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3일 금요일

직업소개사

나는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
나는 미래직업소개소*에서 무직자에게 노동의 기쁨을 알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노동을 소개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다… 있었다.

옛 사람들은 행복한 미래 하나와 불행한 미래 하나를 상상했다. 사람이 하던 노동을 기계가 도맡고 사람은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세상과, 사람이 하던 노동을 기계가 도맡고 사람은 노동 현장에서 쫓겨나는 불행한 세상.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 하지 못하게 된 이 세상이 행복한 세상인지 불행한 세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내가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더 이상 직업을 소개받으러 오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내가 언젠가부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미래직업소개소에서 9시에 출근해 8시에 퇴근할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방문객이 드물어진 초기에는 라디오를 듣거나 영상물을 보거나, 나중에는 막 나가자는 의미에서 게임도 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커다란 고민 속에서 시계만 쳐다보다가 시계가 멈추면 약을 갈아 넣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로 텅 빈 사무실에 앉아 있노라면 텅 빈 사무실이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과 장소가 동화되는 게 아니라, 장소에 자신이 편입되는 감각을 느껴본 이라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방문객이 오지 않는 것도 고민이지만, 노동하는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 불행한 것인지도 (여전히) 고민이지만, 당장에 내가 나에게 새로운 직업을 소개시켜줘야 할지, 아니면 일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최대의 고민이다.

고민 끝에 사무소 한편에 비치되어 있던 월간 <직업 전선>이라는 책을 읽어본다. 여러 직업군에 속한 이들이 자신의 노동에 관해 기술한 체험기……인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다. 헛소리를 적어놓은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고민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고 고민의 골만 더 깊어진다. (이딴 걸 왜 책으로 엮었지?)

‘미래에는 현재의 직업이 사라지고 줄어드는 한편 새로운 직업도 생길 것이므로 오래오래 일할 수 있는 미래의 직업을 소개받으러 오십시오’라는 기원을 담아 미래직업소개소라는 이름으로 직업소개소를 열었으나 대략 창업 20년을 맞은 지금 나는 정말로 대 위기다. 직업을 소개시켜주는 사람인 나 자신이 이 직업을 유지해야 할지,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할지, 그냥 일을 그만해야 할지 결정하고 있지 못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왜 여전히 일하기 싫어하고 일하고 싶어 할까?
궁극적으로는 일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하고 싶은 마음인 채로 일하지 않는 걸 바라는 걸까?
(혹자들이 더는 책을 읽지 않아도 되지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인 채로 책을 읽지 않듯이?)

에라 모르겠다. 이 고민을 <직업 전선>에 투고해보고 나서 생각해야겠다.



*대한민국 서울시 영등포구에 소재한 곳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죽으면 죽으리이다: 조국 (19년 8월 넷째 주)



이렇게 피로감이 쌓이는 때일수록 청량감 있는 콘텐츠를 내놓아야 좋지만 한국에서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뭘 쓰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PIMPS는 오로지 정론을 추구하기 때문에, 8월 넷째 주는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을 위한 묘책이 든 긴급 비단주머니로 간다. 조국의 일은 (정치공학적 관점에서만 봤을 때) 오랫동안 죽만 쑤던 우파들이 드디어 잡은 껀수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엄숙한 표정으로 n번째 떨쳐 일어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억압받고 있다며 스스로를 가엾게 여겨온 샤이보수 및 보리적 합수 친구들 얼굴에도 비로소 화색이 돌며 한편에선 무슨 촛불집회를 한다 어쩐다 설레발들을 치고... (PIMPS는 공식적으로 모든 종류의 정치 결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이 나더라도 사실상 게닌사무소와 다름없는 상태인 보수야당이 내로남불 운운하며 국정 농단이니 뭐니 탄핵 정국 때의 일을 계속 상기시키는 건 정말 웃기는 일이니 좀 자제하기를 빈다. 탄핵의 ㄱ도 떠오르게 하면 안 되는데 야당 되고 나서부터 아주 줄기차게... 정치하면서 웃기면 안 된다고 일전에 내가 쓰지 않았나? 여하간 이 땅의 우파들 모두가 이걸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치의 내용은 최대한 뒤로 미루고 인물과 썰은 최대한 증폭시키는, 이 미욱한 PIMPS가 아무리 열심히 해 보려 해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아주 대단들 한 보수정치다. 자유당은 이 기회를 살려 청문회 일정을 질질 끌면서 현재 국면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는 중, 너나없이 플레이어 되기를 숨기지 않는 작금의 언론 지형에서 누구 가족들이 어떻고 저떻고 그런 얘길 8월 끝날 때까지 계속 봐야 한다는 건 정말 짜증스럽고 진절머리 나는 일이다. 일단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조국의 정치 성향이 어떻든 그가 본래 강남 사는 교수 가족의 구성원임을 참작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는 속여도 계급은 못 속인다. 교수라는 족속은 원래 태반이 개새끼들(죄송합니다)이라 인성 점수에서 기본 +를 해줘야 보통 사람과 수준이 맞는다. 지역 얘긴... 해서 뭣하겠나.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그냥 하던 대로 살(누가 와서 죽창으로 찔러 주길 기다리기)거나 칵 죽어 버리면 되나? 그게 아니라 본인들 책임을 따라서 해야만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조국은 그래도 나름대로 책임 비슷한 걸 져 보려던 사람으로 평가한다. 나는 박근혜도 2016년에 이미 용서했다. 양승태도 아직 오체분시를 당하지 않았는데, 조국 같은 사람이야 피래미에 불과(그러니까, 한 일이 뭐냐?)한 것이다.

까놓고 말해 조국이 정치인이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고 보는데, 그를 무슨 정치인처럼 만든 것은 결국 여야와 언론, 본인까지도 합심한 일이다. (뭐의 아이콘이라고?) 이미 정치인으로 취급받고 있고 정치를 하고 있는데, 어디 교수니 강남 어쩌구니 하는 한국 대표 치외법권 타이틀도 같이 잡고 있는 거는 사실 말이 안 된다. 넷이 있으면 최소한 하나는 내려놓아지 다 붙들고 앙가주망이 어쩌고 해봤자 지랄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며, 그래서는 공정함이 어쩌고저쩌고 하던 얘기를 자유주의 정치세력들이 다같이 돌려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뭐 억울할 일이 있는가? 자, 그래서 모쪼록 사견을 접어 놓고 솔루션에 임하자면, 조국에게는 두 가지 길, 자진사퇴의 길과 정면돌파의 길이 있다. 상수上數는 자진사퇴다. 본인 명예도 있고 하니 일단 청문회는 치른 뒤가 좋지만 보수야당이 끝내 청문회 보이콧을 한다면 어쩔 수 없다. 사퇴 기자회견의 모양새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먼저 사회지도층의 윤리와 책무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떼고, 이어 기득권으로서 본인이 알게 모르게 누려 온 특권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고백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쩌고 하는 얘길 슬쩍... 이때 내용은 진실해야 하고 표정은 의연해야 하며 눈에는 눈물이 딱딱 맺혀야 한다. 그리고 장관이 됐을 때 하려고 했던 여러 일들, 사법 개혁의 방향과 이런저런 정책 등을 A4 1장으로 요약해 와 직접 기자들에게 주섬주섬 비틀비틀 나눠준 뒤 쭉 읽는다. 저는 물러가지만 개혁은 후퇴할 수 없다, 요런 얘기, 이 프로그램, 인물은 뒤로 보내고 콘텐츠는 남기는 마무리 연출을 하면 그나마 명예로운 후퇴로 정권과 여당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판에서는 이렇게 퇴장해도 교수질은 계속할 수 있을 것이고... 책도 내고... 한편 악수이긴 하지만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자고로 우리 교수님들 버르장머리 고쳐 놓는 솔루션은 6, 70년대 중국에서 이미 명쾌히 나왔다. 1) 얼굴 먹칠, 2) 죄목이 적힌 명패, 3) 종이 고깔. 장관을 꼭 해야만 하겠다면 답은 그것뿐이다. 먼저 빨리 이사부터 하고 교수직도 내려놓는다. 얼굴에 먹칠하고 자승으로 자박하고 목에 명패를 걸고 종이로 만든 고깔을 쓴 채 대중(일테면 광화문) 앞으로 가라. 태극기 부대의 앞으로 가라! 자리를 깔고 무릎을 꿇고 진짜로 맞으면서 간다. 맞으면서 가다가 골로 가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로. 모 아니면 도, 죽으면 죽으리이다 정신이다. 선제적으로 인민의 재판을 청하는 것이다. 아예 재판콘서트 식으로다가 해서 여러 집회 결사체들이 조인트하는 자리를 만들면 더 좋겠다. 초대가수는 심수봉, 레드벨벳... 이러면 진정한 국민 통합, 궐기한 민중부터 깨어 있는 시민, 애국 보수부터 자유 우파까지 총 대중 의식의 성숙함을 확인해 볼 자리도 될 것이다. 조국이 아직 진정한 정치인이 아닌 것은 우리 인민의 심판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총선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위와 같은 식으로 심판을 받아 살아남는다면 장관이 문젠가? ㄷㅌㄹ 자리도 따 놓은 당상...

※추천 아이템: 품이 넉넉한 수형복, 그 아래 받쳐 입을 방검복 또는 복대, 진행을 맡을 MC 송해

2019년 8월 16일 금요일

미친놈만 살아남는다: 손학규 (19년 8월 셋째 주)



어쩌다 보니 대표급 인사들을 계속 다루고 있어 다가오는 정계개편 국면의 키 플레이어인 제2야당 대표 손학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손학규, 하면 우리 세대에겐 손학규 징크스 같은 얘기로 유명한데 사실 그건 별거 아니고(손학규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묻어 버리려는 적대 세력의 이미지 공작?), 나의 뇌리에 가장 강렬히 박혀 있는 손학규는 그의 파란만장 정치 역정 중에서도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만한 순간인 민심대장정 당시 왕사마귀를 잡아먹는 손학규이다. 손학규는 정동영과 퇴물 대결을 해서 이겼으면 이겼지 절대로 지지는 않을 사람이다. 장관도 해 보고 경기도지사도 해 봤다. 당대표는 기본. 당내 대선 경선에 3회나 참여하여 3회 모두 패했으며, 그에게 패배를 안겨 준 사람들(정동영, 문재인, 안철수) 또한 대선에서 3회 모두 패했다고 하는 기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톱급(TOP級)의 자버(jobber, 프로레슬링에서 지는 역할을 맡는 선수)로서, 여야와 보혁 어디에 있든 쓰고 버리기 딱 좋은 카드로 각광받아 온 사람. 손학규의 이런 특징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났던 것은 지난 탄핵 정국 당시 탄핵만은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여러 정치 세력들에 의해 거국 내각의 총리가 될 뻔했던 일이다. 그렇게 됐어도 참 볼만했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게 되진 않았다. 지금 당에서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대표직을 계속 시키느냐 마느냐 양옆에서 위아래로 흔드는 중이다. 애초에 버리는 카드로 그를 당대표에 앉혔다는 뜻. 본래 이번 주 향후 정치 구상을 담은 문제의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평화당 의원들의 단체 탈당 발표에 광복절도 끼어 있고 뭐 이래저래서 일요일이나 월요일쯤으로 미뤘다고 한다. 이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다음 주라 해서 무슨 일이 없을까?

1인자는 아니지만 사천왕 중 최강, 그러나 2인자나 3인자는 또 아닌, 우리의 영원한 4-1인자 손학규를 위한 이미지 메이킹 솔루션은 무엇일까? ‘물러서지 않는 자세’인 것은 본인이 아마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렇잖아도 머나먼 강진 땅으로 물러섰다가 돌아올 타이밍을 너무 오래 놓쳤잖은가?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에선지 이정미와 함께 단식도 하고 이것저것 밀어붙이는 모습, 누가 앞에 와서 욕하면 허허 웃으며 등을 두드려 준 다음에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계속 하는 모습, 그런 것은 참 좋다. 하지만 말과 행동만으로는 부족한 것, 말과 행동만으로 사람들이 알아주고 귀기울이고 그런 정치가 되는 가능한 판국이었으면 내가 도대체 왜 이런 걸 쓰고 앉았겠으며 손학규는 왜 거기서 그러고 있겠는가? 말년의 손학규에게 아직도 뭔 뜻이 있다면 역시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것이다. 먼저 어느덧 일흔이 넘어 버린 그의 눈가의 주름, 사뭇 작아진 눈, 언제 저렇게 폭이 좁아졌지? 저러다 없어지는 거 아냐?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들고 마는 눈, 최전방에서 매일매일 개기고 있는 원내대표 오신환 녀석의 엄청난 부리부리함과 비교해 봐도 기세 면에서 눌리고 만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일단 첫째로는 아이라인 문신이다. 강렬한 눈매로 부족한 카리스마를 보충한다. 여전히 안경을 고집하고 있는 샌님 유승민과도 좋은 대비가 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아이라인 문신을 한 정치인은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다음은 당연히 삭발. 손학규 선언을 딱 하고 2부 순서로 삭발을 한다. 이것이 저의 「진심」입니다, 눈썹 같은 것도 필요 없으니 이때 같이 밀어도 좋다. 다 끝나면 징 박힌 재킷을 받아서 척 걸치고, 달라붙는 바지는 커트보를 걷었을 때 이미 입고 있다. 나이에 비해 풍채와 자세가 좋기 때문에 테가 잘 난다. 어 제법? 이러면 적어도 20년은 줄일 수 있는 거 아닌가? 이것이 답이다. 젊게 살아야죠!

※추천 아이템: 목이 높은 부츠, 전용 바이크 ‘제7공화국’, 최고위에서 자꾸 개기는 놈들 보라고 꺼내 놓을 크롬 너클 한 쌍, 옥색 반다나(바른미래당 굿즈샵에서도 판매), 팔뚝 레터링 ‘저녁이 있는 삶’.

2019년 8월 13일 화요일

[14호 서신]


*비연재 게시물을 위한 공용 태그 도입
 -비연재물을 위한 공용 태그 ‘단편’ 신설.
 -해당 태그로 한 편, 두 편(1-2, 상-하, 본문-후기, 서문-본문 등), 또는 세 편(123, 상중하, 서본결 등)만으로 완결되는 게시물을 올릴 수 있음.
 -주제와 형식상의 제약 X.

*저장고 글 일부의 태그 수정
 -필자가 권한 해제된 상태이면서 소개글 포함 3편 이내로 연재 중단된 게시글들의 태그가 ‘단편’으로 변경됨.

*‘공동입하동’ 태그 묶음 신설

 -공용 태그를 위한 묶음(저장고 및 개인 태그와 구분되는)을 새로 만듦.
 -‘곡물창고에서’ 태그가 해당 묶음으로 복귀됨.
 -‘곡물창고에서’ 게시글 작성 시 뜨거운 박수와 함성...

*새로운 연재 기획, 새로운 필자, 새로운 공용 태그, 새로운 단편 업로드, 기연재 생산 배가 등 환영
 -멀티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웹 환경에 맞는 다양한 기획(이미지, 영상, 음성 등) 추천.
 -심심한 지인에게 필자 등록 권유.
 -각 필자들은 개인 연재 외에도 새로운 공용 태그를 기획하고 만들 수 있음.

*페이지 수정
 -위 사항들에 맞게 인별표목 및 사용조례 수정.

이상.

2019년 8월 9일 금요일

수수께끼의 복수자: 정동영 (19년 8월 둘째 주)



8월 둘째 주, 평화당 대표 정동영을 다룬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정동영은 퇴물이다. 어느 정도로 퇴물 느낌인가 하면 이것을 쓰고 있는 나 자신까지도 묘한 실망감을 느낄 정도다. ‘퇴물’이란 그저 신선한 느낌이 없는 정도만을 말하지 않는다. 엄밀히 나이로만 따지면 정동영은 53년생, 아직 한창때라고나 할 것이다. (정치는 모름지기 70부터 아닌가?) 퇴물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역사적으로 그의 사명이 완전히 끝장났다는 것을 그를 지켜보던 모두가 인정할 때 비로소 퇴물이라고 불릴 자격을 얻는다. 퇴물이 되고 싶어도 못 되고, 총선을 또 준비하는 박지원을 보라! 사명 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자기 자신과 주변 두엇만의 삶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대부분의 정치인들까지 포함하여)과 달리, 고꾸라지든가 날아가 버리든가 끝까지 버티든가 하여튼 공동-운명의 거센 태풍(개인적인 행불행과는 구분되는)을 가장 앞에서 맞아본 사람들 중에서만 퇴물이 나온다. 정동영은 그런 의미에서 퇴물이다. 한때 그에게도 신선한 이미지가 충만했던 시절이 있었다. 젊을 적 뉴스 앵커로 살다가 김대중에 의해 정치권에 영입되었고, 개혁 기수로서 정풍운동, 16대 대선 후보 경선에 참가해 노무현에 패했지만 통일부 장관 역임, 열린우리당 의장도 했다. 그때 노인 폄하 발언(‘어르신들은 집에서 쉬셔라’)으로 한바탕 설화를 겪었는데, 모두들 사실 속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런 류의 얘기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보인다. 다만 오늘날엔 본인이 명실상부한 어르신(경로우대증 소지)이 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 여하간 17대 대선 민주당 후보가 되었고 MB에게 아주 크게 패한 뒤부터 정동영의 정치 역정은 완전히 꺾여 버렸다. 본인도 뭔가 느낀 바가 있었는지 왼쪽으로 왼쪽으로 열심히 오더니 결국 관악구의 좌파들에게 4.29 재보궐선거의 악몽을 남겼고 땡땡당에 들어가네마네 옥신각신... 다 안 되고 한참 칩거하다가 결국 국민당으로 합류, 당대표 당선... 그리고 바로 어제 의원들의 대거 탈당 예고로 지금은 완전히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릴 위기를 맞았다. 맞았는데... 앞서 말했듯 워낙 퇴물이라 지금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되든 사실 아무도 별 관심이 없다.

일전에 내가 평화당의 유일한 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 시점에서 정동영은 그것을 어렴풋하게라도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에게 어떤 역사적 과업이 남아 있다면, 그가 아직 스스로를 퇴물로 인정할 수 없는 까닭이 있다면, 오직 그것뿐이다. 자신의 유산(?)을 좌파들한테 들어다 바치기! 그것은 내가 이렇듯 그를 다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그에게는 할 일이 남았다는 얘기. 아직 할 일이 남은 정동영을 위한 솔루션은 ‘상판을 버려 대의를 이루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늘날 그 누구도 정동영을 유력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진정한 까닭,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가 뭘 하고 다니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 까닭, 그가 어디 나가서 무슨 말을 해도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는, 사실상 투명인간 상태인 까닭은 역설적이게도 얼굴이 너무 알려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검하수 수술이 방향만큼은 옳았다. 수술 후 잠시 컬트적인 관심(4년 새 최고 수준)을 받았던 것을 그도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거다. 같은 발상을 더 밀어붙여라. 얼굴을 아주 가려 버린다면 그것이 말이 된다. 정동영은 가면을 써야 한다. 이름은 그냥 그대로 가도 된다. 일단 가면을 써라 동영! 하여튼 가면만 쓰면 만사 형통이다. 밑에서 치받는 위치일 때는 강한데 중요한 순간에는 힘을 못 쓰고 주저앉아 버리는 패턴? 어쩐지 정동영이라면 뭔가 보여 줄거라 기대하지만 막상 시켜 보면 별거 없다? 그게 다 얼굴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강자는 진정한 쇼타임이 오기 전까지는 얼굴과 힘을 함께 감추는 법이다. 과업을 이루기 전까지는 가면을 벗지 말자. 가면을 쓰면 지금처럼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2인자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2인자는 맘에 안 든다? 그러면 아예 탈당을 하고 무소속으로 다니자. 지역구, 정동영 지역구가 대체 어디냐, 개성이냐? 어차피 여기저기 다 찔러 보고 버려 버린 지역구, 어디 아무 데로나 나가도 된다. 거기 나가는 다음 총선 포스터 사진도 가면을 쓴 채 찍어라. 슬로건은 ‘나에게 돌아갈 곳은 없다’ 그러다 운명의 그날이 되면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나?’ 하면서 가면을 딱 벗고, 가면을 벗으면 나오는 눈가리개천, 눈가리개천을 풀면 페이스페인팅, 페이스페인팅을 지우면 미간에서 교차하는 커다란 X자 흉터. 정동영...? 이러한 전개다.

※추천 아이템: 특별히 공들여 제작된 정동영 전용 가면 세트. 깃이 높은 망토, 격식 있는 자리를 위한 연미복. 장미꽃, 트럼프 카드, 성냥갑 등 지나간 곳마다 슬쩍 흘리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트레이드마크 소품들.

2019년 8월 8일 목요일

해상 기획

반인반어 형태로 상상되는 해저생물에 관한 전승은 전 세계 각지에 골고루 퍼져 있다. 많은 문화권에서 신화 또는 설화로 전해지는 대홍수 모티브와 유사한 면이 보인다. 거칠게 말하면 이렇다. 갓 시작된 문명들 각각을 뒤흔들 정도로 파괴적인 수해 재난이 실제로 일어났기에 대홍수 전승들이 만들어지고 구전된 것처럼, 인어와 관련된 전승 역시도, 어쩌면... 더구나 대홍수 이야기 대부분이 문자가 발명되기도 전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에 비하면, 어업과 항해술이 발달한 이후에 등장한 인어 목격담들은 얼마나 신뢰가 가는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어 이야기들이야말로 ‘기획’된 것이라는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인어들은 풍랑을 제어하고 미색으로 뱃사람을 홀리며 이따금 아이를 낳아 뭍것의 품에 안겨준다.

풍랑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어 뱃사람들이 마음에 들 때에는 뱃길을 잠잠케 하지만 때로 신경질을 부려 해일을 부르는 종족이,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때로 인간 남자와 정을 통하기도 한다-는 상상에서는 그 두려운 자연재해를 인간―인간 중에서도 뱃사람들, 즉 남성들―이 통제할 수 있다는, 그러기를 바란다는 의도를 추출할 수 있다.

너무나 희귀하여 쉬이 발견되지 않는 종족이 있는데 유독 한 가지 성별의 기능과 이미지만이 전해진다면 그것이 편의적으로 상상된 것이리라 짐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째서 사람의 눈에 목격된 인어들은 모두 여인의 꼴을 하고 있단 말인가? 남자인 인어들은 너무 겁이 많아서 뭍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南海中有鮫人 水居如魚 不廢機織 其眼能泣 泣則成珠(남해중유교인 수거여어 불폐기직 기안능읍 읍즉성주) 남해 속에 교인이 있으니, 물고기처럼 물에 살며 베 짜기를 그치지 않고, 그 눈은 울 수 있어 울면 눈물이 구슬이 된다. (조충지, <술이기述異記>)


한술 더 떠 옷을 입지도 않는다는 인어들이 베를 짠다는 건 대체 어떻게 나온 발상인지 모르겠다.
이와 같은 상상력들 대체가 실존하는 인어들에게 너무나도 큰 결례로 여겨진다.

다른 분야의 과학들이 그러하듯 박물학에는 윤리도 사상도 없지만 박물학자에게는 나름의 그것이 있다. 인어 전승을 되짚어 볼수록 박물학자인 나를 화나게 하는 옛 사람의 상상은 한 마디로, ‘어째서 인어는 여자고 용왕은 남자인가’ 하는 부분이다. 수저 문명의 백성들이 전부 여성이라면 그들을 다스리는 존재 또한 여왕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남 신안군에는 도초도라는 작은 섬이 있고 이 섬에서는 명씨 성 가진 노총각이 어부에게 잡힌 인어를 구해준 은혜로 대를 잇게 된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명씨는 인어를 돈 주고 사서 집에 얼마간 두고 돌봐준 뒤에 바다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인어는 바다에 돌아간 뒤 며칠 지나 잠시 뭍을 찾아 옥처럼 곱고 지혜와 재주가 빼어난 남자아이를 명씨에게 안겨주고 다시 떠났다 한다. 도초도에는 지금도 명씨 집안이 남아 있다.
인간-남성 입장에서는 이것이 노총각이 대를 잇게 도와준 유교적 미담일지 몰라도 나의 시각에서 이것은 인어들이 ‘남자’를 취급하는 방식을 더 잘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물 위는 지옥과도 같은 세계로, 인간은 악귀와도 같은 존재로 여길 인어가 자기 자식을 뭍으로 올려보낸 것은 명씨에게―인어는 잘 알지도 못하는 유교적 세계관의 맥락에서― 은혜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아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 이유는 아마 여자 아기가 아니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째서 성숙한―목격된― 인어들은 전부 여성의 신체를 갖고 있는지를 설명할 도리가 없다. 인어들은 남아를 유기한다. 그런데 번식은 어떻게 하는가 같은 것은, 글쎄, 대화를 통해 알아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화가 가능한 상대에게 그런 것을 묻는 것은 예의도 아니다. (이런 것을 굳이 말해줘야 하는가?)

2019년 8월 7일 수요일

노점상(인형을 파는)

해역을 건너온 아이들을 좌판에 벌여두고 난롯불에 두 손을 쬐고 있는 일요일, 겨울. 동묘는 16세기 말 선조가 명나라 황제의 명에 따라 지은 관우의 사당.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성인 가요. 가짜 브랜드, 가짜 시계. 권력도 약속도 없는 반지들. 이미 유물 같은 전자 제품들. 한창 허기질 때 길거리 음식 냄새. 옷 무덤이 군데군데. 그야말로 옷의 무덤. 이 모든 죽어가는 것들이 여기서도 구원받지 못한다면…… 유독 추운 날이라 그런지 썩 밝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표정. 눈이 올 것만 같은, 오지 않는 하늘. 울 것만 같은, 울지 않는. 그러나 내가 너희들 부모도 아니고, 언제까지 너희들을 돌볼 수는 없단다……

2019년 8월 4일 일요일

장난감 공장 노동자

벨트를 따라 오는 저것들. 모두가 같은 것들. 아직 존재가 아닌 것들. 형상 없던 것들에게 형상 있게 하고, 혼 없는 것들에 혼 불어 넣어주는 자를 무어라 부를까. 신? 네 대답이 그렇다면 나는 신인 것 같아. 세상의 신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금발 인형들의 신이긴 하겠지. 인간의 혼은 어디에 깃들까. 심장? 뇌? 인형의 혼은 어디에 깃들까. 눈? 눈이 없는 장난감은 인형이 아니야. 눈이 있는 장난감만 인형이야.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도,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도, 자동차 모양으로 만들어도, 눈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가 인형(人形)이야. 눈에 혼이 깃들기 때문이지. 벨트를 따라 오는 저것들. 나는 저것들에 눈을 붙이는 사람이야. 혼 없던 것들에 혼 불어 넣어주는 사람이야. 날마다 수천의 영혼을 만드는 사람이야. 내 혼은 어디다 빼둔 채로 인형에 사랑과 슬픔과 공포를 눌러 담는 사람이야. 내가 만든 많은 인형들은 곧 친구를 만날 거고, 가족이 될 거고, 가족에게서 버려질 거야. 가족의 손에 의해 망가지고 더럽혀질 거야. 인형들은 그 역사적인 순간들을 영영 감지 못하는 눈으로 모두 지켜볼 거야. 망가진 인형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죄책감을 아는 사람이야. 망가진 인형을 고쳐보려는 사람은 두려움을 아는 사람이야. 망가진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을 아는 사람이야. 사랑해서 인형을 망가뜨리는 사람은 사랑에 미친 사람이야. 벨트가 멈췄으니 자러 갈 시간이야.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사랑? 그래. 사랑. 자면서 생각해보자. 안녕. 머리만 남은 나의 아이, 나의 신도.

2019년 8월 2일 금요일

빛을 받아들여라!: 이해찬 (19년 8월 첫째 주)



이번 주 PIMPS는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관짝 짜놓고 본인 정치 역정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는 이해찬을 다룬다. 아주 젊은 층은 이해찬이 뭐 하는 녀석인데, 하고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찬은 교육부장관 및 총리로 유명하며, 20대 국회 여당 의원 중 최다선인 7선 의원(나왔다 하면 전승), 그리고 현 여당 당대표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로 민주당권에서는 꾸준하게 권력의 핵심부 근처에 있던 사람이다. 또한 정치에서 이미지 메이킹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는 사람, 작금의 추세를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는 사람이다. 흡사 해골 같은 인상에 표정이랄 것도 거의 없다. 말을 별로 안 고른다는 이미지, 깐깐하고 고지식한 이미지, 호통 잘 치고 화를 잘 내는 이미지도 있다. 젊을 적엔 컵을 던졌다느니 뭐 뺨을 때렸느니... 여하간 ‘인간적’인 호감이라고는 전혀 가지 않는 사람, 즉 이해찬과 관련해서는, 아름다운 미담 뭐 그런 것이라고는 아주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점에서 그는 기묘한 종류의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일테면 정치-머신 같은... 그는 권한이 생기면 그걸 정말로 사용하는 종류의 사람인데, 도대체가 그 누구도 대의하는 것 같지 않고, 사익이나 권력 같은 것에도 그리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골프를 좋아했었다는 점도 정말 기묘하게 느껴진다. 과연 그가 뭔가를 ‘좋아할’ 수 있는가? 혹시 골프공을 다른 무엇으로 여기면서, 골프채를 힘껏 휘두르며 자신의 어떤 어두운 면모를 해소했던 것은 아닌가?) 그에 대한 세간의 대체적인 평가는 ‘무능한 놈 같지는 않지는 않지만, 성질머리가 너무 더럽고,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들 뒷부분을 강조하는데 사실 진정한 평가는 앞부분에 있다. 얘한테 호감이 가지 않는 만큼, 얘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원리다. 누구한테 호감 주는 놈도 아닌데 대체 왜 저기 있는 거야?

그것이 그의 권력 유지 비결의 전부일까? 이해찬의 파워는 그보다 좀 더 심오한 데서 나온다. 그는 대의 정치의 중핵을 알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가 정치 인생에서 철통처럼 지켜온 철칙 단 하나를 꼽는다면, 무슨 ‘돈 관리를 철저히’ 그런 것보다도, 바로 ‘절대로 웃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절대로 웃기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웃기면 끝이다. 모름지기 우리 민심이란 정치인으로서 나쁜 놈 무능한 놈까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웃긴 놈은 절대 안 된다(천기누설). 어쩌다 웃음거리가 될 수는 있어도, 그렇지만 절대로 웃겨서는 안 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최고 상한가를 치며 활동 중이던 비대위원장 김종인에게 기습적으로 가발을 씌워서 제껴 버렸던 일. 그것은 당시 공천 배제에 대한 복수로, 이해찬이 정치 자객을 보내 해치워 버린 일이 아니었던가? (아님 말고...) 이제 시간은 흘러 다시 총선을 앞둔 엄중한 상황. 어차피 지금 관을 지고 당대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찬은 본인의 운명을 더 이상 관리할 필요가 없다. 나를 불태워 당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고 인류를 위했던 김종인의 자세, 기꺼이 가발 쓴 채 주먹 꽉 쥐었던 그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이해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빛이다. 요즘 그의 얼굴을 보면 세계, 민족, 국가, 당의 앞날에 각기 드리운 암운이 자연스레 떠오르고 만다. 그래선 안 된다. 이 순간 그는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 되어, 그야말로 등대와 같은 이미지로 주변을 안심시켜야 한다. 가장 먼저 미소. 어디에 있든 무슨 소릴 듣든 항상 방긋방긋 웃어라. 누굴 욕할 때라도 방실방실. 그 다음은 태닝. 골프를 안 쳐서 그런가 너무 하얘져서는, 암실에서 끌려나온 사람(뱀파이어) 같고 좀 그렇다. 안 되겠으면 게이트볼이라도 치면서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에 혈색을 좋게 하자. 다음으로 종교. 마음의 어둠을 밝히고 거듭나는 데엔 종교가 최고다. 김진표의 손을 잡고 가든 문재인의 손을 잡고 가든 하여튼 어느 성전으로든 다녀서 눈빛을 바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콤비. 안 웃기는 이해찬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내대표 이인영과 함께 정통파 충청계 콤비를 이루자. 콤비명은 전해철한테 정해 달라고 하고. 이해찬이 뭔가 모자란 소릴 하면 이인영이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돌돌 만 신문지 등으로 후려쳐 버리는 느낌이면 좋겠다(최양락-김학래 콤비 참조). 물론 그때도 웃고 있어야 한다. 이 정도만 해줘도 다음 총선 대승, 정권재창출, 20년 집권, 모두 꿈이 아닐 것...

※추천 아이템: 스타일리시한 썬캡, 요일별로 돌아가며 입을 수 있는 하와이안 셔츠 7종, 음이온 밴드(야구용품점에서 구매 가능), 십자가 목걸이, 유광 클러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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