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를 이어갈수록 우리는
무수히 많이 짝이 되었지
금방 끝낼 때도 있었지만
몇 번을 해도 서툴러서 오히려
쉽게 그만두기 어려운 여운
두 개의 속도가 하나의 속도로도 작동하고
온종일 손에서 손만으로도 가능한 율동
그저 무언가를 쳐내는 게 좋아서
공원을 마음대로 쓰는 게 좋아서
우리는 언제까지 짝이 되어볼 수 있을까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공을 둘이서 열심히 응원하며
억세게 자라는 풀들을 짓밟고 가만히 자고 있는 돌들을 차버리며
다시 서로에게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
최초의 놀이를 발명한 사람들은
아마 놀다 지쳐 죽었을 거야
우리라고 다를까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공원에서
우리는 다시 놀이를 복사하기 시작하고
점점 느려지는 낮
바람이 불고 그림자가 길어지면
의문이 갑자기 찾아오며
나무에 걸린 셔틀콕을
절대로 꺼낼 수 없을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서
열렬히도 이어나갈 수 없는
랠리에게로
나무는 공원을 계속 흔들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