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7일 금요일

어릿광대의 웃음

언젠가 헤살 놓는 일이 어러워졌을 즈음부터 해서 그 시절이 익살맞아지기 시작했다. 그 시절이 종이배를 놓으면 그중에 몇 개가 이 시절로 도착했다. 그랬으니만큼 내 얼굴에 수심을 띤 것을 거울로 보고 내 얼굴의 가장자리로 손을 가져갔을 때 거울 속에 있던 나는 웃었다. 어떤 사람들은 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 사람들은 그 부분을 건드려주기만 해도 운다. 그러나 운다는 것은 그 당사자가 결정하는 일임이 맞다. 어떤 사람들은 전혀 울지 않는데 신은 그런 사람들이 쓰고 있던 안경들을 수집한다. 안경점에 갈 때마다 헌것은 버리고 오는 나날들. 그 나날들 또한 익살맞아지기 시작했다. 어릿광대가 누워서 잠자고 있다. 동물처럼. 가끔 몸을 뒤집어서 배 부분을 긁기도 한다. 나도 어제 배 부분으로 눈물을 닦았어. 그것이 광대의 레퍼토리. 지켜보는 사람 하나 없고 광대가 되기 위해선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어릿광대들은 서로의 귀를 잡고 있고 어떤 어릿광대들은 자연 풍광을 보고 몰라 한다. 그런데 내 얼굴에 어린 수심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혹시 울고 싶은 건 아닌지? 손끝을 건드려. 그게 신호야. 울어도 된다는 신호. 요정들이 그렇게 속삭인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하지만 눈물을 닦으면서 울어야 해. 자기 얼굴에 신경 안 쓰다간 부끄러워질 수도 있으니까. 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왜 울음이 터져 나오는지 모르는 채로 운다. 나는 그런 순간을 안겨주고 싶은데. 왜인지 모르게. 나는 눈물이 나기도 한다. 나도 울고 싶은 사람이었을지 몰라. 신에게 내가 인간임을 납득시키기 위해. 나는 울고 있다. 신은 인간에게 자신이 신임을 납득시키지 않아도 된다. 인간에게 납득이 필요한 이유는 안 그러면 너무 가벼워져 날아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번 날아오른 사람은 영원히 무거워질 수 없대. 그러니 웃는 것에도 조심을. 웃는 건 가벼워지는 일이니까. 가벼워지면 코미디언들은 더 무게를 잡으려 들지. 더 웃게 하려고. 웃는 사람들을 더더욱. 그래야 그 사람들은 돈을 버니까. 하지만 그 사람들의 레퍼토리에 울음은 없을걸. 사람은 꼭 혼자서만 울어야 하지. 안 그럼 부끄러우니까. 그렇지만 웃음 근처에 울음이 있는 것은 맞아. 웃음은 일단 사람들을 넘어오도록 만들지. 그때 노래를 불러주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은 울게 돼. 울음은 어쩌면 웃음과 마찬가지로 울수록 가벼워져서. 그래서 날개 달린 천사가 되는지도 모르는 일이야. 중앙에 있는 어릿광대가 만족해하며 웃고 있다. 위와 같은 레퍼토리를 생각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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