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4일 일요일

장난감 공장 노동자

벨트를 따라 오는 저것들. 모두가 같은 것들. 아직 존재가 아닌 것들. 형상 없던 것들에게 형상 있게 하고, 혼 없는 것들에 혼 불어 넣어주는 자를 무어라 부를까. 신? 네 대답이 그렇다면 나는 신인 것 같아. 세상의 신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금발 인형들의 신이긴 하겠지. 인간의 혼은 어디에 깃들까. 심장? 뇌? 인형의 혼은 어디에 깃들까. 눈? 눈이 없는 장난감은 인형이 아니야. 눈이 있는 장난감만 인형이야.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도,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도, 자동차 모양으로 만들어도, 눈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가 인형(人形)이야. 눈에 혼이 깃들기 때문이지. 벨트를 따라 오는 저것들. 나는 저것들에 눈을 붙이는 사람이야. 혼 없던 것들에 혼 불어 넣어주는 사람이야. 날마다 수천의 영혼을 만드는 사람이야. 내 혼은 어디다 빼둔 채로 인형에 사랑과 슬픔과 공포를 눌러 담는 사람이야. 내가 만든 많은 인형들은 곧 친구를 만날 거고, 가족이 될 거고, 가족에게서 버려질 거야. 가족의 손에 의해 망가지고 더럽혀질 거야. 인형들은 그 역사적인 순간들을 영영 감지 못하는 눈으로 모두 지켜볼 거야. 망가진 인형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죄책감을 아는 사람이야. 망가진 인형을 고쳐보려는 사람은 두려움을 아는 사람이야. 망가진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을 아는 사람이야. 사랑해서 인형을 망가뜨리는 사람은 사랑에 미친 사람이야. 벨트가 멈췄으니 자러 갈 시간이야.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사랑? 그래. 사랑. 자면서 생각해보자. 안녕. 머리만 남은 나의 아이, 나의 신도.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