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일 금요일

빛을 받아들여라!: 이해찬 (19년 8월 첫째 주)



이번 주 PIMPS는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관짝 짜놓고 본인 정치 역정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는 이해찬을 다룬다. 아주 젊은 층은 이해찬이 뭐 하는 녀석인데, 하고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찬은 교육부장관 및 총리로 유명하며, 20대 국회 여당 의원 중 최다선인 7선 의원(나왔다 하면 전승), 그리고 현 여당 당대표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로 민주당권에서는 꾸준하게 권력의 핵심부 근처에 있던 사람이다. 또한 정치에서 이미지 메이킹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는 사람, 작금의 추세를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는 사람이다. 흡사 해골 같은 인상에 표정이랄 것도 거의 없다. 말을 별로 안 고른다는 이미지, 깐깐하고 고지식한 이미지, 호통 잘 치고 화를 잘 내는 이미지도 있다. 젊을 적엔 컵을 던졌다느니 뭐 뺨을 때렸느니... 여하간 ‘인간적’인 호감이라고는 전혀 가지 않는 사람, 즉 이해찬과 관련해서는, 아름다운 미담 뭐 그런 것이라고는 아주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점에서 그는 기묘한 종류의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일테면 정치-머신 같은... 그는 권한이 생기면 그걸 정말로 사용하는 종류의 사람인데, 도대체가 그 누구도 대의하는 것 같지 않고, 사익이나 권력 같은 것에도 그리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골프를 좋아했었다는 점도 정말 기묘하게 느껴진다. 과연 그가 뭔가를 ‘좋아할’ 수 있는가? 혹시 골프공을 다른 무엇으로 여기면서, 골프채를 힘껏 휘두르며 자신의 어떤 어두운 면모를 해소했던 것은 아닌가?) 그에 대한 세간의 대체적인 평가는 ‘무능한 놈 같지는 않지는 않지만, 성질머리가 너무 더럽고,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들 뒷부분을 강조하는데 사실 진정한 평가는 앞부분에 있다. 얘한테 호감이 가지 않는 만큼, 얘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원리다. 누구한테 호감 주는 놈도 아닌데 대체 왜 저기 있는 거야?

그것이 그의 권력 유지 비결의 전부일까? 이해찬의 파워는 그보다 좀 더 심오한 데서 나온다. 그는 대의 정치의 중핵을 알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가 정치 인생에서 철통처럼 지켜온 철칙 단 하나를 꼽는다면, 무슨 ‘돈 관리를 철저히’ 그런 것보다도, 바로 ‘절대로 웃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절대로 웃기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웃기면 끝이다. 모름지기 우리 민심이란 정치인으로서 나쁜 놈 무능한 놈까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웃긴 놈은 절대 안 된다(천기누설). 어쩌다 웃음거리가 될 수는 있어도, 그렇지만 절대로 웃겨서는 안 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최고 상한가를 치며 활동 중이던 비대위원장 김종인에게 기습적으로 가발을 씌워서 제껴 버렸던 일. 그것은 당시 공천 배제에 대한 복수로, 이해찬이 정치 자객을 보내 해치워 버린 일이 아니었던가? (아님 말고...) 이제 시간은 흘러 다시 총선을 앞둔 엄중한 상황. 어차피 지금 관을 지고 당대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찬은 본인의 운명을 더 이상 관리할 필요가 없다. 나를 불태워 당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고 인류를 위했던 김종인의 자세, 기꺼이 가발 쓴 채 주먹 꽉 쥐었던 그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이해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빛이다. 요즘 그의 얼굴을 보면 세계, 민족, 국가, 당의 앞날에 각기 드리운 암운이 자연스레 떠오르고 만다. 그래선 안 된다. 이 순간 그는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 되어, 그야말로 등대와 같은 이미지로 주변을 안심시켜야 한다. 가장 먼저 미소. 어디에 있든 무슨 소릴 듣든 항상 방긋방긋 웃어라. 누굴 욕할 때라도 방실방실. 그 다음은 태닝. 골프를 안 쳐서 그런가 너무 하얘져서는, 암실에서 끌려나온 사람(뱀파이어) 같고 좀 그렇다. 안 되겠으면 게이트볼이라도 치면서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에 혈색을 좋게 하자. 다음으로 종교. 마음의 어둠을 밝히고 거듭나는 데엔 종교가 최고다. 김진표의 손을 잡고 가든 문재인의 손을 잡고 가든 하여튼 어느 성전으로든 다녀서 눈빛을 바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콤비. 안 웃기는 이해찬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내대표 이인영과 함께 정통파 충청계 콤비를 이루자. 콤비명은 전해철한테 정해 달라고 하고. 이해찬이 뭔가 모자란 소릴 하면 이인영이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돌돌 만 신문지 등으로 후려쳐 버리는 느낌이면 좋겠다(최양락-김학래 콤비 참조). 물론 그때도 웃고 있어야 한다. 이 정도만 해줘도 다음 총선 대승, 정권재창출, 20년 집권, 모두 꿈이 아닐 것...

※추천 아이템: 스타일리시한 썬캡, 요일별로 돌아가며 입을 수 있는 하와이안 셔츠 7종, 음이온 밴드(야구용품점에서 구매 가능), 십자가 목걸이, 유광 클러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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