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일 토요일

꽃병을 위한 꽃꽂이

 꽃과 꽃병을 사온 당신이

또 사올 것이 있다며 나간다

 

나는 당신이 무엇이 사올지도 궁금하지만

 

화병에 얼마나 많은 꽃을 꽂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

계속해서 꽃을 꽂았다

 

꽂을수록 꽃들은 뻣뻣해졌고

꽃과 꽃 사이의 거리도 좁아져서

나무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라지는 않지만 갈수록 짙어지는 나무

 

당신은 알고 있을까?

당신도 여기에 꽃을 꽂을 수 있다는 것을

 

소국, 튤립, 작약, 거베라

미소, 애정, 수줍음, 수수께끼

 

무얼 가져와도

서로 머리 정도는 맞댈 수 있을텐데

 

당신의 기분이 겨울이라도

불쏘시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텐데

 

그저 당신은 이것저것

가져오기를 좋아해서

 

그래서 나도 꽃다발 사이에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

나를 어딘가에 꽂아보고 싶다는 생각

 

셀 수 없이 많은 꽃 중에서

더 이상의 꽃을 견디기 힘든 꽃

 

혼자가 더 이상 혼자를 견디기 힘들 때

꽃병은 깨지겠지 꽃병에서 꽃이 쏟아지겠지


꽃을 꽂을 꽃병이 깨지면

당신은 어떤 것을 또 사오려나요

 

꽃꽂이가 이뤄진 꽃병이 아니라

쓰러진 꽃들과 깨진 꽃병을 위해서


당신은 어떤 것을 또 사오려나요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