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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6일 화요일

뒷산

양력 해가 바뀌었다. 7년을 넘어섰다. 작년 결산은 하지 않았다. 홀수 해에는 어쩐지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오전 동안 관리인 프로필 그림을 바꾸고 입고현황판도 고친 다음 어쩐지 마음이 동해 뒷산에 다녀왔다. △산이다. △산은 필시 어떤 전설이 깃들어있을 법한 모양새로, 갑작스럽다고나 할 위치에 엎드려 있다. 그 형상이 집짐승처럼 온순하고 부드러워 정감이 간다. △산에 대해서는 여즉 아무 전설도 들어보지 못했다. 없을 수는 없을 텐데. 누가 알까? 누구네 산이라는 이야기도 들은 바가 없다. 누구네 산이더라도 무슨 뜻일까. 무주공산? △산에서 본 것은 겨울 나무, 겨울 바위, 겨울 수풀, 겨울 오솔길, 겨울 무덤, 겨울 창고 건물의 정겨운 모양이다. 저 나무는 어떤 나무고 이 바위는 어떤 바위다, 하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면서 내려왔다. 볼끼는 하고선 장갑을 끼지 않아 조금 후회했다. 꺾어 온 억새를 눈앞에서 흔들어봐도 쥐잡이는 별 관심이 없다. 죽은 억새라서? 나간 사이 쥐를 쫓아 한참 뛰어다녔는지도 모른다. 이불 덮고 잠깐 누운 다음에, 먼저 손과 발을 씻은 다음에, 쥐잡이를 위해 맛있는 것을 만들어주고 싶다. 내가 먹을 떡국을 끓이면서. 우리의 몸은 일터에 있어도 머릿속의 냄새는 불굴이다. 쥐잡이의 머릿속, △산의 머릿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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