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5일 목요일

방공호 발견

방공호는 모두가 쓸 수 있는 공용 태그입니다. 이 태그를 달고 올릴 수 있는 게시물의 조건은 ‘자신의 것이 아닌 뭔가’입니다. 텍스트, 이미지, 소리, 영상... 곡물창고의 바깥, 전자 쓰레기로 가득한 황무지를 헤매다 만난 무엇이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라면 좋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해 보이는 것,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 영원히 쓸모없을 것이 뻔해 오히려 흥미가 가는 것, 먼 과거의 유산, 보여주거나 간직하고 싶은 것,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이것저것 원하는 대로 가져와 방공호에 쟁여봅시다. 이것은 꽤 흔한 블로그 사용법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개별 태그 기획의 자유도를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기 위해, 게시물의 작성자 코멘트는 세 문장 이내로 합니다. 한 사람당 한 달에 최대 네 번까지만 쓸 수 있다는 제한도 둡니다. 저작권이니 CCL니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각 이용자의 판단에 기댑니다. 인터넷에선 버린 물건과 아닌 물건의 구분이 극도로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겠죠. 넝마주이의 망태기, 고철처리장, 광고 전단 스크랩북, 수집광의 방, 쓰지 않을 피난처... 방공호는 거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방공호는 거의 무한하며, 방공호는 거의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방공호는, 만약 유한한 것이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일지 가늠해 보는 태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곡물창고가 팀-블로그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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