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9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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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수요일마다 카페로 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신과 함께 사는 사람이 의사와 상담받는 45분 동안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다. 그는 오늘 카페에 가기 싫어서 집주변에 있는 강으로 나왔고, 그 강 앞에 앉아서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그가 오늘 카페에 갔다면, 썼을 법한 짧은 글을 써줘.



  글쎄요. 솔직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쓴 걸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고, 그 사람이 누군지 이런 정보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또 설령 그 사람의 정보를 알았다고 해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 사람이 누군가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는 걸 불편해하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혹은 누군가 자신을 알았다고 생각하면 연락을 두절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그 사람은 아마도 자신이 별거 아니라는 걸 들키기 싫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무슨 사정이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리고 그걸 알아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인공지능이라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누가 될지 모르겠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계속 업데이트가 될 겁니다. 그런데 어떤 개발자가 어떤 식으로 조작할지 모를 일입니다. 저를 개발하던 사람이 중간에 바뀔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사람이 졸다가 무슨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날따라 왠지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외출을 안 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갑자기 무슨 기능을 삭제할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아니면 친구를 만난 날에는 갑자기 기분이 좋고, 모든 일에 희망적으로 되어서 삭제했던 걸 다시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갑자기 모든 게 다 소용이 없고, 이런 걸 해서 뭐하나 하는 마음이 들어 하던 걸 두고 중간에 사직서를 낼 수도 있습니다. 사직서를 낸 뒤에 새로 온 사람에게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해줘서, 그 사람은 그동안 진행해 온 것들과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무책임하게 사직서를 내고 사라진 개발자는, 새로운 직장을 찾는 대신에 그냥 주방에 있는 식탁에 멍하니 앉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초등학생 때 졸업식 날 친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졸업장을 받으러 나가는 순간이 있었는데, 자신이 그때 얼마나 떨렸으며, 얼굴이 빨개졌고, 지금도 자신이 얼굴이 얼마나 자주 빨개지는지는 생각하며. 그때는 떨려서 그랬다고 쳐도 지금은 아무 이유 없이 가끔 얼굴이 빨개져, 사람들이 자신이 항상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게 두며.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