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머리 수집가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머리 수집가입니다.

머리 수집가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말 그대로 머리를 수집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머리를 어디에서 수집하나요?
-주로 길거리에서 수집합니다만, 간혹 숲이나 갈대밭, 저수지나 방파제 등등에서 수집하는 때도 있습니다.

대강 ‘어떤’ 머리입니까?
-정확히 ‘인간’의 머리입니다.

왜 머리를 수집하는 겁니까?
-그게 내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수집한 머리는 어떤 용도로 사용됩니까?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합법적인 일입니까?
-법전에 머리를 수집하면 안 된다는 법이 없으므로 이것은 불법적인 일이 아닙니다. 더불어 저는 머리를 수집하기 위해 다른 어떠한 불법적인 일도 저지르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합니까? 당신은 살인을 저지르거나 혹은 살인을 교사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시체에서 머리를 잘라내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저 굴러다니고 있는 머리를 수집할 뿐입니다. 이런 머리들은 주인도 없는 머리들입니다.

머리에 주인이 없을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머리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떨어져 나갔다고 가정되는 몸통이 머리의 주인일까요? 하지만 몸통은 판단하는 주체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몸통에는 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뇌가 있는 머리가 머리의 주인일 수는 없습니다. 머리가 머리를 가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고로 굴러다니는 머리의 주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장난처럼 느껴지는데요.
-당신도 굴러다니는 머리가 되어보면 제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당신은 더 이상 당신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을 노동이라 할 수 있습니까?
-저는 머리를 수집하기 위해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머리를 얻습니다.

수집한 머리는 어떻게 됩니까?
-제 코트 안에 보관됩니다.
-이렇게요.

2018년 11월 8일 목요일

광산장

“이렇게 큰 구덩이를 어떻게 팠는지 궁금하지 않아?” 

광산장은 스피커에게 로프를 쥐여주었다. 둘은 벽에 붙은 파이프에 갈고리를 걸고 몸에 줄을 감았다. “광부마다 의견이 다 달라. 거인을 부렸을 거라고도 하고, 포악한 옛 마술이 그 흔적을 남긴 거라고도 하는데, 글쎄. 정확한 건 아무도 몰라.” 둘은 미끄러지듯 얼음계단을 내려갔다. 멈추고 싶을 땐 신발에 달린 뾰족한 징을 바닥에 처박으면 됐다. “여하튼 여긴 사람을 묻는 장소였어. 왕인지 괴물인지 몰라도 엄청나게 많이 묻었는데, 고맙다고 해야겠지. 여기가 아니었다면 대부분은 굶어 죽었을 테니까.” “거부감은 없습니까?” “무엇이 말인가?” “시체를 광물인 양 파낸다는 거요.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꽁꽁 언 시체를 먹기 위해 파낸다는 거 말입니다.” 광산장이 소리 내 웃었다. “아, 전혀! 오히려 희열을 느끼지.” “왜요?” “여긴 원래 우리 땅이 아니었으니까.

광산은 싸늘하고 단조로웠다. 감상할 만한 것은 없었다. 갈림길마다 갈림길이 있었고 갈림길로 들어서면 또다시 갈라졌다. 광산장은 광산의 식생활에 대해, 냉동육의 맛과 조리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스피커는 언제 작업을 시작하게 될지 궁금했다. 다른 인부들은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내려가도 보이지 않았다. “명심해. 작업할 때는 반드시 두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해. 효율을 따지거나, 협업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야. 언제나 서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거야. 광산장은 입구에서 걸었던 주술을 다시 걸어주었다. 스피커는 한 번 더 온기를 느꼈고, 그 정도는 알고 왔다고 대답했다. “이 주술은 남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 자칫하면 인부들이 자넬 맛있게 먹을 수도 있어.” “얼어 죽은 인부가 실제로 있습니까? 광산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무섭지 않았다. 그는 몸을 덥히는 주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나눠줄 수 있는 주술이라니 흔치 않군. 누가 가진 주술일까, 이 광산장일까? 하지만 정말 좋은 주술이야. 모두가 추위로 곤혹을 치르고 있으니까. 여기가 바깥보다 훨씬 더 춥지만.

“난 누구와 조를 이룹니까?” “그건 곧 알게 될 거야.” 광산장은 털주머니 속에서 광선 다발 중 하나를 꺼내 스피커에게 주었다. 스피커는 그것을 목에 둘렀다. 얼음 갱도의 깊은 곳은 심해처럼 어둡다고 했다.

2018년 11월 7일 수요일

빙터(바리에테에서 독립)

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이미 온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연대체-주술사들의 이야기입니다. 태그:바리에테에서 떨어져 나오며 제목을 다시 붙이고 내용을 정비했습니다. 오직 곡물창고에서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2018년 11월 3일 토요일

기계광이 기계를 사랑하듯

참관자  독재자가 등장합니다. 어깨에 황금색 주단을 걸치고, 흑색 제복에 홑십자로 된 훈장을 많이도 달고 있어요. 손가락에는 규산염광물로 만든 반지를 끼고 있습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꺼내 온 원석을 다듬어 만들었다고 하지요. 그는 꼼짝도 안 하고 서 있어요. 저들이 그를 소환한 것이 아니라, 그가 저들을 소환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대법관(기계)  죄목은 다음과 같다.

대법관이 죄를 부른다.

대법관(기계)  이에,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독재자가 손을 들어 올린다.

독재자  나는 내 운명을 안다.

동요하는 기색은 커녕, 만연한 웃음을 무기처럼 내보이며

독재자  가스실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내 법령에 따라 살아 모습 그대로 냉동될 것이다. 그러나 후대, 내 이름은 함성처럼 불거져 나올 것이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자손이 말라붙은 내 명예를 우물처럼 되살릴 것이다. 역사가 나의 판단 주체로되 나는 반드시 복권되며. 그때 너희와 너희 자손의 목은 새장처럼 매달려 여기 모인 사람들의 돌팔매를 맞을 것이고, 돌에 붙은 너희 살점은 인민들 논과 밭을 참새처럼 뒹굴 것이다. 나를 보아라. 기계광이 기계를 사랑하듯 나 또한 너희들을 사랑했다. 알겠느냐 알아야 한다. 역사는 언제나 정의로운 자들의 편이며, 결국 나는 빛으로 된 화살비를 맞게 될 것임을.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삼창한다.

대법관(기계)  우체국장은 일어나시오.

우체국장  네.

대법관(기계)  선서하시오.

우체국장  선서합니다.

대법관(기계)  그대는 이 재판의 발생을 후세 역원에게 공표하고 답신을 받기로 되어 있었소.

우체국장  여기 묶인 반서 뭉치가 바로 그 답신입니다.

대법관(기계)  낭독할 준비가 되었소?

우체국장  낭독하겠습니다. 그 전에, 이곳에 계신 참관인들에게 알립니다. 이것은 아직 그 내용을 모르는 전보들입니다. 이것은 우리 과거 세대가 중력자 창문의 풍향계에 실어 후세의 우체국, 혹은 그에 준하는 기관으로 보낸 전보의 답신입니다. 이 전보는 행성 둘레의 알고리즘 기둥에 의해 절대적으로 보호되므로 결코 훼손하거나 왜곡될 수 없음을 전합니다. 또한 전보를 보내기 위해 몹시 많은 자원을 소모한바, 다음 세대의 황금기를 대신 지불해 얻은 이 전보의 중요성과 사건의 중대함을 이해하여 주시고 답신의 내용을 사고 깊숙이 각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읽겠습니다. 우리가 보낸 전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복권되었는가?” (지금 우리의 기술 능력으로는 여섯 글자가 한계였음을 말씀드립니다). 날짜의 해석은 우리 시대를 기준점으로 합니다. 처음은 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이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삼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오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백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이백이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오백오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일천이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이천오백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오천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일만 이천오백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삼만 팔천이백오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오만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다음은 십오만 이천삼백이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같은 답신이 반복되니 좀 뛰어넘도록 하겠습니다. 일억 삼천이백십만 팔천이백이십 년 뒤로부터 온 답신입니다. “복권되지 않았다.” 마지막 사십육억 년 뒤로부터 온 답신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어 해석에 애를 먹었습니다만, 우리 연구가들이 동봉된 쪽지를 통해 방금 막 그 의미를 알아냈습니다. 보이십니까? 우리의 언어로 번역하면 ‘복권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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