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일 목요일

노래하는 소녀

애쓰던 사람은 이제 없고 저마다 방 안에 누워 휴대폰을 보거나 잠 속을 깊게 유영했다. 애쓰던 사람이 이제 없다는 사실은 이제 사람들의 머릿속에 없는 듯했다. 사람들은 어색한 순간에 웃었다. 그 웃음은 그 소녀가 슬퍼했던 것이다. 잠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이 잠을 자지 못하는 그 시간에 노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린 아이들은 꾸벅 졸았다. 내가 아는 사람은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의 잠을 깨우지 않는다는 것으로 무언가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잠을 자지 못하거나 깊게 잠들지 못한다. 그것은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실이다. 애를 쓴다는 것은 일정 부분 소진한다는 것이고, 방 안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은 그 일을 하면서. 누워 있는 사람의 머리 옆에 있는 그 휴대폰에서 노래가 나온다. 어제 산 책은 읽기에 어렵지 않다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나 혹은 건물에 가깝다그런데 사람들은 이미지만으로는 건물을 잘 짓지 않는다. 나는 그런 것의 어떤 부분을 줄글이나 산문으로 불렀는데, 그러면 혼자서 애를 쓰게 됐기 때문이다애쓰던 사람이 이제 없는 지금, 나는 에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에고는 사라진 자아의 흔적이다. 정확히는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고 사실은 뭔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리듬이나 혹은 폐건물. 여기는 마천루가 높이 솟은 광경이 되고 싶어 한다. 거기에는 근미래 기술이 쓰이며(스팀펑크), 시점은 과거의 것이다. 애쓰던 사람이 모두 사라진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며 당신은 한순간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놀라울 정도로 그 사람들은 미형이었고 그 사실이 왠지 어색했다. 내 시점은 애쓰던 사람이 사라지기 전의 것이어서. 이미 그렇게 애쓰던 사람이 사라졌는데도. 미래에 폐허로 발견되는 기계 도시 문명처럼 나는 여전히 작동한다. 나는 그리 애쓰던 사람이 아닌데도. 애쓰던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다는 사실은 나를 잔잔한 쾌락에 젖게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 평화로움 안에서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노래는 다른 사람들의 잠자는 일이 완성시킨다. 헤어지고 나서 자동차에서 울리는 배기음처럼. 애쓰던 사람들이.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