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사공도를 아니?
나는 모른다
늙은 선생이 묻는
대부분의 것을
그런 선생이 오늘
또 하나를 가르쳐주겠다 한다
그에 따르면:
사공도(司空圖)는 중국 당나라 말기의 문인이자 시론가다.
웅혼에서 고고, 유동까지
스물네 가지 시의 풍격을 정리한 이십사품을 썼다.
그가 살던 시대엔 환관이 득세하고
농민들이 봉기를 일으켰다.
천하가 혼란에 빠지자
난세의 사공도는 은거를 택한다.
이후 줄곧 조정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고
시 창작에만 몰두하다
당 애제(唐 哀帝)의 피살 소식을 접한 뒤
곡기를 끊고 일흔두 살의 나이로 죽었다……
그렇군
죽었구나
선생은 죽은 당나라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쓰다듬던 머리통을 나에게 건네준다
너 시가 뭔지 아니?
죽은 사람의 머리를 붙들고 시를 생각하니
인간의 생각이 끝나고
시론가 귀신의 생각이 시작되는구나
“태화산 밤하늘엔 푸른 기운 감돌고
사람들 귀에는 맑은 종소리…”
대신 머리통이 입을 여는구나
발 아래에는
죽은 입이 왈칵
쏟아놓은 검은 물
물은
스물네 가지의
흔들리는 마음 모양이다
일흔두 살까지 시를 쓸 수 있었던
죽은 머리통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나는 목의 절단면을
살살 만지며 궁금해한다
사공도 얼굴이
선생 얼굴 될 때까지
사알살 만진다
*
장례식장 근처에 가면
비가 온다
청결한 건물에 들어섰을 때
나는 자연의 말에 따를 생각이었다
나는 죽음이 흔들고 간 분위기가 익숙하다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인생은 잘 모르겠다
주먹 쥐고 일어서…!
발로 차는 돌…!
나는 이런 비명들을
죽은 친구의 이름처럼 불렀다
빈소에 도착하자
내가 풀어놓은 비명들이
온몸에 달라붙었다
너무 살아 있었던
좋아하던 얼굴에서
쓰러진 의자 다리에 핀
곰팡이 냄새가 났다
그날도 비가 많이 왔다
나는 오늘까지 조용하다
*
집중해라
사공도의 열아홉 번째 시품은
비애(悲哀)가 아니다
비개(悲慨)다
슬프게 개탄한다는 뜻이다
선생은 사공도의 비개를 화폭에 옮긴
겸재 정선의 그림을 보여준다
그림 속에서 바람은
한 방향으로 불지 않니?
칼은 있으나
쓸 수가 없지 않니?
이윽고 장사의 슬픔도
한 방향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네가 사는 방향도
한 가지인 것이다
선생이 사람을 읊는 동안
나는 그가 칼을 버렸기를 바란다
등에 나뭇잎 지고 돌아갔기를 바란다
그러나 온 데 없는 그가 어디로 돌아갔을 것인가
그것마저 말하는 경지가 비개다. 말하자면―
죽은 친구가 준 모자 쓰기
죽은 친구가 준 외투 입기
죽은 친구가 쓴 시 읽기
누가 나를 뜯어서
여기에 던져버리고 갔다
그렇다고 해도
손으로 쥘 수 없게 다 뜯어진
나를 원하는가?
나는 뜯어진 손으로
뜯어진 목을
사알살 만진다
죽은 네 냄새
나에게서 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