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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30일 일요일

광장의 김밥 같은 것

둥근 밥알들 성채 되어 단무지 느슨하게 수호하면
이 광장의 강자는 나라고 착각하게 된다

흔들리는 삶 베어 물며
든든한 믿음을 한입 가득 우물거리고 싶다

세상에 김밥은 흔하지만 이렇게 하루아침에 간절해질 수도 있다니

그럴 때 시금치와 계란을 준비하고
결이 고운 생김으로 감싸
미래의 참기름을 간간하게 바른다

바라는 크기를 마음껏 낭비하며 먹음직스럽게 말아 놓는다

슬쩍 삐져나온 흐트러진 맛살들은
있는 그대로 좋은 생각이다

옆구리가 좀 터져 있는 것도 누가 발라놓은 햄 조각도 그냥 다 괜찮다

그러니까 김밥집 단체주문식으로 말하면:

햄X
당근X
오이X

은박 포장지 위에 빨강 매직으로 표시된
피로한 희망과
까다로운 체질의 사람들 다

나와 다르게 싸우며 살고 있겠지만

모두에게 통깨가
솔솔 뿌려져 있다

틀어놓은 뉴스에선 금방이라도
세상이 행복을 다 체포할 것처럼
허공 향해 주먹다짐 중이어서

우리의 김밥은 풀 죽은 패퇴의 꿈을 꾸기 쉽다 그렇지만
김밥은 고소한 확신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줄 안다

나는 김밥의 단단한 둥긂을 자랑할 것이다

김밥에게 자유발언권을!
김밥에게 행복추구권을!

믿음을 여러 줄 포장해 나눠 먹는 맛
그 맛을 세상이 알 리 있나

그러니까 김밥 같이 먹읍시다
각자 많이 먹읍시다

오늘 밤엔 우리가 강자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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