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8일 일요일
타살에 대비해 유언으로 쓰다 지운 시론
2023년 2월 2일 목요일
노래하는 소녀
애쓰던 사람은 이제 없고 저마다 방 안에 누워 휴대폰을 보거나 잠 속을 깊게 유영했다. 애쓰던 사람이 이제 없다는 사실은 이제 사람들의 머릿속에 없는 듯했다. 사람들은 어색한 순간에 웃었다. 그 웃음은 그 소녀가 슬퍼했던 것이다. 잠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이 잠을 자지 못하는 그 시간에 노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린 아이들은 꾸벅 졸았다. 내가 아는 사람은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의 잠을 깨우지 않는다는 것으로 무언가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잠을 자지 못하거나 깊게 잠들지 못한다. 그것은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실이다. 애를 쓴다는 것은 일정 부분 소진한다는 것이고, 방 안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은 그 일을 하면서. 누워 있는 사람의 머리 옆에 있는 그 휴대폰에서 노래가 나온다. 어제 산 책은 읽기에 어렵지 않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나 혹은 건물에 가깝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미지만으로는 건물을 잘 짓지 않는다. 나는 그런 것의 어떤 부분을 줄글이나 산문으로 불렀는데, 그러면 혼자서 애를 쓰게 됐기 때문이다. 애쓰던 사람이 이제 없는 지금, 나는 에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에고는 사라진 자아의 흔적이다. 정확히는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고 사실은 뭔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리듬이나 혹은 폐건물. 여기는 마천루가 높이 솟은 광경이 되고 싶어 한다. 거기에는 근미래 기술이 쓰이며(스팀펑크), 시점은 과거의 것이다. 애쓰던 사람이 모두 사라진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며 당신은 한순간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놀라울 정도로 그 사람들은 미형이었고 그 사실이 왠지 어색했다. 내 시점은 애쓰던 사람이 사라지기 전의 것이어서. 이미 그렇게 애쓰던 사람이 사라졌는데도. 미래에 폐허로 발견되는 기계 도시 문명처럼 나는 여전히 작동한다. 나는 그리 애쓰던 사람이 아닌데도. 애쓰던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다는 사실은 나를 잔잔한 쾌락에 젖게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 평화로움 안에서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노래는 다른 사람들의 잠자는 일이 완성시킨다. 헤어지고 나서 자동차에서 울리는 배기음처럼. 애쓰던 사람들이.
2022년 5월 4일 수요일
2022년 3월 11일 금요일
환상 동화
환상 동화는 재를 뿌려 마당 앞을 더럽히는 일입니다.
마이는 걷고 있습니다.
사탕 신사가 된 그는, 아무 것도 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한 입 베어 물린 그는, 결손된 채로 움직입니다.
작은 기계 신세입니다.
좋아하는 긴박한 노래가 나옵니다.
내가 전에 쓴 적 있었던 미니어처의 세계관이 그대로 있습니다.
‘릭과 배반’에 나오는 닷지 자동차라는 것도, ‘흡혈귀’에 나오는 벨벳 나무라는 것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서재에 앉아 그것을 쳐다봅니다.
나만을 위한 도서관, 드라마틱한 조명의 여가수,
그리고 녹아내리는 알사탕, 참외 무늬가 그려진 맥주잔,
다 내가 쓴 글에 나온 것들입니다.
마이는 달리고, 도착 행렬 앞에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습니다.
마이는 [81]등으로 도착합니다.
한 입 베어 물린 그는 환상 동화에 나오곤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재가 있는 이유는.
한 번 불탔기 때문입니다.
마음 속에 있는 어떤 중요한 사물이.
그것은 어딘가의 고전에 나오는 시체일 수도 있겠습니다.
시체에 대한 것은 내가 쓰려다 못 쓴 것입니다.
환상 동화는 동화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른들을 위한 것도 아니네요.
환상 동화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내 등장 인물이 될 터인 마이를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마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붙들린 신세가 되어 애매하게 등장하곤 합니다.
환상 동화는 환상의 이야기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과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환상 동화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아이들입니다.
나는 어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른들이고
나는 아이입니다.
길을 잃은 어떤 사람이. 내가.
어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집안의 어른의 앞에 당도합니다.
어느 가문의 아이냐고 묻습니다.
길을 잘 아는 터인 어른이. 내가.
그 아이의 앞에서 딴청을 부리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교육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뿐이었죠.
그런데 이야기들은 교육이라는군요.
그 어른이요.
아니면 교육이 이야기들인가요?
그 아이가 묻습니다.
고집을 부리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당신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집안의 사람이군요.
자랑스럽지 않나요?
저 멀리 보이네요. 저 아이가.
혼자서 길을 찾은 저 아이가.
난 아이를 한 번도 혼낸 적이 없었어요.
그건 내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였을지도 몰라요.
환상 동화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재를 뿌리고……
마당이 있으면 마당 앞에……
더럽히는 일이죠.
나는 그렇게 길을 잃은 사람입니다.
그건 필요 이상으로 반납하는 느낌입니다.
사과 소년이 한 입 베어진 채로 걷고 있습니다.
학급은 무너지기 마련이죠.
미리 주어진 것을 추구하고 있는 듯합니다.
서늘한 성질의 보석.
그것을 나는 비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환상 동화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임금벌레
2021년 3월 17일 수요일
도시 전설
도시에 그늘이 있다. 나는 그늘 안에 들어가 날 가린 나무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나무 밑에 그늘이 있다. 그늘에 음악이 흐른다. 그것은 내 그늘과 겹쳐 있다. 손동작과 그러한 음악은 마치 현대에 생긴 도시 전설 같은 느낌이다. 도시 전설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고 있다. 도시에 그늘이 있다.... 로부터 생겨나는 도시 전설들은 현대에 와선 잘 찾아볼 수 없다. 현대의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무의미한 담화들을 품는다. 마련한 그늘이 엷어지고 있다. 저 사라짐은 뭘까. 대낮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인 걸까.
2021년 2월 16일 화요일
社名을 찾아서
2020년 10월 6일 화요일
소개: 미아와 접시
미아
2020년 10월 3일 토요일
헤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느 날, 작은 병원에서 한 인터뷰를 보았다.
“여기처럼 조그만 도시에선 한 사람의 죽음도 꽤 큰일이에요.”*
가끔은 익숙한 사실이 나를 의아하게 만든다. 서울에서 오래 살았다는 것, 지금 마시는 커피에서 정직하게 커피 맛이 나는 것, 결국에는 모두가 너무 사람 같아서 아무도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없는 것.
산다는 건 만난다는 말이고 결국에 헤어진다는 말이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조그만 도시에서 벌어진 큰일처럼 느껴진다.
미래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당신을 만나고는 그런 결심을 하고 적었다.
2020년 8월 10일 월요일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두 번째 소개: PIMPS (19년 7월 셋째 주)
이전 시즌이 약간 아쉬운 맛이 있는 분량으로 다소 갑작스럽게 마무리되었던 것은 이래저래 연재 의욕이 꺾였기 때문이다. 그때 나를 가장 크게 무릎 꿇렸던 콘텐츠는 한국 3대 민족찌라시의 하나인 중앙찌라시에서 연재되던 「백재권의 관상·풍수」였다(참고자료). 정치인 포함 유명인들의 관상을 동물의 얼굴에 빗대어 보면서 뭐슨뭐슨 막걸리 썰을 푼다고 하는, 동물과 관상과 평론을 결합시킨 기절초풍의 기획력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코너는 올 연초 99회째에 성폭행범과 그 피해자의 관상을 다루는 초현실적인 누를 범한 뒤 민중의 단합된 힘에 호되게 털리고 글 내리며 연재 중단되었다가 어느 순간 연재분이 책으로 엮여 나오더니 아마도 명예회복 차원으로 지난 유월 윤석열을 다룬 새로운 99회차가 올라오며 마무리되었다. 100회를 딱 실수 없이 깔끔하게 채우고 마무리했다면 백 박사가 김세연을 밀어내며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되어 자유당 의원단 단체 성형과 혁신적 관상 공천, 풍수에 입각한 철저한 정책 설계에 기여하며 21대 총선을 큰 승리로 이끌었을 텐데... 기회를 놓친 것은 백 박사 자신의 업보이고 하늘의 뜻이다.
지난 2년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치는 여전히 끝나지 않는다. 19년 7월 19일 오늘, 남한 민주주의 대제전 프로듀스X101(참고자료) 방영이 종료되면서 PIMPS의 운신 공간은 다시금 열리고 있다. 총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빨랑 써서 해치워 버리고 마무리를 해야만 험한 일(고소·고발·협박 등)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또한 섰다. 연재 재개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고민: 뭔가 새로운 기획을 추가해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장고 끝에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성과 핍진성의 투트랙 정면돌파를 결정했다. 무엇이든 강력하게 촉구를 하고, 다양한 채널과의 공조 같은 거를 강화하고, 정·재계 및 노동계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또 뭐 어쩌고를 저쩌고하고... 그런 홀가분한 마음으로 PIMPS의 두 번째 연재를 시작한다. 각급 비서실 여러분, 각 당 내외부 싱크탱크 관계자 여러분, 정치 애호가와 정치 혐오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2018년 11월 7일 수요일
2018년 6월 1일 금요일
2018년 4월 18일 수요일
2017년 12월 27일 수요일
나무성
2017년 9월 24일 일요일
클로짓 오프닝 Closet Opening
오프닝만 가지고는 방송이 되지 않고, 오프닝만 있을 때 그것을 오프닝이라고 불러도 될까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단세포 생물이 딱히 머리랄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잖아요?
그렇지만 오프닝이라고 부릅시다. 제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나직한 목소리로 느리게 말하는 화자가 약간 버벅거리면서, 방금 읽은 내용을 의심하면서 말하고 있다고 상상해 주세요.
이것은 당신과 나의 통화이기도 합니다.
2017년 8월 9일 수요일
소각장 만든 날
2017년 7월 7일 금요일
2017년 2월 10일 금요일
직업 전선에 대해
안녕하세요. 이 글은 <직업 전선>에 대한 안내문입니다.
<직업 전선>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막론하고 노동 현장에서 꿈꾸듯이 일하고 있는 모든 이상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매달 1~2회 연재됩니다. 간혹 파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애매하지만 일단은 직업 전선에 있는 사람이니까 간혹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으니 양해해주세요.
아직 직업을 결정하지 못하셨습니까? 그들의 체험 수기를 읽고 당신의 직업 결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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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용 서문)
『직업 전선』은 과거 현재 미래를 막론하고 노동 현장에서 꿈꾸듯이 일하고 있는 이상한 사람들이 쓴 수기 모음집입니다.
시인의 성정을 타고났으되 시인이 되지 못한/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정환경 때문에, 진로 결정을 하다 보니, 공부에 취미가 없어서(물론 시인들도 공부는 안 합니다만), 시인이 하찮아 보여서, 등단을 시켜주지 않아서(개 같은 등단 제도), 그냥 사는 대로 살다 보니까 등등 사유는 다양합니다.
시인의 성정을 타고났으되 시인이 되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시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안타깝게도 사실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시인 또한 시인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돈이란 그렇게나 차가운 것입니다).
『직업 전선』에는 그런 이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소상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곳엔 그들의 전문 지식과 애로사항과 희로애락과 꿈과 상징과 물거품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아직 직업을 결정하지 못하셨습니까? 그들의 체험 수기를 읽고 당신의 직업 결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