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3일 금요일

죽으면 죽으리이다: 조국 (19년 8월 넷째 주)



이렇게 피로감이 쌓이는 때일수록 청량감 있는 콘텐츠를 내놓아야 좋지만 한국에서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뭘 쓰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PIMPS는 오로지 정론을 추구하기 때문에, 8월 넷째 주는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을 위한 묘책이 든 긴급 비단주머니로 간다. 조국의 일은 (정치공학적 관점에서만 봤을 때) 오랫동안 죽만 쑤던 우파들이 드디어 잡은 껀수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엄숙한 표정으로 n번째 떨쳐 일어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억압받고 있다며 스스로를 가엾게 여겨온 샤이보수 및 보리적 합수 친구들 얼굴에도 비로소 화색이 돌며 한편에선 무슨 촛불집회를 한다 어쩐다 설레발들을 치고... (PIMPS는 공식적으로 모든 종류의 정치 결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이 나더라도 사실상 게닌사무소와 다름없는 상태인 보수야당이 내로남불 운운하며 국정 농단이니 뭐니 탄핵 정국 때의 일을 계속 상기시키는 건 정말 웃기는 일이니 좀 자제하기를 빈다. 탄핵의 ㄱ도 떠오르게 하면 안 되는데 야당 되고 나서부터 아주 줄기차게... 정치하면서 웃기면 안 된다고 일전에 내가 쓰지 않았나? 여하간 이 땅의 우파들 모두가 이걸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치의 내용은 최대한 뒤로 미루고 인물과 썰은 최대한 증폭시키는, 이 미욱한 PIMPS가 아무리 열심히 해 보려 해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아주 대단들 한 보수정치다. 자유당은 이 기회를 살려 청문회 일정을 질질 끌면서 현재 국면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는 중, 너나없이 플레이어 되기를 숨기지 않는 작금의 언론 지형에서 누구 가족들이 어떻고 저떻고 그런 얘길 8월 끝날 때까지 계속 봐야 한다는 건 정말 짜증스럽고 진절머리 나는 일이다. 일단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조국의 정치 성향이 어떻든 그가 본래 강남 사는 교수 가족의 구성원임을 참작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는 속여도 계급은 못 속인다. 교수라는 족속은 원래 태반이 개새끼들(죄송합니다)이라 인성 점수에서 기본 +를 해줘야 보통 사람과 수준이 맞는다. 지역 얘긴... 해서 뭣하겠나.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그냥 하던 대로 살(누가 와서 죽창으로 찔러 주길 기다리기)거나 칵 죽어 버리면 되나? 그게 아니라 본인들 책임을 따라서 해야만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조국은 그래도 나름대로 책임 비슷한 걸 져 보려던 사람으로 평가한다. 나는 박근혜도 2016년에 이미 용서했다. 양승태도 아직 오체분시를 당하지 않았는데, 조국 같은 사람이야 피래미에 불과(그러니까, 한 일이 뭐냐?)한 것이다.

까놓고 말해 조국이 정치인이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고 보는데, 그를 무슨 정치인처럼 만든 것은 결국 여야와 언론, 본인까지도 합심한 일이다. (뭐의 아이콘이라고?) 이미 정치인으로 취급받고 있고 정치를 하고 있는데, 어디 교수니 강남 어쩌구니 하는 한국 대표 치외법권 타이틀도 같이 잡고 있는 거는 사실 말이 안 된다. 넷이 있으면 최소한 하나는 내려놓아지 다 붙들고 앙가주망이 어쩌고 해봤자 지랄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며, 그래서는 공정함이 어쩌고저쩌고 하던 얘기를 자유주의 정치세력들이 다같이 돌려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뭐 억울할 일이 있는가? 자, 그래서 모쪼록 사견을 접어 놓고 솔루션에 임하자면, 조국에게는 두 가지 길, 자진사퇴의 길과 정면돌파의 길이 있다. 상수上數는 자진사퇴다. 본인 명예도 있고 하니 일단 청문회는 치른 뒤가 좋지만 보수야당이 끝내 청문회 보이콧을 한다면 어쩔 수 없다. 사퇴 기자회견의 모양새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먼저 사회지도층의 윤리와 책무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떼고, 이어 기득권으로서 본인이 알게 모르게 누려 온 특권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고백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쩌고 하는 얘길 슬쩍... 이때 내용은 진실해야 하고 표정은 의연해야 하며 눈에는 눈물이 딱딱 맺혀야 한다. 그리고 장관이 됐을 때 하려고 했던 여러 일들, 사법 개혁의 방향과 이런저런 정책 등을 A4 1장으로 요약해 와 직접 기자들에게 주섬주섬 비틀비틀 나눠준 뒤 쭉 읽는다. 저는 물러가지만 개혁은 후퇴할 수 없다, 요런 얘기, 이 프로그램, 인물은 뒤로 보내고 콘텐츠는 남기는 마무리 연출을 하면 그나마 명예로운 후퇴로 정권과 여당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판에서는 이렇게 퇴장해도 교수질은 계속할 수 있을 것이고... 책도 내고... 한편 악수이긴 하지만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자고로 우리 교수님들 버르장머리 고쳐 놓는 솔루션은 6, 70년대 중국에서 이미 명쾌히 나왔다. 1) 얼굴 먹칠, 2) 죄목이 적힌 명패, 3) 종이 고깔. 장관을 꼭 해야만 하겠다면 답은 그것뿐이다. 먼저 빨리 이사부터 하고 교수직도 내려놓는다. 얼굴에 먹칠하고 자승으로 자박하고 목에 명패를 걸고 종이로 만든 고깔을 쓴 채 대중(일테면 광화문) 앞으로 가라. 태극기 부대의 앞으로 가라! 자리를 깔고 무릎을 꿇고 진짜로 맞으면서 간다. 맞으면서 가다가 골로 가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로. 모 아니면 도, 죽으면 죽으리이다 정신이다. 선제적으로 인민의 재판을 청하는 것이다. 아예 재판콘서트 식으로다가 해서 여러 집회 결사체들이 조인트하는 자리를 만들면 더 좋겠다. 초대가수는 심수봉, 레드벨벳... 이러면 진정한 국민 통합, 궐기한 민중부터 깨어 있는 시민, 애국 보수부터 자유 우파까지 총 대중 의식의 성숙함을 확인해 볼 자리도 될 것이다. 조국이 아직 진정한 정치인이 아닌 것은 우리 인민의 심판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총선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위와 같은 식으로 심판을 받아 살아남는다면 장관이 문젠가? ㄷㅌㄹ 자리도 따 놓은 당상...

※추천 아이템: 품이 넉넉한 수형복, 그 아래 받쳐 입을 방검복 또는 복대, 진행을 맡을 MC 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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