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0일 금요일

눈보라

 어젯밤 책에 물을 엎질렀다. 한장 한장 수건으로 눌러 닦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나왔다. 견디기 어려운 시기다. 점심 시간 끝나자마자 잠이 쏟아진다. 해방된 인민들처럼.

 너는 오열을 넘어서자고... 그뿐으로는 못한다, 그렇게 말해도... 결코 타협하지 않는 불파의 오열담당관을 반드시 데리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협하지 않는... 죽어도 절대로 않는?

 우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그것은, 왜 울고 있어 여기서?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을 왜 묻고 있어? 왜 그것을 묻고 있어? 하는 듯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감히 이르기를 없어져야 할 것들, 그런 것이 있다는 듯 울어서 없애버리겠다는 듯.

 지금 말 아는 이 모두가 명운을 걸고 반전시켜야 할, 진실로 심각하며 화급한 우리의 맘에 대해, 낙담에 대해 네가 말하려 한다고? 쟤를 데리고서? 그것은 주제를 넘어서려는 짓이야. 그릇의 모양에 대하여 말하려니 무늬에 대하여 말하려니, 한 개의 목구멍을 넘어오려는 것이 둘 되고 천 되고 억 되는데

 두 개의 눈구멍을 넘어오려는 것이... 있어야 할 것들이 있게, 여기로 그것들은 넘어져온다. 맘들이, 야 정신 좀 차려봐라 무슨 소리니? 너는 산 자들의 어깨를 붙들고 있다. 놓치고 있다. 붙들고 있다. 차례로, 차례로, 우리는 얼어붙고 있다. 많은 영혼들이 서로 부딪고 으스러지는 것이 들린다. 입 속에서 많고 쓸모없는 영혼들이. 쓸모없는 세상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 영혼들이, 파도가 흔드는 모래알이고 가루다. 많은 영혼들이 서로 부딪고 으스러지는 것을 듣는다. 네가 어깨를 짚으며 짚으며 입에다 처넣어준 것들이

 담당관들이
 얼어붙은 우리가 기대어지면서, 망치는 이빨들을 향해 휘둘리고
 펴지고 있다.

 저것은 발목까지 젖는 해변이다, 검은 해빙이다. 이 모든 일들은 출발에 불과하다. 우리는 꽤 길게 고통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고통받아온 그만큼이다.
 이전에 기대할 것이 없으므로 이후를 향해 녹아내리고 있는
 이들이 편에 선다면, 이들이 편에 선다면, 두렵지 않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두렵지 않네. 흐흐흐... 흐흐...

‘눈보라’ 출판사는 시집만 낸다. 축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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