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오늘
장면 1. 출근 직후, 회의실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자국이 있는 비밀 유지 서약서를 내미는 Y.
대표, 당황한다.
Y
(대표를 똑바로 쳐다보며 유창하게) 사연이 있습니다.
Y, 말이 끝나자 눈을 바닥으로 내리는데 왠지 연극적이다.
Y
애인이랑 어제 길게 대화하면서 다투는 중에, 애인이 책상 위에 있는 아무 종이나 집어서 손으로 계속 구깃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가더라고요.
Y
전 그게 이 서류일 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죄송합니다.
(타이틀) 어제
장면 2. 퇴근 직전, 회의실
대표와 Y, 서로 근로계약서에 서명한다.
다음으로 대표가 비밀 유지 서약서를 건넨다.
대표
이건 집 가서 읽고 서명해서 내일 가져오시면 돼요.
Y는 네–대답하고 비밀 유지 서약서를 받아 뒤돈다.
대표
아! 파일도 줄게요. 안 구겨지게.
Y
감사합니다~
대표
그리고, 건강보험 득실 확인서도 부탁드립니다.
Y는 잠시 침묵한다.
Y
혹시 어떤 부분 확인을 위해서 필요하실까요? 그게 조회 선택지가 다양하더라구요. 그래서..
대표
혹시 이중가입이라든가 세금 관련해서 몰래 투잡을 뛴다든가, 그런 경우 때문에 저희 쪽에서 미리 방지하는 겁니다.
Y는 머뭇거리며 말한다.
Y
직전 직장에서 아직 직장가입 상실 처리를 안 해줬을 거라.. 안 그래도 노동부에 신고하려고는 했는데.. 혹시 문제가 될까요?
대표의 표정이 이상하다. 이상해하는 이상한 표정이다.
대표
오늘 날짜 기준으로 가져오시면 돼요.
Y
저 혹시 상실 안 되어있으면 일 못하나요?
대표
그렇진 않습니다.
장면 3. Y의 귀갓길, 길가
Y, 폰으로 급히 건강보험 득실 내역을 확인한다.
인상을 찌푸리며 폰을 스크롤 하는 Y.
내역이 너무 많아 끝까지 다 내리지도 않고 화면을 끄는 Y. 한숨.
Y, 다시 폰 화면을 켜 구직 사이트 지원 내역에 들어가 지원했던 서류를 확인한다.
화면 맨 아래 작은 문구를 확대해서 본다.
‘위 내용이 허위일 경우 채용이 취소될 수 있음에 동의합니다.’
Y가 들고나온 가방은 작다. 그래서 비밀유지 서약서가 든 파일을 손에 들고 걷는다.
Y, 대표에게 문자를 보낸다.
“건강보험 직장가입 상실 잘 되어있네요! 현재 상태만 pdf로 제출해도 괜찮으실까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남아있는 대표와 이사.
대표
거짓말쟁이랑 일하냐 마냐야..
이사
오늘 편집한 영상은 괜찮았어?
대표
그건 문제없어
이사
그럼 그냥 예스 해! 직장가입자도 아닌 상태고, 사람 또 뽑을 여유 없어
대표
거짓말쟁이랑 일하냐 마냐인데...
장면 5. Y의 귀갓길, 지하철 안
지하철에서 손의 거스러미를 뜯고 있던 Y. 문자 알림이 울린다. Y는 서둘러 확인한다.
대표
“전체 내역을 제출해 주실 수 있나요?”
[픽스 / 롱 테이크]
Y는 폰 화면을 끄고 눈을 감는다.
내리는 문은 오른쪽이고 틈이 넓으니 발을 조심하라는 지하철 안내음
[팔로우 / 원 테이크]
Y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하철에서 내린다.
파일에서 비밀 유지 서약서를 뺀다.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파일을 버린다.
[컷 전환]
서서 손에 남은 비밀유지 서약서를 보는 Y.
한 번 접는다. 절반으로.
그리고 앞으로 걷는다.
걸으면서 두 번째로 접는다. 또 반으로.
조금 더 빨리 걷는다.
주먹으로 콱 구긴다. 주머니에 넣는다. 우뚝, 걸음을 멈춘다.
Y, 길가 구석으로 간다. 짝다리를 짚고 폰을 꺼내 대표의 문자를 빤히 보다가, 답장을 보낸다.
“넵”
Y
그리고 이건 건강보험 득실 확인서예요.
Y가 서너 장쯤 되어 스테이플러가 찍힌 서류를 내민다.
대표, 한번 훑으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두 번째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찬찬히 살펴본다.
Y
짧게 일한 건 이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이력서에 기재 안 했었습니다. 혹시 허위 이력서라고 여겨진다면 폐 끼쳐서 죄송합니다.
대표
요청드린 거 다 가져오셨네요.
Y
저 일할 수 있나요?
대표
비밀 유지 서약서가 저렇게까지 구겨진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Y
아까 말씀드린 대로인데요.
대표, “믿겠냐?”를 뜻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Y
비밀로 해두고 싶습니다.
대표가 표정을 풀고 말한다. “앞으로는 거짓말 안 하시면 좋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