쩌고하고... 그런 홀가분한 마음으로 PIMPS의 두 번째 연재를 시작한다. 각급 비서실 여러분, 각 당 내외부 싱크탱크 관계자 여러분, 정치 애호가와 정치 혐오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2017년 10월 27일 금요일

적기투항: 민주노총 (17년 10월 넷째 주)



마지막 PIMPS는 청와대 만찬 보이콧 건으로 진흙탕 화제에 오른 민주노총이다. 원래 디폴트로 보수반동들에게 까이던 것에 더해, 탄핵과 대선 국면을 거치며 여기에서 저기에서 좌우 노소 안팎을 가리지 않고 나날이 더 욕을 먹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 정도로 욕을 들어 처먹는다는 것은 민주노총이 이제는 자의든 타의든 명실상부 한국의 주요 정치 주체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가 있겠다. 거짓말 약간 보태서, 요즘 나는 자나깨나 민주노총 걱정뿐이다. 그간 내가 그들의 여러 노력들을 보아 알고 있으며 항상 응원 지지하는 입장임에도, 금주의 그 결정은 참 마음이 아프다.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꽤 역사적인 시점을 지나고 있고, 이런 때일수록 침착함이 필요하다. 뭘 해도 공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고, 무조건 여기저기서 욕은 먹고, 이러면 당연히 심사가 꽈배기가 되기 마련... 이런 건 재미없는 이야기다. 지금 민주노총에 필요한 이미지 메이킹은 바로 이미지 메이킹 그 자체의 시작이다. 재작년 민중총궐기 즈음을 기점으로 민주노총의 디자인 역량이 매우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미지를 한번 바꿔 보려는 이런저런 산발적인 기획들(별 반응은 없었지만)도 봤다. 여전히 부족하다. 전격적이고 종합적인 기획, <토탈플랜>이 필요하다. 부족한 역량을 짜내면서 찔끔찔끔 하지 말고 팀을 제대로 꾸려서 돈을 한 번 크게 쓰자. 어차피 다 노동자들이니 못할 일이 없고 못 만드는 것이 없지 않은가? 먼저 TV광고 집행. 두산의 뭐 사람이 미래다 이런 느낌으로, 그윽하게 나레이션(노동자는~ 어쩌고) 깔면서 건물 한번 보여주고 도로 한번 보여주고 각종 일터 여기저기 훑고 뭐 이래저래 일하는 사람들 쫙, 웃다가, 뭐 사장 새끼들 용역 새끼들, 데모 장면 따닥 보여주고, 로고 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러면 그만이다. 안에서 뭘 하는지를 밖에서 모르니 자꾸 데마고기가 퍼지는 것이다. 그런 건 티브이가 직격이다. 대체 언제까지 옆에서 남들이 만화 그려주고 영화 만들어 주고 글 써주고 해야 되나? 메인 스트림에 공격적으로 진출을 해야 한다 이 말이다. 합정에 상균아 사랑한다 D+얼마 지하철 광고 붙이고 홈페이지에서 굿즈, 뭐 뱃지도 팔고 조끼 머리띠도 팔고 손수건, 소책자, 티셔츠, 뭐 또 이것저것에 이래저래 긁어 모아서 현카처럼 아예 집회 신고를 염병땡땡 콘서트로 해서 티켓도 팔고 얍티비 좆같은 데에 광고 때리고 종합적으로다가 하여튼 개좆같은 자본주의 문화 세계에 한번 온몸을 던져 보라는 얘기다. 어차피 망한다 망한다 하는데 못할 일이 뭐 있나? 안 그런가? 위기가 기회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며, 이것으로 PIMPS를 마친다.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TK목장의 결투: 유승민 (17년 10월 셋째 주)



저번에 마지막 한 달 동안은 진보 정치인을 다루겠다고 했는데 막상 쓰자니 딱히 인물도 없고, 파워이미지메이킹은커녕 눈물과 한숨뿐... 원래 진보 정치는 이념과 연대로 하는 것이지 인물로 하는게 아니다! 애초에 그렇게 난 인물들이었으면 왜 그러고들 있겠나? 그런 의미에서 금주의 PIMPS는 큰 액션 보여주며 큰 인물을 꿈꾸는 유승민으로 정했다. 탄핵 때부터 줄창 연기만 피워대던 정계 개편 헤쳐모여를 이 주에 정식으로 들고 나왔다. 낚이는 쪽이 유승민인지 안철수인지 하여튼 빨리 좀 정리들을 했으면 좋겠다. 유승민에게 아직 뭔가 야심이 있다면, 일전에 내가 한반도에서 안경잡이는 절대 안 된다고 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제 와서 안경을 벗기에는 너무 빈상貧相인 면이 있지만 그래도 벗어야 한다. 안경만 문제가 아니다. 입술이 얇고 어깨도 좁지 않은가. 거기에다 전부터 사람들을 잘 추슬러서 가기보다는 꼬장꼬장하게 뻗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맞물려, 한마디로 그릇이 작아보인다. 보면 미 공화당 같은 걸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지금 그 딸깍발이 꼴로는 절대 못한다. 선비의 시대가 아니다. 유승민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무武, 전례가 없는 무력이다. 어차피 마동석 정도로 벌크업을 하지 못할 거라면 간단한 액세서리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내 말은, 총을 갖고 다니라는 얘기다. 그 뭐, 가족을 지켜야 하니까. 안경을 벗은 김에 잔뜩 찌푸리고 다녀도 좋다. 표정에서부터 상대를 제압하고, 술이 달린 바지, 챙이 넓은 모자, 계절감 있는 판초, 그런 것도 모두 잘 어울릴 것이다. 관을 끌고 다니는 것까진 너무한가? 하지만 말은 타고 다녀야 한다. 말이 좀 그러면은, 김무성, 그래, 김무성을 타고 다니면 되겠다.

2017년 10월 13일 금요일

심상정이 아닌: 이정미 (17년 10월 둘째 주)



PIMPS의 마지막 한 달은 (재미없게도) 진보 정치인을 다루기로 했다. 적아를 가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다.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언제나 진보 정치인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그리고 언제나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여러분 거기 있지요? 그들은 보이지 않고, 그들은 들리지 않으며, 그들은... 오늘은 이정미를 다룬다. 이정미가 누구냐, 박근혜 탄핵 당시 선고문을 읽은 헌재소장 권한대행과는 동명이인으로, 현재 정의당 당대표다. 그가 진보정당 후보로서 대선 최고 득표율을 찍었던 전임 대표 심상정의 자리를 이은 지가 3개월이다. 이 순간까지도 그의 존재감은 퇴임한 법조인에게 밀리는 실정이다. 현재 이미지로 따지자면 이정미에게는 이모적인 데가 있다. 어머니의 여자 형제 말이다. 이름조차 어머니의 여자 형제 같다. ‘이정숙의 매(妹) 이정미’인 식이다. 이대로라면 뭔가? 추미애의 사이드킥밖에 안 된다. 공세적인 이미지 메이킹으로 난세에 중량감을 키운 심상정은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지 않았던 걸까? 이정미를 위해 준비된 오랜 솔루션 하나는 일단 귀를 좀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중앙이 그렇게 하고 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다. 바로 그거였다. 실망스럽게도 곧장 전으로 돌아갔지만. 귀를 보여준다는 것은 잘 듣는다는 의미다. 농담 같지만 전혀 아니다. 야심을 품고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이미지를 한번 노려본다면 포니테일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목이 길기 때문에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더불어 의외의 장신인 점도 어필해야 한다. 동안형 외모와 구부정한 자세에 키가 묻히고 마는데 그래서는 곤란하다. 키가 크다는 것은 눈에 띈다는 의미다. 눈에 띄어야 한다. 전처럼 해서 뭐가 되는 그런 한가한 때가 아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해야 한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동안에는 허리를 펴고 턱을 당기자. 엄중한 세계 정세를 생각하자. 기아와 전쟁... 웃는 상이지만 웃어 주지 말라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다른 당대표들과 함께 사진 찍자고 어디 불러내도 한번 껴 보려고 기웃거리지 말고 차라리 팔짱을 딱 끼고 있어야 한다. 팔짱을 딱 끼고 사진을 찍히자. 결혼하지 않는 신비의 이모 간지를 밀어붙여 폭발시켜야 한다. 철없는 조카들을 홀려 좌경화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게 답이다. 답은 차세대에 있다. 이정미의 짐이 무겁다... 피를 토하는 심정을 누르며 쓴다... PIMPS는 언제나 정론직필이다...

2017년 9월 29일 금요일

북벌을 앞두고 눈물이 앞을 가려: 박지원 (17년 9월 다섯째 주)



금귀월래!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치9단, 여우, 능구렁이, 상왕, #Mokpo의 박지원이다. 개새끼들아, 만주당을 살, 주면 마시고 실수하고 그러면 죽고 그러면서도... 바로 그 박지원을 나는 좋아한다. 친가 쪽 아재들이 그를 개눈깔이라고 부를 때부터 그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는 내가 구독하고 있는 유일한 보수정치인이다. 그는 말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고 SNS도 잘 쓴다. 다른 어떤 정치인과도 겹치지 않는 독보적인 캐릭터,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그에게는 있다. 그는 어떤 층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중’이 자신에게 이입하게 만드는 종류의 정치인이 아닌 것이다. 그는 저스트 정치인, 프로 정치인이다. 이런 사람은 여기저기서 허벌나게 치욕적 비난을 받기는 해도 꼭 필요한 사람이다. 안철수가 대표직을 접수한 국민당의 행보가 중요해지는 이 순간, 박지원은 뭘 어떻게 할 것인지에도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박지원은 뭘 하고 있는가? 나는 그가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 들이고 있는 피나는 노력을 알고 있다. 운동도 하고 염색도 하고 자세 꼿꼿이 하고 페북 트위터 하고 목포까지 매주 다니고 잘한 건 잘했다 박수를 치고 그물을 치고... 하여튼 그는 여러 가지로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그토록 열심인 것은 아마도, 당의 허리에 도대체 멕아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애석한 일이다. 내가 보기에는 반대로 해야 한다. 박지원은 이 순간 노회한 권모가의 이미지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당내 연령 폭을 더 깊어 보이게 만들 필요가 있다. 탈색이라도 해서 머리를 희게 함이 맨 처음이다. 노인적인 액세서리도 들자. DJ는 지팡이였는데 지원은 부채 같은 것이 좋겠다. 기품 있는 깃털 부채. 그까짓 의안도 빼 버리고 차라리 안대를 하자. 멋진 것, ‘615’ 같은 자수가 놓인 것으로.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측근 위치를 고수할 게 아니다. 미애와도 화해를 하고 금귀는 이제 그만두자. 영원한 건 없다! 서울에 딱 누울 자리를 어디 뭐 서교동 같은 데로 잡자. 다음은 후계자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영선도 동영도 정배도 동철도 철수도, 그 어떤 기타 등등도 아닌, 특히 철수가 아닌! 최대한 주인공처럼 생기고 주인공 같은 이름의 후계자를 뒤에 남기고 출사표를 던져 평양 특사를 가면 모두 좋을 것이다. 아아 슬프다, 얼마나 슬프고 애통한가!

2017년 9월 8일 금요일

매력총공격: 김무성 (17년 9월 둘째 주)



오늘은 김무성을 다룬다. 왜 하필 이 순간 김무성인가? 이 순간 뭔가 해내야만 하는 사람을 돕고 싶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차기 대통령이었고, 입에 잘 붙는 킹무성이란 별명도 있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의 서광이 비치던 바로 그때부터 그의 추락도 시작되었다. 사위의 추문부터 해서 영도로의 옥새런, 선거 참패 후의 배낭여행, 대선불출마선언, 추미애와의 뭔지 모를 회동과 뻔한 패턴의 메모 흘리기, 탈당과 잠행, 그리고 노룩패스까지... 지난 시간 김무성의 동충서돌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차기 대통령 지지도 1위 시절 그는 한국-중년-남성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다. 그야말로 안하무인, 무례하고 퉁명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챙겨주는 정’이 있는 사람, 나서서 밀어붙이기로 교통정리를 할 수 있지만은 한편으로는 허술한 구석이 있어 실수도 좀 하는 사람... 속 썩이는 자식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할까. 이런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통하는 캐릭터고, 유행하던 시기도 물론 있었다. 개저씨라는 名프레임의 등장과 그의 몰락 사이에는 분명한 관련이 있으리라. 나는 그가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가 그를 내쳤던 것과 같이 시대가 그를 다시 부를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사이 여러 차례 보여준 판단 미스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치인 최고의 자산인 ‘좋은 인상’을 쥐고 있다. 그에게는 [매력]이 있다. 정치성향에 있어서는 아주 저편이지만, 순전히 그의 눈웃음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를 위한 다음의 솔루션을 전한다. 이 순간 그는 새로운 아저씨 모델이 되어야 한다. ‘덜렁이 전술’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귀여움-동정심 쌍끌이다. 펜 따위를 떨어뜨리고 주우려다가 어딘가에 머리를 받는 것이다. 아무도 봐 주지 않으면 봐 줄 때까지. 그 다음 어디서 삐끗하든 구르든 해서 적당히 다치도록 하자. 목발이나 팔 붕대 1주일. 안대 역시 검증된 아이템이다. 메모를 노출하는 것처럼 항상 먹는 약을 노출시키자. 본회의장에서 약통을 떨어뜨리고 그걸 줍다가 머리를... 일단 그런 느낌으로 이미지를 바꾸며 시선이 끌린 다음에는 금주 선언이다. 그놈의 술 말고 다른 취미, 요리가 딱이다. 친구들과 기자들을 불러라. 업어주기의 시대는 끝났다. 바보들이나 거기 업혀 좋아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거기 업혀서 좋아하는 척하며 무성을 바보 취급한 것이다. 이제는 먹여주기의 시대다. 맛있는 것은 누구나 좋아한다. 싫은 놈(일테면 유승민)에겐 맛없는 걸 처먹여 버리고 데헷, 손이 미끄러져서... 무늬가 아름다운 앞치마를 하고 나와라. 머릿수건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은 본인도 이미 알 것이다. 바로 그때 야무진 모습 반전 매력 총 어필로 설거지까지 딱 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정말이다. 대통령이니 총리니 무슨 대장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 이러한 천기누설 때문에 내가 화를 입을까 걱정이 된다...

2017년 8월 24일 목요일

개를 데리고 다니는 두목: 추미애 (17년 8월 넷째 주)



금주의 PIMPS는 추미애, THE UNCONTROLLABLE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치에 강력한 할머니 정치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추미애는 심상정과 함께 가장 유력한 주자로 보인다. 추미애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경색된 국면에 홀로 나서서 뭔가 저질러 버리는 사람이다. 그에게서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딱 쇼부를 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적들도 많아서, 그가 뭘 했다 하면 똥볼을 찬다느니 어쩌니 겐세이도 보통이 아니다. 왜 혼자 튀려고 하느냐 지금 대체 어쩌려는 거냐 이러려는 거 아니냐 저러려는 거 아니냐 옆에서 아무리 떠들어대도 추미애는 하기로 한 건 그냥 해 버린다. 어차피 욕할 거잖아? 욕을 하고 싶으면 하라는 거다. 자신도 하고 싶은 거 할 테니... 가만히 있을 때에는 어디 있나 싶게 조용하지만 한번 움직이면 반드시 천하를 진동시키는 사람, ‘액션도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지는’ 사람이다. 영웅처럼 행동함에도 불구하고 이념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데가 있다. 한마디로 여포 같은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최대 2000년 전까지도 먹힐 수 있는 올드스쿨 정치인, 추미애는 항상 위기를 즐기는 듯이 보이지만, 언젠가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잔다르크의 최후를 떠올려 보라. 채 할머니가 되기도 전에, 그의 정치 대모험이 혼자서 선글라스에 쌍권총 돌격하는 식으로 끝나버릴 수가 있다. 그 자신의 요즘 말처럼 잘나갈 때 더 잘할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지금 그에게는 그 자신이 뭘 해서 이미지를 어떻게 하기보다는 충성스런 부하가 옆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럴 때는 역시 추미애다운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 당장 부하를 구할 수 없다면 일단 개부터 기르는 것이다. 충성스럽고 사납고 영리한 셰퍼드가 적절하겠다. 이름은 원하는 대로 지어주면 된다. 지원이 설훈이 뭐 기타 등등... 그리고 매주 훈련 영상(‘물어!’ 등.) 같은 걸 3분쯤 찍어서 유튜브 등에 올리자. 제목은 <미애의 CONTROLL 일지> 정도로. 그리고 국회 등원 때 데리고 가면 상상만 해도 그림이 참 좋다. 혹시 생물을 싫어한다면 답은 ‘부하 판넬’이 될 수도 있다. 너댓 개의 부하 모양 판넬을 갖고 다니면서 어디 나갈 때마다 뒤에 설치해두는 것이다. 물론 부하 판넬에도 다 이름을 붙여 줘야 한다. 판넬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스타일도 괜찮겠다.

2017년 8월 11일 금요일

그의 이름은: 천정배 (17년 8월 둘째 주)



저번 안철수 2편에서 문제를 느끼고 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없음]과 김정은 234567이 번갈아 나오다가 끝날 것이다. 중복은 최대한 피하면서, 특별히 대단한 화제가 되지 않았더라도 이 순간 주목할 만한 정치인을 찾아가는 접근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주 PIMPS는 천정배다. 그의 불가사의할 정도로 희미한 존재감에 주목해 본다. 천정배는 그의 위치나 행보에 비해 너무나 존재감이 옅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다, 하는 간략한 소개가 필요할 정도지만, 그런 귀찮은 정보들로 분량을 채우기보다는 곧장 본론으로 가는 편이 이 코너의 취지에 더 맞을 것이다. 먼저 한국 정치에서 안경잡이 범생이 스타일은 절대로 통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민심은 천심이라고들 하는데, 천심은 안경잡이를 원하지 않는다. 하여튼 안 된다. 젊은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로는 유승민이 있을 것이다. 계속 지금 이미지 그대로라면 유승민은 절대로 뭔가를 이룰 수 없다. 좀 더 예전에는 이회창이 있었다. 이회창은 아마 지금까지도 뭐가 진짜 문제였는지 모를 것이다. 이 계보에는 김종필, 윤보선, 쭉 거슬러 올라가 김구까지 있다. 박정희가 안경보다는 선글라스를 낀 이유, 전두환이 장기 집권을 못한 이유도 그와 일맥상통한다. 그것은 이명박이 후보 때 안경을 벗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문재인이 첫 도전에서 실패한 이유, 그리고 두 번째에 옛날 사진을 자꾸 보여준 이유이기도 하다. 홍준표가 안경만 벗었어도 지난 대선의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여하간 이 땅에서 안경잡이는 통하지 않는다. 쓰다 보니 천정배 얘기가 없는데, 하여튼 일단 안경부터 좀 벗으란 얘기다. 일단 안경부터 벗고, 그 다음에 고려해 볼 만한 것으로는 이름을 자꾸 틀리게 불린 다음에 버럭하는 컨셉이다. 마침 틀리게 부르기 딱 좋은 이름이다. 천장배, 찬정배, 찬장배, 천종배, 청전배, 전청배, 정천배... 연장선상에서 명찰이나 명패,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모자나 깃발 등을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것도 효과가 괜찮을 것이다. 그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조용히 응원해 본다.

2017년 8월 4일 금요일

SUIT UP: 안철수 2 (17년 8월 첫째 주)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이 사람을 다시 다루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하지만 화제가 된 걸 어떡하겠나? 다른 정치인들의 분발(이렇게 쓰며 짜증이 확)이 필요할 것이다. 일전에 내가 그를 위해서, 중량감 있는 암흑계의 보스 느낌으로 칩거에 들어가 체중증량에 매진하는 것이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정성껏 썼는데, 이 주에 아주 완전히 반대로 해버렸다. 주목을 받은 김에 마지막 힘을 한번 땡겨 보겠다는 걸까? 솔직히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냥 무슨 발표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답을 알지만 부끄러워서 발표에 나서지 못했던 소년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그를 나아가게 하는 것이 아닐지? 당의 운명이 그야말로 풍전등화인 타이밍에 폭풍처럼 나와서 발표를 하고 말이다. 다들 나서서 말리는데 기어코 꾸역꾸역... 기왕 그렇게 밷애스처럼 굴 거라면 다음과 같은 솔루션도 있다. 과학초인 아이언맨이다. 역시 일종의 사장님으로, 킹핀보다 인지도도 높다. 머리는 짧게 쳐서 세우고, 수염을 길러 가꾸고, 몸을 좀 그럴싸하게 만들어야 한다. 수트빨이란 것이 좀 나도록. 또한 첨단 기술에 강하다는 점을 어필하려면 구글 글래스 같은 걸 끼고서 호버보드 같은 걸 타고 등장해야 할 것이다. 좀 더 과감하게 제트팩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목표는 앞으로 20일가량 남은 전당대회, 적지 않은 나이에 이것저것 하려면 시간이 많지가 않다. 아닌가? 아예 이번 발표 때 그러고 나왔어야 했나? 잘 모르겠다. 어쨌든 시그니처 컬러셋인 금색/빨강은 중국에도 어필이 될 수 있다. 사드 때문에 흐트러진 한중 관계를 한번 다잡아 보겠다는 결연함을 보여줄 수도 있을 테고... 미국에도 메시지의 울림이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여튼 이대로만 하면 반드시 먹힌다. 앞으로도 PIMPS는 어떤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에서든지 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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