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3일 수요일

인공 자연

유리세계의 거대한 등껍질을 보고 크다,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밤하늘인데 사실은 둥근 유리막으로 투과되고 있다. 그 유리막을 왜 만든 것인지, 어떤 거대 집단이 만든 것인지는 모른다. 그 껍질을 보고 있으면 뭔가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왠지 느낌상,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유리막 위에다가 거리가 있으면 별과 비슷한 질감의 반짝이는 도료를 칠해 놓아 실존하지 않는 별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별에도 이름이 붙는다. 이 유리막에 대한 사실은 알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것이지만 아직 모르는 과학자나 집단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들끼리 숨겨 놓은 비밀이 아니기에 큭큭대며 웃을 일도 아니다. 이 유리막을 만든 집단은 큭큭 웃을 수도 있다. 오직 그런 이유만으로 이런 막을 설치해놓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유리막은 움직이기도 한다. 거대한 생물의 등처럼 좌나 우로 움직인다. 왜 움직이는 것인지는 모른다. 물론 우주비행선은 이 유리막을 통과할 수 없다. 지금까지 말해놓은 것들도 유리막을 만든 이유일 수 있겠으나,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우주비행선들의 금지에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우주비행선들을 발사하지 못하게 된 지 벌써 35년이나 지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세계의 모든 우주 관측은 그 이전에 띄워놓은 망원경에 의한 것이 되었다. 우리들의 과학 기술로는 이러한 유리막을 만들 수 없어 보임에 따라,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외계의 존재에 대해 대부분 긍정하고 있다. 이 유리막 안에서 비행기들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태양은 예전보다 대낮에도 어두워 보이고 이것은 실제로 사실인 게, 약 15% 정도 현생 인류는 전 세대 인류에 비해 피부가 희어졌다고 한다. 자외선이 유리막을 부분적으로 투과하지 못한다고 하나? 따라서 우리는 비타민 D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인류이고 이런 거대한 물질적 기반이나 토대는(인공 자연은) 결코 한 사람을 울리거나, 감동시키는 법이 없는 것 같다.

2022년 11월 22일 화요일

알림판은 어떡해?

들었어? 트위터 망할 수도 있다고? 우린 어떡해?

관리인은 별 대답 없이 장갑을 벗어 양손에 하나씩 붙잡고 박수 치듯 맞부딪기 시작한다. 창고 지붕을 타 넘은 오후의 부신 빛이, 리듬을 따라 터져 나오는 흙먼지를 비추고 부풀린다. 관리인의 표정 없는 얼굴은 비스듬한 빛으로 잘려있다. 뭘 하다 온 것인지 한쪽 안경이 온통 뿌옇다. 주변이 점점 먼지로 자욱해진다. 나는 뒤로, 창고의 그늘 속으로 물러선다. 관리인은 이제 그 장갑으로 옷을 턴다. 턴다기보다는 거의 먼지구름에 집어삼켜지고 있는 꼴이다. 관리인은 그 속에서 말한다. 뭘 어떡해?

우리 알림판은 어떡하냐고! 미리 준비를 해야지!

근데 언제부터 관리인에게 말을 놓았지? 모르겠다. 관리인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천천히 먼지구름 속에서 나온다. 지독하게 바람 없는 날이다. 관리인은 아무 털어낸 것이 없는 것 같다. 또 답답하게 되묻는다. 진짜 망하는 거 맞아? 망하고 나서 생각해봐도 되지 않아?

아니, 그러면 안 돼. 미리 대비를 해야지, 한군데 정해놔야지. 인스타 갈 거야? 어쩔 거야? 페북? 뭐 마스토돈? 그런 것도 있다던데?

무슨 대비를 해? 그런 델 왜 가? 게시판 있잖아.

게시판은 지미...

투고 들어온 건 있어?

관리인은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투고 얘긴 왜 해? 투덜대면서 관리실로 간다.

2022년 11월 11일 금요일

반지하출판사

대학촌을 가로지르며 월세 기준선이 되는 왕복 4차선 도로, 그 저편에서도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자리한 건물의 반지하 원룸이었다. 같은 층에는 여섯 호실이 있었는데, 두어 곳에는 동구권이나 중앙아시아, 아니면 중국에서 온 노동자들 또는 교환학생들이 지내는 듯했다. 마주친 적은 없고 말소리를 들어 알게 된 것이었다. 우리 국제 이웃들. 나와 선배의 방은 여섯 중 모서리로, 운이 좋아 창문이 두 개였다. 한 창문은 담벼락에 면해있었고 다른 창문은 주인집 텃밭으로 뚫려있었다. 주인은 꼭대기 층에 살았다. 텃밭에 가끔 거름을 뿌렸다. 어떻게 들릴지 몰라도 그 냄새가 맡기에 좋았다. 텃밭의 커다란 호박들 기억이 난다. 원룸 건물에 드나들려면 그 텃밭 가운데로 난 길을 지나야 했다. 우리는 거기서 대체로 만족하며 지냈다. 당시엔 ‘안개가 끼기는 해도 공기가 맑아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졸업한 뒤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온 나라에서 열심히 미세먼지를 측정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공기 질이 아주 최악으로 나쁜 고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처의 무슨 항구... 근처의 무슨 화력발전소... 근처의 무슨 산맥...

선배와 그곳에서 6개월을 살고, 해도 바뀌어 때는 늦봄이었다. 선배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술을 마신다는 것 같았다. 새벽이 되어서야 들어올 거였다. 아니면 안 들어온다고 했다. 비는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반만 열었다. 나는 선배의 고물 컴퓨터로 흘러간 옛 게임을 하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빗소리가 점점 세졌다. 번개 천둥도 쳤다. 긴 술자리에 할 말도 전부 떨어질 때면 우리는 이 고장의 저수지나 원룸촌, 기숙사 배경의 괴담들을 주워섬기곤 했다. 근처 저수지들에 얼마나 많은 시체들이 버려지는지에 대해, 자취방에서 꾼 이런저런 악몽들과 다양한 가위눌림에 대해. 선배는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채 밭길을 지나다가 누가 어깨를 건드려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란 얘기를 했었다. 그게 언젠데요? 2시인지 3시인지, 날짜를 묻자 선배는 시간을 답했다. 그 두 신지 세 신지에 귀신들이 가장 활발하다니까, 웬만하면 너도 그 시간엔 돌아다니지 마라, 그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시계를 봤는데 마침 2시를 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방의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 정면으로 난 창문 밖으로는 담이었고 왼쪽으로 난 창문 밖으로는 밭이었다.

그때 누군가 밖에서 소리를 질렀다. 빗소리를 뚫고 또렷하게 들렸다. 왼쪽 창밖이었다. 남자였고, 아마도 청년 같았다. 그리 멀지도 않았다. 텃밭쯤? 또는 텃밭 들어서는 길? 갑자기 놀랐거나 고통을 겪었거나 힘을 들이는 소리라기보다는, 어떤 심리적인 괴로움을 강하게 실은 외마디 고함이었다. 으아악! 잠시 뒤 번개, 이어서 천둥이 꽝. 실연이라도 당한 걸까? 비도 이렇게 오는데, 궁상맞게 왜 거기서 소릴 질러?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번개 맞은 거 아냐? 아니지, 번개는 나중에 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계속 게임을 하다가, 언젠가 이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언제였는지 얼른 기억나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 전에 듣긴 들었다. 그때는 선배랑 같이 있었던 것 같다, 똑같이 그렇게 누가 소리 지르는 걸 선배와 함께 들었던 기억이... 기억이 났다. 나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고 선배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선배가 먼저 말했다. ‘미친놈인가.’ 나는 웃은 다음에 이렇게 말했었다. ‘근데 이 소리 전에도 듣지 않았어요?’ 그 기억이 났다. 그때 읽은 책이 뭐였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냥 이 일이 기억이 났다. 장마로 반지하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다가 그 기억이 났다. 이제는 무엇 때문에 책을 만들려는 것일까.

2022년 11월 8일 화요일

초월일기 4

* 2022년 10월 28일

어느 시인의 작업실에 다녀왔다. 어느 시인은 나의 친구다. 나는 그 친구를 종종 그 친구의 이름으로 부른다. 언니라고 부른다. 별명으로 부른다. 그러나 그 친구를 어느 시인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그 친구의 작업실에 대해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그 친구를 어느 시인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내 친구의 작업실 혹은 누구누구의 작업실이 아니라, 어느 시인의 작업실이라고 쓰고 싶어진 것이다. 어느 시인의 작업실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나는 팀 버튼 전시장에서 본 팀 버튼의 작업실을 떠올렸다. 내가 팀 버튼의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작업을 대하는 팀 버튼의 태도였는데, 그 태도가 가장 잘 보였던 게 팀 버튼의 작업실, 즉 팀 버튼의 책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시인의 작업실은 팀 버튼의 작업실과는 좀 달랐지만, 기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 닮은 구석은 다음과 같다.

1. 어느 시인의 작업실에는 책상이 두 개 있다.
2. 그중 하나의 책상에는 책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3. 그중 또 다른 책상이 닿아있는 벽면에는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있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문득, 팀 버튼의 작업실에는 책상이 하나밖에 없으며 그 어떤 책상 위에도 책이 쌓여있지는 않다는 걸 깨닫는다. 포스트잇은... 있었나? 잘 기억이 안 나는군. 그렇다면 지금 닮았다고 느끼는 이 작업실은 누구의 작업실이지? 생각하며 찬찬히 방을 둘러봤을 때 나는 문득 발견했던 것이다. 어느 시인의 책상 위 놓여있던 맥북을. 그 맥북은 내 맥북과 완전히 동일한 모델이었으나 색만 다른 맥북이었고 맥북의 모니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잠시 뒤, 시작됩니다.> *



* 2022년 11월 8일

꿈에서

어느 시인네 집에 놀러 갔다. 어느 시인네 집에 놀러 가서, 잠옷을 입었다. 그 잠옷은 언젠가 내가 어느 시인에게 선물한 잠옷이었는데, 내가 선물했던 색과는 다른 색의 잠옷이었다. 언젠가 내가 어느 시인에게 선물했던 잠옷의 색은 베이지색 원피스였는데, 어느 시인네 집에 있던 건 하늘색 원피스였고, 그건 내 잠옷의 색과 같았다. 아무튼, 내가 선물한 잠옷을 내가 입고 어느 시인네 집 거실로 나섰을 때, 어느 시인은 말했다. <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수 있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느 시인은 당장이라도 집을 나설 것처럼 캐리어에 짐을 싸고 있었다. <난 하루 종일 집에만> 어느 시인의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메아리치며 귓등을 때렸다. 난 하루 종일 집에만! 내가 꾸는 꿈들은 대부분 두 부류로 나뉜다. 1. 내가 욕망하는 것. 2. 내가 두려워하는 것. 오늘 꾼 꿈에서 어느 시인이 한 대사는 어쩐지 1번과 2번 모두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수 있어. 난 하루 종일 집에만... *



* 2022년 10월 29일

나는 책상에 앉는다. 책상 우측에는 귤이 한가득이다. 어제 어느 시인이 싸준 귤이다. 나는 귤을 까고 껍질을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으며 어느 시인에게 받은 책을 읽는다. 악기형 책. 내 방에는 책상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맥북과 책을 올려놓는 용도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렇게나 책을 올려놓는 용도이다. 악기형 책은 내용보다 형식에 더 신경을 쓴 책이다. 아코디언처럼 책을 두 손으로 잡고 연주하듯 읽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읽지는 않지만. 그렇게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읽지는 않지만. 나는 맥북을 열고 한글 파일에 다음과 같이 쓴다. <그날 우리는 종일 기다렸다. 시작되기를. 잠시 뒤,를.> 그리고 어느 시인에게 귤 세 개를 찍어 사진을 보낸 뒤, 상상했다. 커다란 주홍빛 귤 나무를. 그 밑에서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는 내 친구와 나를. *

2022년 11월 7일 월요일

홍한별, ≪아무튼, 사전≫(2022, 위고)

홍한별은 영어를 한국어로 옮긴다. 번역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판계에도 소문이 자자하다. 필자도 홍한별 번역이라면 믿고 본다. 홍한별이 번역한 많은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홍한별은 사전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한다. 홍한별은 단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적고, 들어 올리고, 만져보고, 냄새 맡고, 더듬어본다. 마음에 드는 단어는 곰곰이 오랜 시간 생각해본다.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좋은 번역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글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문장은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예전에 홍한별이 한 인터뷰에서 보았다. 인터뷰에서 홍한별은 원문보다 더 아름다운 번역도 존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번역은 다시 쓰기다. 창조다. 예술이다. 홍한별도 이렇게 생각할 거다. 홍한별은 에세이도 잘 쓴다. 이 에세이엔 사전에 대한 사랑이 많다.

방랑예술가 이건수의 일기 ― 2022년 4월 10일 일요일, 여전히 순천

 • 안목해변에 갔다. 사람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드넓은 갯벌! 사방이 시원하게 탁 트였다. 제방 비스무리 생긴 곳에 앉아 이상우 <프리즘>을 꺼내 들었다. 읽히지 않았다. 도로 집어넣었다. 갯벌에 발을 살짝 디뎠다. 발이 푹- 빠졌다. 갯벌은 못 걸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 춤을 추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다음, 오 분간 춤을 추었다. 크고 과감한 스텝을 밟아가며, 팔을 마구 내지르며 제방 비스무리 생긴 곳에서 춤을 추었다.

• 시를 써야 한다. 요즘 시가 써지지 않는다. 괴롭다.

• 아침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먹었다. 베이컨과 싱싱한 야채를 먹었다. 맛있었다.

• 아니, 소설을 써볼까? 소설을 안 써봐서 좀 무섭다. 소설은 뭐고, 시는 뭘까.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내 생각으론 아무런 차이가 없다!

• 엄마랑 전화했다. 밥을 세 끼 잘 챙겨 먹으라고 말했다. 두 끼를 먹고 간식을 챙겨 먹고 있다고 답했다. 엄마가 보고 싶다.

• 하이쿠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이상우가 하고자 하는 건 기표들의 춤이다. 기표들에 머무는 거다. 형식과 내용이 합해지는 거다.

• 시 비스무리한 것을 썼다. 시는 아니다.

• 방이 걷는다 방은 자기도 모르고 문을 열고 나오던 가난한 거주자를 밟았다 밟힌 가난한 거주자가 꿈틀댄다 방은 미안하다 자신이 밝은 거주자 목록에 한 명을 추가한다 방은 계속 걸어간다 하지만 아까 밟은 가난한 거주자가 생각나고 자꾸자꾸 미안해진다 방의 발걸음은 힘이 빠진다 보폭이 줄어든다 방은 가만히 선다 방은 자신한테 살고 있던 거주자들을 계속 생각한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었다 방은 점점 더 죄송하고 미안해하며 서서히 자신의 평수를 줄인다 방은 자신의 팔로 자신의 각진 어깨를 감싸 안고 울기 시작한다 사방이 적막하다 방은 전체다 하나의 전체가 운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은 새 가게를 연다

• 방금 쓴 건 시다.

• 송광사에 갔다 왔다. 미적 감각 없는, 크기만 큰 괴물 같은 절이다.

• 법정 스님이 머물던 불일암에 다녀왔다. 아담하다. 법정 스님은 이제 없다.

• 씻고 침대에 누웠다. 넷플릭스에서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봤다. 내일 본가로 간다.

2022년 11월 4일 금요일

연안 같은 것

밤은 파도를 밀어내고 모래와 배를 문질러 해안선을 낳는다. 물러나는 파도는 열띤 소금기를 토하고 오래전에 익사한 잠수부들을 터진 양수처럼 쏟아낸다. 낮은 남은 자리에서 해안선을 널어 말린다. 넓어지는 백사장 위로 잠수부들이 일기장의 단어들처럼 엉겨 있다. 그들을 묻기 위해 팔다리를 모으다 해초를 쥐고 우는 아이들이 하루종일 생겨난다. 파도가 밀려오고 날이 밝아지면 모든 것이 미수에 그친다. 아이들은 물에 모래를 말아 먹는다. 하얗게 말린 해초에 소금을 발라 먹으며 피신이 생활이 되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은 죽은 자의 머리와 목 언저리에 새 잎을 따서 둘러준다. 그들의 지친 애도가 낮을 밀치면 파도는 다시 백사장의 이마에 모래를 보태고 주검을 보태고 모래를 보태고 주검을 보태고… 백사장이 끝나는 곳에는 언덕이 솟아 있다. 나는 높은 곳에서 그런 광경을 보는 일을 좋아한다. 높은 언덕에 오를수록 그들은 좀 더 작고 부드러운 모래가 된다.

2022년 11월 1일 화요일

22년 10월의 모금통

이달의 격려 수 (누계)

모든 격려: 1
―――
곡물창고 +1


이달의 총격려금

23,000원


상세:
일자 / 들어온 격려금 ― 입금자명

7일 / 23,000 ― 빛


전달:
격려된 태그 [입하여부] ☞ 전달된 격려금

해당사항 없음


총기금 (당월 기금 + 이월 기금 + 예금이자)

282,007원 (23,000원 + 258,514원 + 49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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