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8일 목요일

광산장

“이렇게 큰 구덩이를 어떻게 팠는지 궁금하지 않아?” 

광산장은 스피커에게 로프를 쥐여주었다. 둘은 벽에 붙은 파이프에 갈고리를 걸고 몸에 줄을 감았다. “광부마다 의견이 다 달라. 거인을 부렸을 거라고도 하고, 포악한 옛 마술이 그 흔적을 남긴 거라고도 하는데, 글쎄. 정확한 건 아무도 몰라.” 둘은 미끄러지듯 얼음계단을 내려갔다. 멈추고 싶을 땐 신발에 달린 뾰족한 징을 바닥에 처박으면 됐다. “여하튼 여긴 사람을 묻는 장소였어. 왕인지 괴물인지 몰라도 엄청나게 많이 묻었는데, 고맙다고 해야겠지. 여기가 아니었다면 대부분은 굶어 죽었을 테니까.” “거부감은 없습니까?” “무엇이 말인가?” “시체를 광물인 양 파낸다는 거요.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꽁꽁 언 시체를 먹기 위해 파낸다는 거 말입니다.” 광산장이 소리 내 웃었다. “아, 전혀! 오히려 희열을 느끼지.” “왜요?” “여긴 원래 우리 땅이 아니었으니까.

광산은 싸늘하고 단조로웠다. 감상할 만한 것은 없었다. 갈림길마다 갈림길이 있었고 갈림길로 들어서면 또다시 갈라졌다. 광산장은 광산의 식생활에 대해, 냉동육의 맛과 조리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스피커는 언제 작업을 시작하게 될지 궁금했다. 다른 인부들은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내려가도 보이지 않았다. “명심해. 작업할 때는 반드시 두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해. 효율을 따지거나, 협업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야. 언제나 서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거야. 광산장은 입구에서 걸었던 주술을 다시 걸어주었다. 스피커는 한 번 더 온기를 느꼈고, 그 정도는 알고 왔다고 대답했다. “이 주술은 남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 자칫하면 인부들이 자넬 맛있게 먹을 수도 있어.” “얼어 죽은 인부가 실제로 있습니까? 광산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무섭지 않았다. 그는 몸을 덥히는 주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나눠줄 수 있는 주술이라니 흔치 않군. 누가 가진 주술일까, 이 광산장일까? 하지만 정말 좋은 주술이야. 모두가 추위로 곤혹을 치르고 있으니까. 여기가 바깥보다 훨씬 더 춥지만.

“난 누구와 조를 이룹니까?” “그건 곧 알게 될 거야.” 광산장은 털주머니 속에서 광선 다발 중 하나를 꺼내 스피커에게 주었다. 스피커는 그것을 목에 둘렀다. 얼음 갱도의 깊은 곳은 심해처럼 어둡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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