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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7일 화요일

나중에 속을 수도 있는 일

휴 모텔이 있는 골목을 걷다가 길고양이와 눈 마주친다. 이런 우연을 붙잡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없었다면 나의 포즈가 딱딱하게 굳을 이유도 없었을 것.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하는 행동의 목적이 감정뿐이면 삶이 마음에 든다. 자기 유연함에 너무 관대한 거 아니야? 눈으로 묻는다.

우, 우. 음음!

도시비둘기의 울음소리를 묘사하자면 이렇다.

없어야 할 것이 들린다면 있다고 믿는 편이 좋다. 당신이 마음에 들지만 당신의 삶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당신의 일기에 적힌 사소한 내용들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무늬가 들린다.

정녕 내가 그랬던가?
돌처럼 몸을 뭉치고 있는 중인데도?

길바닥에 희고 작은 털 뭉치가 춤추고 있다.
휴대폰을 들어 그것을 따라가며 찍는 동안 바람에 대한 생각은 멈추고 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저녁 약을 먹고 어둠 기다리기. 처음부터 감추려는 목적으로만 울어왔던 것인데 억울하다. 이 억울함으로도 눈물이 났으면 좋겠지만 그러지는 않고. 여행 와서 감상에 젖고 싶은 마음을 내가 도와주진 않고(능력 부족으로).

처음부터 감추려는 목적으로만 울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2026년 4월 2일 목요일

붉은 천장

A24와 NEON의 공동 제작지원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후, 할리우드에서 뮤지컬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내 나이 27세에...

그렇진 않았고 목욕하는 동안 금융사에서 독촉 메시지가 온다. 자정쯤 목욕을 하고 있다. 집 근처 모텔 중 욕조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은 곳이고 고장 난 버튼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욕실이 붉다. ‘완전히 썬-댄스네.’ 눈을 감는다. ‘유명한 호텔에 가고 싶다. 욕조가 더러울까 봐 마음 졸이며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호텔. 거기서 파는 와인도 사 마시고 그러는 거지.’ 눈을 뜬다. ‘그거면 될 것 같아. 정말로 그거면 될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서 일기장에다가 정말로 중요한 무엇인가가 사라졌다고 쓴다.

2025년 2월 10일 월요일

silo

이번 여름에는 서울시 은평구 봉산의 대벌레 무리 일원으로 위장해볼 생각이다. 직박구리나 인간을 속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햇볕에 널어 온몸이 두루 갈색이 될 때까지 최대한 바싹 말린다. 안감에 체취를 흡수하는 활성 목탄을 댄 옷을 입고 모든 이음매에는 덕테이프를 붙이는 게 좋다. 좀 더 효과적인 위장을 위해서는 옷 안에 열어놓은 암모니아 캡슐을 붙이는 게 상책이다. 이것도 저것도 귀찮다면 소나무 기름과 여우 오줌을 몸에 바를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 냄새를 완전히 가리는 데 성공했다면 주변 환경에 맞는 색깔의 스프레이를 골라 몸에 골고루 뿌린다. 단 무미무취한 제품이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작은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붙여 위장한다. 몸통과 팔, 다리를 최대한 길게 뻗어 대나무 비슷한 것처럼 군다. 그러면서 자신이 도처에 창궐하는 대벌레라고 생각한다.

참고:『감각의 박물학』(다이앤 애커먼)에서 이 방법을 알려주었다. 저자는 ≪필드앤드스트림≫이란 잡지에서 알게 된 방법이라고 했다.

2024년 10월 8일 화요일

불투명함을 위한 투명함

사람들에게 나를 갖다 대었을 때 생각보다 나를 잘 꿰뚫어 보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참을 헤매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나를 다시 자라나게 만들고 어떤 사람은 나를 흩트려놓는다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서 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사람들 곁에서 투명해져 있다 꿈에서 깨어도 나는 눈을 뜨지 않게 되었다 나는 언제쯤 그 부패의 과정을 사랑할 수 있을까

기껏 사라지지 않을 준비를 마치고도 나는 자주 나가지 못했다 나가도 자주 말하지 못했다 슬퍼하는 것과 외로워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해서 점점 더 투명한 사람이 되었다 네게는 날개도 성대도 없어 나는 나를 꿰뚫어 보는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걸었고 안에서 밖으로 자꾸만 악취가 나는 질문들만 만들어냈다 너는 내 안에 있을 수 있어? 너는 나를 제대로 볼 수 있어? 너는 내 몸과 마음이 아닌 나도 사랑할 수 있어?

나는 조난당한 사람들과 함께 잠든다 눈을 뜨면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믿는다 하필 그런 사람이 나였다 때를 놓쳐 떠나지 못한 지평선에 눕는다 더 이상 투명해질 수 없는 그림자 위로 나를 눕힌다 내가 나를 나에게 포개했을 때 생각보다 나를 잘 꿰뚫어 보고 있는 내가 있는 반면 한참을 헤매고 있는 나도 있다 어떤 나는 나를 다시 자라나게 만들고 어떤 나는 나를 흩트려놓는다 조용히 내 안에서 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내 안에서 투명해져 있다

2024년 6월 26일 수요일

밀밭의 낱알들

넓게 펼쳐진 밀밭에 수많은 낱알들이 맺혀 있다. 

2024년 5월 1일 수요일

빙터


구하기 위해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상처 줘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을 말입니까 세계를...

느슨한 고증의 대안 판타지 산문입니다. 과거에 연재했던 시리즈 빙터의 리부트이기도 합니다. 1부는 세상이 망하기 직전의 이야기를, 2부는 세상이 망한 이후의 이야기를, 3부는 생전세계와 사후세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게시 순서와 작중 시간선은 무관합니다.

2023년 10월 17일 화요일

교정공기는...

내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이제는 희미해졌습니다. 교정공이라는 직업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바늘방석의 바늘들처럼 꽂힌 채 일터로 집으로 실려 가는 출퇴근길 나는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이 인류 역사상 상대적으로든 절대적으로든 최대의 읽고 씀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 아닐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또는 바로 그래서일지, 나는, 나의 일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뭔가로 교정공을 곧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쓴 사람 자신의 조심성으로, 아니면 무슨 검사기로, 발달한 AI로...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을 교정공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요. 여러 의미에서요. 굳이 대체할 필요도 없이 어차피 헐값이고... 그래도 감사한 말씀입니다. 교정이란 게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나 않으면 다행인 판국입니다. 실제로 교정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여러 이유를 대면서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꼭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욕을 들은 것처럼 흠칫 놀랍니다. 나는 청소당하는 걸까요? 그러나 내가 놀라는 진짜 이유는,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실은 마음 한편에서는, 그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굳이 외치지 않아도 이 세계가 내 귀에 대고 그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다고요. 맞습니다. 나는 비밀스럽게 공공연하게 분명하게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래, 너희 맘대로들 해... 그겁니다. 맘대로들... 그러나 이 직업에는 내버리기 어려운 특유의 병과 벌도 있습니다. 그 어떤 잘나고 목소리 높으신 분들의 그 어떤 글에서든 고칠 곳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 말글을 쓰는 이 나라에서 손발로 의전서열이 꼽히는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지성의 첨단에 계시다 하는 박사 교수님들, 심지어는 저 훌륭 대단한 여러 작가 문호님들까지...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일에 오직 내가, 폭포 아래서 폭포를 멈추려 하고 있다는 그 느낌, 오직 나만이, 혼자서만 유령들을 보는 듯한, 그 위험천만한 느낌에 붙들릴 때마다 나는 눈을 감아 봅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의 기로 앞에서 맘속에서 눈물을 쏟고 분을 토했을, 이제 교정의 전당에 들어가 표정 없이 늘어선 선배 교정공들의 모르는 얼굴(데스마스크)들을 나는 떠올립니다. 선배들의 단단한 이마 너머에 무른 것의 고통이,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한없는 고통과 노고가 있었음을 나는 느낍니다. 이 고통은 도대체 언제쯤 끝날까요? 이 고통이 끝나는 것이 온당할까요? 나의 선생님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이들을 가장 존경하라고 했습니다.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그런 이들을요. 다른 누구보다도요. 교정공기는 당신으로 나를 대체하려는, 나 교정공의 기록입니다.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수요일에 쓰는 사람

수요일에 쓰는 사람은 매주 수요일에 근처 카페로 간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걸어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지는 않는다. 그는 12시부터 45분간 글을 쓴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수요일에 쓰는 사람은 목요일에 쓰는 사람이나 금요일에 쓰는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물론 겹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2022년 9월 21일 수요일

헛간

농사를 짓다 보면 농사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부산물이나 농기구 등을 보관하는 장소가 필요하다. 비를 맞히지 않으려면 지붕이 있는 자리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하는 곳이 바로 헛간이다. 헛간에는 짚 뭉치나 건초, 땔감, 시래기, 콩깍지, 말린 깻단, 농기구, 멍석 그리고 오줌장군이나 구유 등을 보관하기도 하는데, 헛간에는 앞쪽으로 문짝이 없는 게 특징이다. 말하자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헛간」 항목


곡물창고에서는 독자 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필자로 등록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쩐지 곡물창고에 들어갔으면 싶은 뭔가를 지었다’면, ‘뭔가를 짓다 보니 어쩐지 이것이 곡물창고에 들어가도 될 듯싶다’면, ‘전에 지은 게 있는데 어쩐지 곡물창고에 어울리는 것 같다’면 투고해주십시오. 그것이 무엇이든 좋고, 이미 다른 곳에 공개되었어도 상관없습니다. 원고는 별다른 선별을 거치지 않고 일주일 단위로 취합하여 선착순 2편을 [헛간] 태그로 게시합니다. 선착순에서 밀렸다면 투고가 없는 주에 게시합니다. 투고하기 전에는 반드시 안내 페이지를 확인하십시오. 도대체 누가 투고를 하고 싶어한답니까? 바로 당신: 작자명과 소개말은 아래 예시와 같이 들어갑니다.






예시) 작자명

예시) 관리인은 취미로 창고를 관리합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것은 투고자를 위한 예시용 소개입니다. 소개말은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소개한다면 어떤 소개든 좋습니다. 메일이나 홈페이지, SNS 주소 같은 것도 쓰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소개는 대체로 이와 같은 모양으로 들어갑니다.
hellgoddgan@gmail.com

2020년 5월 31일 일요일

게시판 아래 모금통


모금통은 게시판 아래 선반에 놓여 있습니다. 그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함이고, 뚜껑에 수확의 신을 뜻하는 기호가 그려져 있습니다. 별다른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긴 안내문이 아래 붙어 있습니다.

2020년 4월 7일 화요일

겪지 않은 후일담

오늘날 현실이 어떤지 알기는 현실을 바꾸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현실을 바꾸는 데에는 반성적인 원칙이, 추가적인 훈련이, 전과 다른 지평과 차원이, 겪은 것과 겪지 않은 것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뭔가 더 있나요?

...하지만 대체 왜 현실을 바꿔야 합니까?

좀 악마적으로 느껴지지만 반대로도 말해봅시다. 오늘날 현실을 바꾸는 것은 현실이 어떤지 알기보다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레버를 돌리듯 현실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돌려놓으면 됩니다. 우리에게는 ‘사상 최고의 GPU’인 상상력이 있습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너댓 명의 RPG 플레이어를 상상해봅니다. 이들은 인공신경망이 아닌 진짜신경망을 각기 한 채씩 독립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별도의 복잡한 처리 없이도 자연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합니다. 그야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이제 현실의 의미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 얘기해봅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은 즉 팀 단위 역할 수행이며, 기록의 공유입니다. 조직화와 의식화입니다...

[겪지 않은 후일담] 태그는 직접 플레이한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TRPG)의 후일담을 남길 수 있는 공용태그입니다. 플레이 후기, 룰 리뷰, 플레이에 사용한 자료, 리플레이의 일부, 설정, 캐릭터 뒷이야기 등 후일담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좋습니다. 일전에 단편으로 끝난 [기괴하고 엉뚱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의 탄생에 관한 노트]의 아쉬움을 계승하고 있으며, 원저자의 허락을 구해 [기괴하고...]의 포스트 역시 소급하여 포함되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제약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타인이 참여하는 실제의 플레이가 있었을 것
2. 전체를 다 보여주지 않을 것
3. 다른 이의 플레이에 사용되어도 괜찮을 것

*단편 태그 관리 방침에 의해 분리된 연재태그입니다. 실제 태그 개설 일자는 24년 1월 29일입니다.

2020년 3월 5일 목요일

방공호 발견

방공호는 모두가 쓸 수 있는 공용 태그입니다. 이 태그를 달고 올릴 수 있는 게시물의 조건은 ‘자신의 것이 아닌 뭔가’입니다. 텍스트, 이미지, 소리, 영상... 곡물창고의 바깥, 전자 쓰레기로 가득한 황무지를 헤매다 만난 무엇이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라면 좋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해 보이는 것,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 영원히 쓸모없을 것이 뻔해 오히려 흥미가 가는 것, 먼 과거의 유산, 보여주거나 간직하고 싶은 것,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이것저것 원하는 대로 가져와 방공호에 쟁여봅시다. 이것은 꽤 흔한 블로그 사용법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개별 태그 기획의 자유도를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기 위해, 게시물의 작성자 코멘트는 세 문장 이내로 합니다. 한 사람당 한 달에 최대 네 번까지만 쓸 수 있다는 제한도 둡니다. 저작권이니 CCL니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각 이용자의 판단에 기댑니다. 인터넷에선 버린 물건과 아닌 물건의 구분이 극도로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겠죠. 넝마주이의 망태기, 고철처리장, 광고 전단 스크랩북, 수집광의 방, 쓰지 않을 피난처... 방공호는 거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방공호는 거의 무한하며, 방공호는 거의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방공호는, 만약 유한한 것이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일지 가늠해 보는 태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곡물창고가 팀-블로그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년 2월 20일 수요일

관리인의 캐비닛

(관리실 구석에 놓인 3단짜리 서류 캐비닛. 어디선가 주워 온 것 같다. 군데군데 칠이 까진 부분이 있지만 열리기는 아주 부드럽다. 안에는 관리인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 같은 서류들. 구색으로는 공문서 흉내를 냈는데, 어설픈 건 둘째 치고...)

2018년 2월 4일 일요일

곡물창고에서는

‘곡물창고에서’는 모든 필자가 함께 쓰는 공용 태그로 기획되었습니다. 따로 마감은 없으며, 공동입하동에 위치합니다. 이 태그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1) 곡물창고를 배경으로 할 것.
2) 한 필자가 일주일에 한 편까지만 쓸 수 있음.
3) 한 필자가 연속으로 2회 이상 쓸 수 없음.

일단은 일종의 이야기 게임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형식은 자유입니다. 곡물창고에 있는 사물에 대해 써도 좋고, 곡물창고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써도 좋습니다. 우리는 대체로는 가상의 뭔가를 다루겠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곡물창고의 지붕에 대해서 말할 수도 있고, 곡물창고의 지붕 아래서 하는 생각을 쓸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것은 일기, 일지일 수도, 감상일 수도 사전일 수도, 회고일 수도 편지일 수도 있습니다. 소설이거나 시, 희곡일 수도 있습니다. 연속성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습니다. 분량도 좋을 대로입니다. 다만 곡물창고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다른 필자가 쓴 곡물창고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그와 관계할 것이냐 또한 자유입니다. 그 창고가 그 창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모든 곡물창고는 하나이고 모두 ‘공식적’입니다. 이것을 게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것은 훈련이나 시험일 수도 있습니다. 이 태그를 통해 곡물창고의 필자들은 (원한다면) 곡물창고라는 공간을 직접 구성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곡물창고에서. 그것이 전부입니다.

2017년 1월 1일 일요일

단편들

‘단편’ 태그는 비연재물 한 편이나 두 편(1-2, 전-후, 상-하, 본문-후기, 서문-본문 등), 또는 세 편(123, 상중하, 서본결)만으로 마무리되는 글을 올릴 수 있는 자유참여의 공용 태그입니다. 쓰다 보니 네 번째 편을 올려야 하겠다면 개인 태그를 따로 만드십시오.

이 태그는 무제한 태그로서 따로 마감이 없으며 공동입하동에 위치합니다. 1편이나 3편 이내로 끝나기만 한다면 특별한 주제와 분량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다른 모든 글과 마찬가지로, 내용상의 문제로 인해 삭제될 수는 있습니다).

언뜻 아무런 제약도 없어 보이지만 동일한 성격의 글을 3번까지만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제약입니다. 따로 마감도 없기 때문에 한 필자의 단편과 단편 사이를 구분해 줄 참조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한 필자가 내용상 동일한 성격의 네 번째 글을 올렸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 글들로부터 ‘단편’ 태그는 제거될 것이며, 창고관리인이 마음대로 임의의 태그를 붙여 저장고로 보내버릴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태그를 달고 일기를 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네 번째 일기가 올라오는 순간 그 글들의 태그는 ‘팥’ 같은 것으로 바뀌어 저장고로 갑니다. ‘일기’ 태그로 바꾸고 개별 태그로 꺼내 오는 것은 물론 필자의 맘입니다. 그냥 처음부터 ‘일기’ 태그를 쓰십시오. 네 번째 영화 리뷰 역시 ‘귀리’ 따위의 태그를 달고 앞의 세 영화 리뷰와 함께 저장고로 갈 것입니다. 만약 리뷰마다 장르를 달리해 책, 맛집, 애니메이션, 연극이라면... 그래도 관리인은 뭔가 아무 임의의 태그명을 달아 저장고로 보낼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하기 전에 관리인이 그 필자나 다른 필자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그 성격의 동일성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관리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자신이 보기에 동일한 성격의 네 번째 글이 있다면 관리인에게 신고해도 좋습니다.)

연재 중단된 글들 중 1) 필자가 권한 해제된 상태이면서 2) 소개글 제외 3편을 채우지 못한 태그 역시 이 태그로 자동 분류됩니다. (이것이 이 태그를 만든 진짜 목적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2016년 12월 1일 목요일

[0호 서신]


*곡물창고의 관리와 관련하여, 창고관리인이 경비서신을 통해 다음을 알립니다.
 - 사용조례의 개정.
 - 운영상의 변동 사항.
 - 지구촌 현황.
 - 비밀스런 지령.
 - 그 외 기타 아무튼 알아둘 필요가 있는 소식.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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