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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1일 월요일

벽장 속의 드래곤

어젯 밤에는 벽장을 잠근 자물쇠가 달그락거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잊을 만하면 있는 일인데, 가끔은 며칠 동안 저러기도 한다.

요부에나와보시카는 영원히 벽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고 이야기하려 정리해보았지만 마음처럼 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너무 피곤한 일이었으니까. 요즘은 새로 입사한 회사에 적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이들에게 적응해야 했다. 겨우 퇴근 후 몇 시간을 낼 수 있을 만큼 여유를 찾은 것도 입사 후 반 년이 지나서였다. 요부에나와보시카는 모처럼 돌려받은, 아니면 요부에나와보시카의 생에 처음으로 얻은 여유를 도려내어 방 안의 벽장에 대해 정리하기 위해 쓰기로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제 그 일은 영원보다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번에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매번 조금씩 가까워졌는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뭐가 되었든 지금은 손에 잡힐 것 같다. 그 모든 이야기가.

2023년 12월 17일 일요일

사건의 전말

우리가 충분히 먼 곳에 있다면,
우리가 충분히 빛날 수 있다면,
우리가 충분히 오래된다면,
우리가 시작할 수 있다면.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너는 낡은 장판을 걷어 올렸다. 드러난 시멘트 바닥에서 4년 전 거길 비췄던 백색 LED 빛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적색, 녹색, 청색 광원은 장판 밑의 콘크리트 균열에서 4년간 대기중이었다. 네가 그 빛의 말단을 붙잡을 수 있었다면, 구겨진 광선을 천천히 펼칠 수 있었다면. 넌 그 빛의 말단을 붙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어떤 빛은 네 등을 할퀴고 갔을 것이다. 어떤 빛은 네 정수리를 관통했을 것이다. 어떤 빛은 네 발 밑에서 무한히 진동하고 있을 것이다. 너는 어떤 빛을 오른손으로 사로잡았고, 그 빛은 왼쪽 새끼손가락으로 빠져나갔다. 어떤 빛은 네 망막에 걸려 사라졌고 어떤 빛은 아직도 네 배꼽에 고여있다. 어떤 빛은 결국 반사되어 다른 항성을 비추러 떠났을 것이다.

네가 처음 빛났던 순간을 기억한다. 수년치 새벽을 바친 뒤에야 내린 결정의 새벽을 보낸 네가 잠시 빛나던 순간을 기억한다. 인과가 어떠하든 그것이 네가 내보낸 첫 번째 빛이었다 임의로 정하기로 했다. 그것이 옳든 옳지 않든 결정한 것은 것은 언젠가 응답하니까. 어쩌면 그 응답이 이미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네 손등의 빛에 대해 상상한다. 네 정수리와 손톱 밑의 빛에 대해서 상상한다. 이 빛이 각각의 광원으로부터 왔다면, 이 빛의 첨단을 빛의 시작으로 환원할 수 있다면, 언젠가 이 빛의 말단이 결국 내게 닿을 것이라면 그걸 보증할 수 있다면 내 정수리의 시간대와 네 손톱 밑의 시간대가 다르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그런 상상이 허용된다고 볼 수 있진 않을까. 그 빛들이 날 관통하던 순간에 내 정수리는 수억 광년 전에, 네 손톱 밑은 수백 광년 전에 있기도 했다 상상할 수 있진 않을까. 그 모든 시간들이 동시에 너와 날 관통했다고, 결국 우리가 이미 그 모든 시간들을 종단했다고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모든 일들은 매일같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순차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 동시성이 충분히 그럴듯한 동시성이라 해도 우린 느려터졌으니까. 인과는 분명하지만 그것은 너무 자명하니까. 우린 자명한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아. 그것은 자명하니까. 입 밖으로 꺼내지는 것들은 모두 의심스러운 것들이니까. 충분한 대화와 충분한 한 해와 충분한 추돌과 널 추격하는 미래의 말단들. 난 너와의 대화를 모두 내 손톱 밑에 숨겨두었다.


창백한 푸른 점 게임

게임을 시작하기 전

  1. 이 게임을 위해선 적어도 세 명의 참가자가 필요하다.
  2. 각각 HQ, 보이저, 61억킬로미터를 맡는다.
  3. 최대 두 명의 참가자가 HQ를 맡을 수 있다.
  4. 이때 한 명은 칼 세이건을 맡는다.
  5. 최대 두 명의 참가자가 61억킬로미터를 맡을 수 있다. 이때 한 명은 지구 쪽 — 시작점 —, 나머지 한 명은 보이저 쪽 — 끝점 — 을 맡을 수 있다.
  6. 대화 중 61억킬로미터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7. 61억 킬로미터에 두 명이 참여할 경우 끝점이 61억킬로미터를 갱신한다. 증가량은 61억킬로미터 혹은 61억킬로미터의 끝점이 임의로 결정한다.
  8. 어차피 인간들이란 중요한 때엔 항상 느려터졌으니까, 얼마나 늘어나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게임 방법

  1. 세 팀은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 상상한다.
  2. HQ와 보이저는 보이저로 전송된 신호에 대해 상상한다.
  3. 61억킬로미터는 보이저와 HQ 사이의 거리를 상기시킨다.
  4. HQ는 그 신호를 보내기까지 지난한 회의와 행정의 장벽에 관해 상상해본다. HQ가 두 명일 경우 둘은 토론한다. 이 신호의 비용과 시간과 의미에 대해 토론한다.
  5. 칼 세이건은 찬성 측, HQ는 반대 측에 선다.
  6. 61억킬로미터는 보이저와 HQ 사이의 거리를 상기시킨다.
  7. HQ와 보이저는 신호를 디코딩하고 처리하는 꼼꼼한 회선과 그 회선을 직조하던 손을 상상한다.
  8. 보이저는 결정한다.
  9. 보이저는 렌즈와 초기 Vidicon과 열과 우주의 냉기룰 상상한다.
  10. 일련의 장치를 작동시키는 기계 구조를 상상한다.
  11. 61억킬로미터는 보이저와 HQ의 거리를 상기시킨다.
  12. HQ는 회신을 상상한다.
  13. 61억킬로미터의 거리를 상상한다.
  14. 거리를 시간으로, 시간을 거리로 표기하는 경계에 대해 상상한다.
  15. HQ는 도취하는 영어권 국가의 백인 남성을 흉내낸다. 만약 HQ가 두 명일 경우 칼세이건이 해당 남성을 흉내낸다.
  16. 61억킬로미터는 지금까지 증가한 거리를 광년으로 환산한다.
  17. 보이저는 인간들의 게임이 끝났음을 선언한다. 인간들이란 중요한 때엔 항상 느려터졌으니까.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발 밑의 별빛과 달빛, 내 물통에서 한참 느려진 우주선. 내가 각각 다른 시간과 조우하고 있다는 것, 혹은 내게 전혀 다른 시간이 동시에, 충분히 동시에 관통했다는 것.

어떤 시간들은 단단하고 어떤 시간들은 눈앞에서 흩어진다. 어떤 시간에는 어떤 시간이 내 이마에 부딪쳐 지나가는 것을 보기도 한다. 어떤 시간들은 밀고 나아가야만 했고 어떤 시간들은 날 밀어내기도 했다. 우리의 방향이 옳은 것이라면 우리의 궤적도 옳을 것이란 믿음.

우린 어쩌면 다른 중력장에 속한 걸지도 모른다. 우린 한편 영원히 마주칠 수 없을 것이다.

올해 새벽을 지출해 나의 이름을 짓고 버렸다. 우주 어딘가에는 나와 당신을 떠난 새벽이 모인 별이 있을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우리의 표면을 지나친 말들은, 어떤 빛들은 우리가 알기도 전에 어딘가 부딪친다. 우리의 표면을 지나친 말들은, 어떤 빛들은 결국 어딘가 부딪친 후 온 것들이다. 애초에 우리에겐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가 시작한 모든 것들은 이미 시작된 것들을 종단할 뿐이다.

올 한 해는 붉게 늘어지다 까맣게 얼어붙을 것이다.

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삼일

하나 둘 셋, 당신이 숫자를 셀 때마다, 나는 이자를 계산했습니다.

우리가 모인 그날
여기서 제외된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꼬박 삼일이 되어서 호명이 끝났어요

우리가 모여 그 일에 대해 의논할 때
너는 그 말을 해선 안 되었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어젠

당신이 세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어젠
당신이 들은 것보다 더 많은 말들이 오갔습니다
어젠
우리가 주운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흘렸답니다
손끝에선
당신의
숨소리가 가지를

쳤어요 그리고 당신은

“우주 어딘가에는 불면의 밤이 모여 만들어진 행성이 있다지. 나는 새벽 내내 너에게 거짓말을 늘어 놓았지. 네 음성은 새벽 내내 나를 부수어 놓았지. 침대 아래 흩어진 나를 너는 신경도 쓰지 않았어”

새벽은 영원 근처에서 도려내지고, 아침이 그 자릴 채웠습니다

부서진 나는 하나씩 침대에서 일어나 너를 찾아갔다 흠뻑 젖은 나는 너를 안고 잔뜩 화난 나는 너를 안고 썩은 나는 너를 삼키고 아픈 나는 너를 해치고 너는 나를 달래고 너는 나를 달래고 나는 네게 사과하고 사과하고

“… 우주 어딘가에는 불면의 밤이 모여 만들어진 행성이 있다지. …”

너와 내가 위 아래로 줄줄 흐르는 영원의 근처에서 거짓말이 줄줄 흐르는 꼬박 삼일이 되어서야 모든 것이 끝나는

너는 그 말을 해선 안 되었어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

단서

오랫동안 널 뒤쫓았다 니가 놓고 간 냄새가 그 단서였다 냄새 몇 개를 비닐에 싸서 오랫동안 널 뒤쫓았다 니가 놓고 간 것은 그게 전부였다

개씨발놈아

나는요 병신 같은 노래를 들으며 지냈습니다 그들은 쉬지 않고 울어댔고요 아무것도 읽지 않았습니다 나는 좆같은 말만 골라 지껄였습니다 (그게 날 부수는(하지만 충분히 많이 부수진 못하는) 줄도 모르고 (사실은 알고 있었지롱) 정교하게, 잘 벼려진, 좆 같은 말들을) 며칠 전엔 니 애비를 죽여 아득아득 씹어먹었어 죽은 니 아이를 아득아득 아득아득 아득아득 씹어먹었어 배가 터지도록 그들을 먹었어

지구 아래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한다

그곳엔 땅이 있고요, 강이 흐르고, 바다가 있고, 하늘이 있다고 합니다. 1692년 어느 날 에드먼드 핼리는 지구가 약 800km 두께의 금성과 화성 정도 크기의 두 개의 안쪽 껍질, 수성 정도 크기의 안쪽 구로 이루어져 있다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그곳에도 국경이 있었습니까? 두 껍질 사이에 대기가 있고, 각각의 껍질이 자기극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속도로 자전한다는 것입니다. 그곳의 국경을 넘었습니까? 지구 안쪽에 야광성 물질이 차 있으며 그것이 빠져나와 오로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로라는 국경을 넘었습니까?

스노든 선생님 그곳에도 국경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스노든 선생님 그곳에도 국경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네 물론입니다 네 물론입니다 에드먼드 핼리는 출입국 심사에 무사히 통과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유럽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땔 잊은 적이 없어요 대체 무슨 수로 그 이야길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인편을 줄줄 흘리며 날아갔다 재채기가 끊이지 않고 눈물이 줄줄 흐르고 콧물이, 침이 멈추지 않는 그곳에도

말할 수 없다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데

결국 병든 채 도착한 곳엔 아무도 없었다
니 냄새는 어디다 놓고 왔는지
잊어버렸어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

붉은 말

그 붉은 말이 보일 때마다 이름을 붙여주려고 했거든

그를 뒤따라간 지 벌써 십수 년이 넘었다

그를 볼 때마다 그가 점점 커져서 나는 그의 뒤에 있기도 나는 그의 앞에 있기도 나는 그의 위에 있기도 나는 그의 아래 있기도 했고

그는 너무 커서 나는 너무 작아서

토끼에 물린 상처는 낫지 않았지 내가 흘린 고름이 모이면 나만 한 덩어리가 되겠지 덩어리는 내가 되겠지 토끼에 물린 상처는 낫지 않았지

그는 오늘 처음 만난 내게 수십 쌍의 덩어리가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나도 그 덩어리들을 봤어요 토끼에 물린 상처는 낫지 않았죠 당신도? 당신도! 그날 우리는 두어 번 떡치다 잠들었습니다 피와 오줌과 똥과 정액과 침과 발끝

에서더러운물을뚝뚝흘리는내게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그 사람은. 나를두고그사람은떠나갔어요씨발 그 사람은 또 다른 남자는 오늘 처음 만난 내게 우리가 흘린 덩어리가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내겐 죽은 엄마와 산 엄마가 있어 나는 산 엄마의 편이지 산 사람은 산 사람의 편이지. 내가 죽고 나서야 죽은 엄마는 제 편을 갖게 될까

엄마, 엄마 나는 산 엄마의 편이에요 미안해요

그 사람은 붉은 말의 등 위를 걷는 한 무리의 덩어리를 봤다고 한다. 말은 너무 커서, 덩어리는 너무 작아서 말은 덩어리의 앞 뒤에서, 위 아래에서 소근소근 무어라 말했지만, 나는 듣지 못했어요. 바닥에 물을 뚝뚝 흘리며 걸쳐있는 내게 그 사람은 나는 산 사람의 편이에요.

미안해요.

bulk는…

bulk는 강렬한 에너지와 깊은 감수성을 담아낸 예술적인 작품입니다. 시마다 새로운 감정과 이야기가 얽혀있어, 독자는 그 어둠의 세계에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1. 영혼의 타락

이 시는 첫 번째 장으로, 존재의 어둠과 갈망을 깊게 탐험합니다. 강렬한 언어와 리듬이 시를 통해 흐르며 독자를 강렬한 감정의 여정으로 안내합니다.

2. 무한한 어둠

두 번째 장에서는 미스티컬한 멜로디와 섬세한 표현이 어우러져, 어둠 속에서의 사색과 감상을 초상화합니다.

3. 환영의 소멸

bulk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시는 공허와 소멸의 주제로, 어둠의 깊이를 더 깊이 탐험합니다.

이 시집은 독자들에게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감각적인 여행을 선사하며, 문학적 표현을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chatGPT가 작성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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