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전점검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파트 사전점검이란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 입주예정자가 하자를 확인하고 시공사에 보수를 요청하는 절차다. 입주 지정 기간의 45일 전까지 최소 2일 이상 진행하도록 법으로 지정돼 있다. 대부분 주말을 끼고서 진행된다.
입주예정자 개인이 하자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할 시 업체를 고용해 점검 대행을 맡기는 게 우리이며, 심리서비스 육체노동 그것이 나의 일이다.
선풍기 매진. 판매량 급증. 바짝 마른 곡식들. 식량의 없음. 그런 와중에 선풍기도 없는 집에. 건물의 가장 위층에. 땀을 흘리면서 밥을 먹고. 밥을 먹은 뒤에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서. 아마도 이 폭염이. 짧게 잠이 들었을 때.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있는 공간을 감각하기가 어려웠고. 내가 발코니에 있는지. 언젠가 갔던 모래사장 위에 누워 있는지. 차가운 풀 위에 누워 있는지. 나를 가족처럼 대해줬던 어떤 사람들의 집 소파에 누워 있는지. 그 사람들이 나를 위해 이불보를 세탁해놓았고, 이불보에서는 깨끗한 세제 냄새가 났는데 나는 그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었고. 그러는 가운데 이곳이 어디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아마도 예전에 천사를 생각하며 잠이 든 어떤 침대에서, 그 침대에서 뒤척이는 게 아닌가. 천사를 생각하는 동안 밖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렸는데, 내 주위에 갑자기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불안함이 들었고, 불안함 때문에,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는 불안함 때문에 잠에서 깨기가 두려웠는데. 이곳은 식량 부족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는 시대일 수도 있다. 내가 누웠던 모든 더운 공간들에 동시적으로 존재하면서 어떤 때는 더운 것이 싫었고 어떤 때는 더운 것이 좋았다.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다가
비가 멈추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지
그래서 구름이 창문이
당신이 쉽게 도망가도 모습은
이상하지 않지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건
그저 혼자서 쓸 수밖에 없는 우산
멈추지 않는 날씨를 흔들어본다
내려오는 습기를 세워본다
손바닥을 펼쳐 미래를 닦아본다
아무것에도 부딪히지 않는 장마
그래도 날씨는 만들어진다
머릿속에서 가득 차는 물체들
우리의 비를 버린 당신은
팔을 휘적이며
우산의 목적을 찾지
그래도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당신이 미래를 받으려 돌아다닌다
내 마음의 죽은 우산을 뒤집어쓰고
우산의 목적은 마치
누군가를 찌르는 풍경
쥐들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젖어 들 수밖에 없는 장마의 날들
할 수 없는 일을 알게 되는 일이 좋아
할 수 없어서 결국 놓아버릴 수 있게 되는 일을 알게 되어서 좋아
나는 결국 당신을 말할 수 없었지만
비가 내리기 전과 내린 후의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조금도 부끄럽지 않고
이상하지 않은 마음을 갖고 싶어
비는 아직 그곳에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