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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9일 화요일

아키라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을 달리고 있다.

커다란 배기통과 높이 솟은 손잡이,

검은색 가죽의 레이싱 슈트를 입고

아키라는 어느 카페에 들어선다.


자주색 테이블과 의자,

검은색 커피 머신.

아키라는 커피 머신 앞에 가서 커피를 내린다.

곧이어 다 내린 커피를 들고 테이블에 앉는다.


가죽의 삐걱이는 질감이

불편해 보이지만

아키라의 몸짓엔

주저함이 없다.


석양이 든 저녁,

창밖은 강렬한 소음과 배기 연기가 희끄무레하게 나고 있고

먼저 와 있던 사람이 스마트폰을 꺼내

그것을 들여다본다.


조금 뚱하고

무미건조한 표정이다.

다른 사람들도 전부 스마트폰을 본다.

이빨로 껌을 질겅이며.


아키라도 용병이 될 수 있어?

아키라가 지닌 브로치 안의 여아가 묻자

될 수는 있지만 안 할 거야, 그런 일은.

아키라가 답한다.


폭력에 대한 암순응들이 자주 보이는 시대.

그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사이버펑크의 느낌은

아직 나지 않는다.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

bulk는…

bulk는 강렬한 에너지와 깊은 감수성을 담아낸 예술적인 작품입니다. 시마다 새로운 감정과 이야기가 얽혀있어, 독자는 그 어둠의 세계에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1. 영혼의 타락

이 시는 첫 번째 장으로, 존재의 어둠과 갈망을 깊게 탐험합니다. 강렬한 언어와 리듬이 시를 통해 흐르며 독자를 강렬한 감정의 여정으로 안내합니다.

2. 무한한 어둠

두 번째 장에서는 미스티컬한 멜로디와 섬세한 표현이 어우러져, 어둠 속에서의 사색과 감상을 초상화합니다.

3. 환영의 소멸

bulk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시는 공허와 소멸의 주제로, 어둠의 깊이를 더 깊이 탐험합니다.

이 시집은 독자들에게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감각적인 여행을 선사하며, 문학적 표현을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chatGPT가 작성해주었습니다.

2023년 10월 17일 화요일

교정공기는...

내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이제는 희미해졌습니다. 교정공이라는 직업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바늘방석의 바늘들처럼 꽂힌 채 일터로 집으로 실려 가는 출퇴근길 나는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이 인류 역사상 상대적으로든 절대적으로든 최대의 읽고 씀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 아닐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또는 바로 그래서일지, 나는, 나의 일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뭔가로 교정공을 곧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쓴 사람 자신의 조심성으로, 아니면 무슨 검사기로, 발달한 AI로...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을 교정공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요. 여러 의미에서요. 굳이 대체할 필요도 없이 어차피 헐값이고... 그래도 감사한 말씀입니다. 교정이란 게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나 않으면 다행인 판국입니다. 실제로 교정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여러 이유를 대면서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꼭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욕을 들은 것처럼 흠칫 놀랍니다. 나는 청소당하는 걸까요? 그러나 내가 놀라는 진짜 이유는,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실은 마음 한편에서는, 그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굳이 외치지 않아도 이 세계가 내 귀에 대고 그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다고요. 맞습니다. 나는 비밀스럽게 공공연하게 분명하게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래, 너희 맘대로들 해... 그겁니다. 맘대로들... 그러나 이 직업에는 내버리기 어려운 특유의 병과 벌도 있습니다. 그 어떤 잘나고 목소리 높으신 분들의 그 어떤 글에서든 고칠 곳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 말글을 쓰는 이 나라에서 손발로 의전서열이 꼽히는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지성의 첨단에 계시다 하는 박사 교수님들, 심지어는 저 훌륭 대단한 여러 작가 문호님들까지...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일에 오직 내가, 폭포 아래서 폭포를 멈추려 하고 있다는 그 느낌, 오직 나만이, 혼자서만 유령들을 보는 듯한, 그 위험천만한 느낌에 붙들릴 때마다 나는 눈을 감아 봅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의 기로 앞에서 맘속에서 눈물을 쏟고 분을 토했을, 이제 교정의 전당에 들어가 표정 없이 늘어선 선배 교정공들의 모르는 얼굴(데스마스크)들을 나는 떠올립니다. 선배들의 단단한 이마 너머에 무른 것의 고통이,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한없는 고통과 노고가 있었음을 나는 느낍니다. 이 고통은 도대체 언제쯤 끝날까요? 이 고통이 끝나는 것이 온당할까요? 나의 선생님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이들을 가장 존경하라고 했습니다.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그런 이들을요. 다른 누구보다도요. 교정공기는 당신으로 나를 대체하려는, 나 교정공의 기록입니다.

2023년 7월 13일 목요일

도시 전설 2

*

도시가 물에 젖고 있다. 조용히 여기서 보고 있으면 도시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도시에 비가 내린다. 도로에 있는 자동차들의 배기음이 빗소리에 묻히고 있다. 빗소리에 묻히니까 나는 여기서 노래 부를 수 있다. 우산을 쓰고 있다. 흰 신발을 신었다. 별이 떠 있다. 나는 옥상 위를 걷고 있다. 조금 빨리 걷는다. 내 끝머리에 물이 조금씩 묻는다. 바람이 세차게 불다가도 잦아든다. 비의 차가움이 우릴 사랑하고 있다. 비의 미적지근함이 너흴 사랑하고 있다. 당신은 뒤에서 우산을 쓰고 있다. 조용한 음정으로 당신은 말하고 있다. 빗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크게 말해줄래요?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단지 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다. 도시가 물에 젖고 있다. 그뿐이다.


*

당신은 얼굴이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 동아리실의 문 너머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얼굴을 떨어뜨리고 있다. 당신도 얼굴을 떨어뜨린다. 그걸 보고 익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안이 아늑하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알맞은 분위기를 찾은 것이다. 대부분의 것이 다 분위기지만 그 이상의 것도 우리는 글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른 이상한 말이 없는 것이다. 여기는 누구나 환영하는 동아리이고 얼굴이 없는 것은 감수해야 해요. 조용히 책을 읽던 부원이 옆에서 말한다. 안경을 코에 걸고 있는 부장이 당신에게 질문한다. 여기에 사람이 부족한 건 왜라고 생각하나. 오후 6시가 되었다.


*

여기서 동아리 부원들이 모이고 있다. 뒤편에는 믹스 커피 박스가 있다. 지금 이 시간이 주로 모이는 때다. 여기서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거나 한다. 페이스리스라는 조금 특이한 이름은 부장의 주장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차분한 동아리가 갖고 있는 ‘등록만 해두고 동아리 활동을 안 하는’ 부류에 의해 곤란을 겪고 있다. 이 동아리에서는 세계관 창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고 또 권장되고 있다. 그 세계관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세계-관념이라고는 한다.


*

동아리 선배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학교에 미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꽤 당연한 일이다. 나도 그랬으니. 우리는 졸업반이고,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그림을 그리는 어떤 선배가 우리 학교에 와서 그 직업에 대해 40분 정도 알려준 적이 있었다. 되게 재밌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는 커서 뭐가 되는 걸까? 여기가 소설 속 세계라면 재밌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세카이계나 뭐 그런 거. 세카이계가 소설이 맞나? 부기팝……? 어쨌든. 여기가 소설 속 세계가 아니라면 나는 재미없는 직업을 갖게 되거나, 아니면 백수가 되겠지. 어쨌든 이 세계선이 소설 속 세계인지 아닌지는 비밀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아마추어 세계관 창작자다. 


*

조용한 동아리실,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그다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루히 같은 일상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건 많은 사람들의 연습이 필요하니까. 밖을 보니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닌다. 동아리실은 여러 가지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그것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

그뿐이다. 도시가 물에 젖고 있다. 단지 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러니까 조금 더 크게 말해줄래요? 빗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아요. 조용한 음정으로 당신은 말하고 있다. 당신은 뒤에서 우산을 쓰고 있다. 비의 미적지근함이 너흴 사랑하고 있다. 비의 차가움이 우릴 사랑하고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다가도 잦아든다. 내 끝머리에 물이 조금씩 묻는다. 조금 빨리 걷는다. 나는 옥상 위를 걷고 있다. 별이 떠 있다. 흰 신발을 신었다. 우산을 쓰고 있다. 빗소리에 묻히니까 나는 여기서 노래 부를 수 있다. 도로에 있는 자동차들의 배기음이 빗소리에 묻히고 있다. 도시에 비가 내린다. 조용히 여기서 보고 있으면 도시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도시가 물에 젖고 있다.


*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도시가 바다 아래에 있다는 듯이.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수요일에 쓰는 사람

수요일에 쓰는 사람은 매주 수요일에 근처 카페로 간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걸어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지는 않는다. 그는 12시부터 45분간 글을 쓴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수요일에 쓰는 사람은 목요일에 쓰는 사람이나 금요일에 쓰는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물론 겹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2022년 12월 1일 목요일

마이의 노트

추운 겨울날, 오늘부터 한동안 마이는 죽은 작가의 초단편을 하나씩 읽고 감상문을 쓰기로 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매번 다른 장면들이 꿈을 꾸는 사람에게 휴식을 부여해 주는 듯이. 마이는 왠지 힘들고 어려울 것 같아서 엉엉 운다. 그런데 이것은 오해이다. 마이는 그런 것으로 별로 그러지 않는다. 마이에게는 언니가 있는데 가끔 이 노트에 등장할 수도 있다. 짧은 작품들을 엮은 그 책은 <칼다 기차의 추억>(하늘 연못)이라고 한다. 여기에 실린 단편들을 하나에서 몇 개씩. 저쪽에는 벽난로에 불이 켜져 있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왠지 힘든 일은 다 해놓은 것 같은 추운 겨울날. 마이는 멀뚱히 의자에 앉아 있다. 안락의자가 있는데 거기엔 눕지 않는다.

2022년 9월 21일 수요일

헛간

농사를 짓다 보면 농사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부산물이나 농기구 등을 보관하는 장소가 필요하다. 비를 맞히지 않으려면 지붕이 있는 자리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하는 곳이 바로 헛간이다. 헛간에는 짚 뭉치나 건초, 땔감, 시래기, 콩깍지, 말린 깻단, 농기구, 멍석 그리고 오줌장군이나 구유 등을 보관하기도 하는데, 헛간에는 앞쪽으로 문짝이 없는 게 특징이다. 말하자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헛간」 항목


곡물창고에서는 독자 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필자로 등록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쩐지 곡물창고에 들어갔으면 싶은 뭔가를 지었다’면, ‘뭔가를 짓다 보니 어쩐지 이것이 곡물창고에 들어가도 될 듯싶다’면, ‘전에 지은 게 있는데 어쩐지 곡물창고에 어울리는 것 같다’면 투고해주십시오. 그것이 무엇이든 좋고, 이미 다른 곳에 공개되었어도 상관없습니다. 원고는 별다른 선별을 거치지 않고 일주일 단위로 취합하여 선착순 2편을 [헛간] 태그로 게시합니다. 선착순에서 밀렸다면 투고가 없는 주에 게시합니다. 투고하기 전에는 반드시 안내 페이지를 확인하십시오. 도대체 누가 투고를 하고 싶어한답니까? 바로 당신: 작자명과 소개말은 아래 예시와 같이 들어갑니다.






예시) 작자명

예시) 관리인은 취미로 창고를 관리합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것은 투고자를 위한 예시용 소개입니다. 소개말은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소개한다면 어떤 소개든 좋습니다. 메일이나 홈페이지, SNS 주소 같은 것도 쓰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소개는 대체로 이와 같은 모양으로 들어갑니다.
hellgoddgan@gmail.com

2022년 9월 2일 금요일

리뷰 비슷한 것

책을 리뷰합니다. 리뷰란 주관적인 평가 활동입니다. 사실, 주관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 말장난입니다. 책의 장르와 두께 가리지 않고 리뷰합니다. 되도록 쉬운 단어로 리뷰합니다. 되도록 짧은 문장으로 리뷰합니다. 다 읽지 않은 책을 리뷰할 수도 있습니다. 아예 읽지 않은 책을 리뷰하지는 않습니다. ‘쉬움’이란 기준은 필자인 제게 있습니다. ‘짧음’이란 기준은 필자인 제게 있습니다. 가끔씩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리뷰의 성질을 벗어난 단어나 문장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곧 제 길을 찾아, 다시 리뷰를 합니다. 때때로 사진책도 리뷰합니다. 기준 잘 지키겠습니다. 분량은 때마다 달라집니다. 리뷰 ‘비슷한 것’을 지향합니다.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같은 것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 사람들은 시 같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시를 잘 모른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여러 번 들었고 매번 무방비 상태에서 들었다. 아마 사람들에게 시 같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 같다. 아니면 그냥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어떤 긴장이 숨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사진을 찍을 줄 알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찍은 거의 모든 사진의 초점은 미묘하게 빗나가 있다. 자동 흔들림 방지 기능을 켜 놓아도 마찬가지다. 흔들린 사진은 흔들린 대로 좋다. 이미지가 흔들리면 앉아 있던 사람이 점프를 하고 걷고 있던 사람이 날아간다. 흔들린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잘 고정되지 않는다. 액체 비슷한 것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거나 기체 비슷한 것이 되어 떠다니고 있다. 더구나 배경 속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 화분조차 깨지지 않은 채로 일그러져 있다. 한줌의 흙도 흘리지 않은 채 변형되어 있다. 그 안에서 모양이 달라진 식물이 살아 있을 뿐이다. 
이런 일과 비슷할까? 

자주 사람들은 시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시를 찾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소설이나 만화나 그 밖의 것을 읽는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 시 같다고 한다. 사람들은 정말 그렇다.

2021년 11월 29일 월요일

초월일기

2017년부터 지금(지금은 2021년 12월이지만 이 기준은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까지 쓴 약 6000개가량의 일기들을, 현재 시점에서 마구잡이로 뒤섞고 번복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초월해 보고, 그렇게 완성되는 것들을 씁니다. 

2020년 5월 31일 일요일

게시판 아래 모금통


모금통은 게시판 아래 선반에 놓여 있습니다. 그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함이고, 뚜껑에 수확의 신을 뜻하는 기호가 그려져 있습니다. 별다른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긴 안내문이 아래 붙어 있습니다.

2020년 4월 7일 화요일

겪지 않은 후일담

오늘날 현실이 어떤지 알기는 현실을 바꾸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현실을 바꾸는 데에는 반성적인 원칙이, 추가적인 훈련이, 전과 다른 지평과 차원이, 겪은 것과 겪지 않은 것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뭔가 더 있나요?

...하지만 대체 왜 현실을 바꿔야 합니까?

좀 악마적으로 느껴지지만 반대로도 말해봅시다. 오늘날 현실을 바꾸는 것은 현실이 어떤지 알기보다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레버를 돌리듯 현실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돌려놓으면 됩니다. 우리에게는 ‘사상 최고의 GPU’인 상상력이 있습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너댓 명의 RPG 플레이어를 상상해봅니다. 이들은 인공신경망이 아닌 진짜신경망을 각기 한 채씩 독립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별도의 복잡한 처리 없이도 자연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합니다. 그야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이제 현실의 의미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 얘기해봅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은 즉 팀 단위 역할 수행이며, 기록의 공유입니다. 조직화와 의식화입니다...

[겪지 않은 후일담] 태그는 직접 플레이한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TRPG)의 후일담을 남길 수 있는 공용태그입니다. 플레이 후기, 룰 리뷰, 플레이에 사용한 자료, 리플레이의 일부, 설정, 캐릭터 뒷이야기 등 후일담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좋습니다. 일전에 단편으로 끝난 [기괴하고 엉뚱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의 탄생에 관한 노트]의 아쉬움을 계승하고 있으며, 원저자의 허락을 구해 [기괴하고...]의 포스트 역시 소급하여 포함되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제약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타인이 참여하는 실제의 플레이가 있었을 것
2. 전체를 다 보여주지 않을 것
3. 다른 이의 플레이에 사용되어도 괜찮을 것

*단편 태그 관리 방침에 의해 분리된 연재태그입니다. 실제 태그 개설 일자는 24년 1월 29일입니다.

2020년 3월 5일 목요일

방공호 발견

방공호는 모두가 쓸 수 있는 공용 태그입니다. 이 태그를 달고 올릴 수 있는 게시물의 조건은 ‘자신의 것이 아닌 뭔가’입니다. 텍스트, 이미지, 소리, 영상... 곡물창고의 바깥, 전자 쓰레기로 가득한 황무지를 헤매다 만난 무엇이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라면 좋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해 보이는 것,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 영원히 쓸모없을 것이 뻔해 오히려 흥미가 가는 것, 먼 과거의 유산, 보여주거나 간직하고 싶은 것,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이것저것 원하는 대로 가져와 방공호에 쟁여봅시다. 이것은 꽤 흔한 블로그 사용법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개별 태그 기획의 자유도를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기 위해, 게시물의 작성자 코멘트는 세 문장 이내로 합니다. 한 사람당 한 달에 최대 네 번까지만 쓸 수 있다는 제한도 둡니다. 저작권이니 CCL니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각 이용자의 판단에 기댑니다. 인터넷에선 버린 물건과 아닌 물건의 구분이 극도로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겠죠. 넝마주이의 망태기, 고철처리장, 광고 전단 스크랩북, 수집광의 방, 쓰지 않을 피난처... 방공호는 거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방공호는 거의 무한하며, 방공호는 거의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방공호는, 만약 유한한 것이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일지 가늠해 보는 태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곡물창고가 팀-블로그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년 2월 20일 수요일

관리인의 캐비닛

(관리실 구석에 놓인 3단짜리 서류 캐비닛. 어디선가 주워 온 것 같다. 군데군데 칠이 까진 부분이 있지만 열리기는 아주 부드럽다. 안에는 관리인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 같은 서류들. 구색으로는 공문서 흉내를 냈는데, 어설픈 건 둘째 치고...)

2018년 2월 4일 일요일

곡물창고에서는

‘곡물창고에서’는 모든 필자가 함께 쓰는 공용 태그로 기획되었습니다. 따로 마감은 없으며, 공동입하동에 위치합니다. 이 태그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1) 곡물창고를 배경으로 할 것.
2) 한 필자가 일주일에 한 편까지만 쓸 수 있음.
3) 한 필자가 연속으로 2회 이상 쓸 수 없음.

일단은 일종의 이야기 게임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형식은 자유입니다. 곡물창고에 있는 사물에 대해 써도 좋고, 곡물창고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써도 좋습니다. 우리는 대체로는 가상의 뭔가를 다루겠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곡물창고의 지붕에 대해서 말할 수도 있고, 곡물창고의 지붕 아래서 하는 생각을 쓸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것은 일기, 일지일 수도, 감상일 수도 사전일 수도, 회고일 수도 편지일 수도 있습니다. 소설이거나 시, 희곡일 수도 있습니다. 연속성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습니다. 분량도 좋을 대로입니다. 다만 곡물창고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다른 필자가 쓴 곡물창고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그와 관계할 것이냐 또한 자유입니다. 그 창고가 그 창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모든 곡물창고는 하나이고 모두 ‘공식적’입니다. 이것을 게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것은 훈련이나 시험일 수도 있습니다. 이 태그를 통해 곡물창고의 필자들은 (원한다면) 곡물창고라는 공간을 직접 구성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곡물창고에서. 그것이 전부입니다.

2017년 4월 6일 목요일

박물지 서문

박물은 얇아서 박물. 많아서 박물.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백과사전에 없는 말을 찾으면 어지러워졌다. 어지러워지는 게 좋아서 자꾸 모르는 것을 생각해냈다. 질문 있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늘 같은 말로 대답한다. 제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겠는데요.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을. 옳지 않을지도 모르는 의견을. <사실>도 아닌 <의견>을. 좋은 것은 좋아서. 싫은 것은 싫어서. 재미있는 것을 상상하고는, 그게 실재하지 않는 게 아까워서 사실인 척 끼워넣기도 할 거다.

자의적으로 작동하는 책임 의식과 그럴싸하게 반짝거리는 모조 과학으로, 씁니다, 박물지,

그건 아마 멸절당한 족속의 윤리일 거야―박물학자라는 작자들 말입니다. 어차피 내가 아는 박물학자들은 다 죽었으니까 너 같은 건 박물학자가 아니라고 말할 사람도 이제 없다. 정말 근사한 일이다.

2017년 1월 1일 일요일

단편들

‘단편’ 태그는 비연재물 한 편이나 두 편(1-2, 전-후, 상-하, 본문-후기, 서문-본문 등), 또는 세 편(123, 상중하, 서본결)만으로 마무리되는 글을 올릴 수 있는 자유참여의 공용 태그입니다. 쓰다 보니 네 번째 편을 올려야 하겠다면 개인 태그를 따로 만드십시오.

이 태그는 무제한 태그로서 따로 마감이 없으며 공동입하동에 위치합니다. 1편이나 3편 이내로 끝나기만 한다면 특별한 주제와 분량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다른 모든 글과 마찬가지로, 내용상의 문제로 인해 삭제될 수는 있습니다).

언뜻 아무런 제약도 없어 보이지만 동일한 성격의 글을 3번까지만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제약입니다. 따로 마감도 없기 때문에 한 필자의 단편과 단편 사이를 구분해 줄 참조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한 필자가 내용상 동일한 성격의 네 번째 글을 올렸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 글들로부터 ‘단편’ 태그는 제거될 것이며, 창고관리인이 마음대로 임의의 태그를 붙여 저장고로 보내버릴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태그를 달고 일기를 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네 번째 일기가 올라오는 순간 그 글들의 태그는 ‘팥’ 같은 것으로 바뀌어 저장고로 갑니다. ‘일기’ 태그로 바꾸고 개별 태그로 꺼내 오는 것은 물론 필자의 맘입니다. 그냥 처음부터 ‘일기’ 태그를 쓰십시오. 네 번째 영화 리뷰 역시 ‘귀리’ 따위의 태그를 달고 앞의 세 영화 리뷰와 함께 저장고로 갈 것입니다. 만약 리뷰마다 장르를 달리해 책, 맛집, 애니메이션, 연극이라면... 그래도 관리인은 뭔가 아무 임의의 태그명을 달아 저장고로 보낼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하기 전에 관리인이 그 필자나 다른 필자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그 성격의 동일성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관리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자신이 보기에 동일한 성격의 네 번째 글이 있다면 관리인에게 신고해도 좋습니다.)

연재 중단된 글들 중 1) 필자가 권한 해제된 상태이면서 2) 소개글 제외 3편을 채우지 못한 태그 역시 이 태그로 자동 분류됩니다. (이것이 이 태그를 만든 진짜 목적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2016년 12월 1일 목요일

[0호 서신]


*곡물창고의 관리와 관련하여, 창고관리인이 경비서신을 통해 다음을 알립니다.
 - 사용조례의 개정.
 - 운영상의 변동 사항.
 - 지구촌 현황.
 - 비밀스런 지령.
 - 그 외 기타 아무튼 알아둘 필요가 있는 소식.

이상입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