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헛간 ] 태그의 글을 표시합니다.
레이블이 헛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3년 1월 9일 월요일

열한 마리의 원숭이들이 내게

열한 마리의 원숭이들이 내게 뛰어들었을 때, 인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싸구려 스쿠터 두 대를 빌려 근처 어디 있다는 호수로 향하는 중이었다. 운전면허증 없이도 스쿠터를 빌려준다는 싸구려 스쿠터샵에는 먼지 쌓인 스쿠터들이 가득했다. “분명히 굴러는 갈 거야, 분명히. 만약 넘어진다면 알아서 스쿠터를 끌고 와. 어떻게든. 경찰을 본다면 돈을 내어주고.” 샵을 운영하고 있는 번티는 새까만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호수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언덕들을 몇 개 넘어야 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 주변에 목적지로 삼을 만한 곳은 오로지 그 호수뿐이었고, 다른 곳은 흙바람이나 날리는 황무지일 따름이었다. 거기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그 저수지였다. 그때 우리는 그게 인공적으로 만든 저수지인지, 자연스럽게 형성된 오아시스 같은 호수인지 하는 것들은 궁금하지도 않았다. 단지 물을 보고 싶었고, 정확히는 물에 비치는 햇빛을 보고 싶었고, 햇빛이 흔들리는 광경을 목격하고 싶었다. 그런 낭만적인 공간을 상상하며 이곳에 온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는 애써 낭만을 궁굴려야 했다.

원숭이들은 이곳저곳에 숨어 있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묵묵했다. 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언덕 구석 바위틈 사이에 숨어서 아주 골똘히 지나가는 것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들은 얼굴과 손이 검었고, 나머지는 흰 털로 덮여 있었으며, 머리 위쪽 부분의 털이 비쭉하게 솟아 있었다. 그들의 눈은 차분하지도, 멍하지도 않게, 지나가는 것이 분명 지나가고 있다는 그 사실만을 확인하려는 듯, 눈앞의 사물에 매여 있었다. 관광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이곳까지 스쿠터를 몰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주변 사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작열하듯 뜨거운 태양만이, 언덕 위에 묵묵한 검은 원숭이들만이, 그리고 우리가 타고 온 낡은 스쿠터가 덜덜거리는 소리만이 주변을 채웠다.

우리의 싸구려 혼다 스쿠터는 돌무더기가 깔린 우둘투둘한 언덕의 경사로를 힘겹게 올랐다. 여기서 넘어진다면, 어떻게 이걸 다시 끌고 가지? 경찰 같은 건 있을 리 없었다. 다만 원숭이들이 있었다. 스쿠터는 계속 덜덜덜, 소리를 내며 위태로워했고, 우리가 스쿠터에게 몹쓸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은 계속 이런 건 좀 무섭다, 무섭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면허가 없는데도 스쿠터를 곧잘 타서 돌덩어리를 유연하게 피해 갔다. 오로지 햇빛만이, 사실 이 모든 것이 전부 햇빛 속에 가득하다는 것을 너는 모르냐는 듯이, 눈앞에서 번쩍거렸다.

언덕을 두 개 더 넘으면 호수에 닿을지 몰랐다. 우리의 스쿠터는 계속 앞으로, 위로, 아래로 나아가고 햇빛은 방사하고, 나는 불현듯 내가 묵던 방에 보일러를 켜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보일러를 켜고 온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이렇게 더운 곳에서도 사람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 하고, 뜨거운 물을 덥히기 위해 다시 뜨거운 햇빛이 필요하고, 내 옆에 원숭이들은 나를 지켜보고, 내 앞에 인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는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뜨거운 것과 흰 것이 겹겹이 섞여들었다.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을 것 같다, 빛이 가득하다, 이제 생각을 그만두고 스쿠터의 운전대를 다시 꽉 쥐었을 때

길가에 튀어나온 돌덩어리를 미처 피하지 못한 혼다 스쿠터가 나를 두고 멀리 날아간다. 모든 게 멈춘 것 같다. 멀리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하늘을 바라본 채로 누워 있는 나를 향해 인이 비명을 지르고, 열한 마리의 원숭이들은 나를 향해 달려든다. 그들이 그만큼 빠르다는 것을 나는 이제 겨우 알아챈다. 원숭이는 인보다 빠르다. 얼굴이 검은 원숭이들이 나의 얼굴을 둘러싼다. 태양빛은 점차 가려진다. 내 얼굴 위로 원숭이들의 땀방울이 떨어지고, 그 수분기 머금은 액체는 반짝거린다. 인이 자기 스쿠터를 바닥에 세워두고 점차 내게로 다가오고 있을 때,

원숭이 한 마리가 말한다.
“나는 경찰이다.”

그리고 열 마리가 합창한다.
“나는 경찰이다.”

소리는 곧 노래가 된다. 노래는 곧 돌림 노래가 된다. 이제 혼다 스쿠터들의 덜덜거리는 낡은 배기음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오로지 원숭이들의 노랫소리만이 황무지를 가득 메운다. 메워도 들을 사람 없는 노래가 황무지에서 계속된다. 내가 피에 젖은 손으로 가방에서 오십 달러를 꺼내 그들에게 내밀자

“무슨 나쁜 꿈이라도 꿨어?” 인이 내게 묻는다.

천장에는 거대한 팬의 선풍기가 휘적거리며 돌아가고 있다. 땀이 나고, 다시 마르고 젖는 방에서 내가 모르는 냄새가 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냥 원숭이들이 많았다고, 인을 바라보기 위해 겨우 몸을 돌릴 때

햇빛이 인의 뒤에 있어 인의 얼굴이 검다.






주뱅

달걀을 한 손으로 깰 수 있다.
https://blog.naver.com/mondergreen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