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의 성들 ] 태그의 글을 표시합니다.
레이블이 우주의 성들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8년 8월 19일 일요일

미완성


우주의 성들을 완주하려던 계획을 취소한다. 아무래도 주제를 잘못 잡은 것 같아. 그러나 주제가 어떤 것이었든 이쯤 되어서는 그만뒀을 것 같기도 하다. 중도하차 전문. 끈기 없음. 사주를 보러 갔을 때, 사주쟁이는 내가 어떤 일을 하든 3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싫지는 않았지만 왠지 괘씸한 마음이 들어(누구에게?) 당시 하던 일을 3개월하고도 2주일 더 버티고 그만두었다. 그러나 또 이제와 생각해보면 사주쟁이는 딱 잘라 ‘3개월이라 말한 것도 아니었다. 아마 3개월 정도, 3개월 근처, 3개월 내외, 아무튼 딱 3개월은 아니고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음, 을 의미하던 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내가 졌다. 룰을 잘못 이해했고, 그렇지만 그쪽이 똑바로 알려준 것도 아니니 내가 완전히 진 것은 아니다. 이 정도로 말하고 물러나겠다.
 
라고 말하고 보니 우주의 성들을 연재한 지 아홉 달이 지났다는 사실. 몰아서 올렸다가 드문드문 올렸으나 열 세 편이니 적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게 일인가? 대가는 없었다. 일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러면 다시 물러나야 하나? 그럴 수 없다. 글쓰기는 물러날 수 없는 장르다. 전사해야 하는 장르. 혹여나 생환에 생환을 거듭하여 천수를 누린다면 김지하나 김승옥처럼 되어버리고 마는 장르. 비장하게 말해 봤다. 그런데 이게 글쓰기인가?
 
우주의 성들. 처음에는 우주 곳곳에 있는 행성들에 자연적으로 지어지거나 누군가에 의해 지어진 성()들에 대해 쓰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많은 상상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었고, 정말 일처럼 느껴졌으므로 처음부터 관뒀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거의 아무도 안 볼 글을 쓴다는 게 정말로 자유로운 글쓰기인가? 더 제약이 많은 것은 아닌가?
 
내가 속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가타부타 말해준 적 없으니까. 나 혼자 느꼈고, 나 혼자 그리 여겼고, 나 혼자 판단했다. 나 혼자 썼다. 나에게는 연대감이 없다. 나는 나에게도 연대감을 느끼지 못한다. 불행한 자라고 불러주세요. , ‘우주의 성들은 거의 누워서 썼다. 다음부터는 앉아서 써보도록 노력하겠다. 어깨가 많이 상했다. 뭔가를 선물로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어깨를 받겠다.
 
그럼 여기까지. 보다 지엽적인 주제를 들고 다시 찾아오겠다. 그동안 죽지 말고 계시기를.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