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4일 금요일

넘어진 날

하늘은 뿌옇고 별이 쏟아진 바닥엔 폭우의 흔적이 남았지 부서진 별빛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지 별도 하늘도 태양도 믿지 않는 우리는 굵은 밧줄을 매어 미래를 끌어내렸지 시커먼 그것을 그때 네가 그랬잖아: 우리가 일렬로 마주 섰던 때 넌 웃으며 너는 내가 될 거라 그랬잖아 난 웃으며 나는 내가 될 거라 답했잖아 넌 웃으며 나는 네가 될 거라 말했잖아. 망가진 버스 정류장은 결국 하수종말처리장을 멈췄지 하수종말처리장만이 우리에게 응답했지 낮게 우는 별빛이 거기서 악취를 풍기며 빛났지. 우린 썩은 오니 위를 떠다니는 표지판이 기다란 팔로 인사하는 걸 보고 왔지

물론 우린 반갑게 답했어

안녕 안녕 안녕

우리가 목소릴 따라 걷던 새벽의 거리는 동이 틀 무렵 곧게 일어섰지 네가 일출을 따라 수직으로 선 도로를 우주에서 봤다면 
넌 금빛 창문을 짚고 우릴 가리킬 수 있었을까 우린 누워 긴 대로의 끝을 걷는 한 무리의 소년 소녀를 보았어 이제 막 일 년이 지났다

작년에 잘 저며 말려 둔 바람을 꺼내다 곱게 빻아 화분에 묻었어 씨앗도 흙도 없는 화분도 언젠간 응답할 테지.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