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을 생각한다면
마음은 급하지 않아도 돼
늙어가는 개를 데리고 사는
친구가 말했다
자기도 늙어가고 있으면서.
친구네 개가 늙어가고 있다는 얘길
어쩐지 내 일처럼 듣고 있었다
휴게소였나? 생각해보면
화장실 앞 복도에 서 있을 때
다급한 얼굴로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늙어가고 있었다
먼저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의
오래 참은
피곤한 냄새를 맡으면서
이제 나도 그런 걸 많이 봤구나.
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가만히 생각하고 있으면
친구네 개가
온 힘을 다해 컹컹 짖는다
나오라고,
이제 나오라고,
짖을 힘도 없으면서.
남의 집에 사는 젊은이들이 늙어서
늙은이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결혼하지 않고
개와 함께 삽니다
매체에선 이런
비슷한 얘기를 많이 한다
무슨 문제라도 되는 듯이.
문제 속에서 살게 하는 게
문제라는 걸 왜
자기들만 몰라?
친구가 짜증을 내자
너무 늙어서 지혜로워진 그의 개가
컹, 하고
동의했다
나도 하나의 입장을
내 옷처럼 입고
사회 언저리를 돌아다닌다
늙어가면서.
급속도로
늙어가면서,
하지만 어떡해?
나는 바람이 좋아!
그냥 생각한다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지나서,
나는 구름이 좋아!
그냥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