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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6일 화요일

오물분수

오물분수야, 너는 붙잡은 잠을 놓치게 한다. 세상의 찌꺼기들 그러모아 천국 향해 솟구친 뒤 엊그제의 속마음처럼 박살이 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울컥거리는 폭주는 언제나 즐거울 거야. 최대한 움켜쥐고 있던 건강이나 미래와는 무관하게, 내 안으로 안착하는 너의 물줄기에는 삶의 분변 덩어리가 거대한 발사체처럼 자리 잡고 있고

빛을 등진 영혼의 파편들 짊어진 채 아래로 쏟아지며, 지체 없이 흐르고 있다.

계속해서 작동하는 잡동사니 마음들에 24시간 하방 압력이 커지는 것을 오래 견디고 있다. 이를테면 대형종 난초를 지탱하는 화분 속 돌멩이의 무거운 정적부터, 작은 어미 문조가, 자기보다 더 작은 새끼를 키우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내가 들을 수 있는 어떤 주파수의 오물에서도 함부로 살 만한 냄새가 난다.

그렇게 살다가도 죽어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게 자연이라며—

오물분수야, 너는 쏟아지고, 죽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새롭게 쏟아지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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