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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7일 월요일

홍한별, ≪아무튼, 사전≫(2022, 위고)

홍한별은 영어를 한국어로 옮긴다. 번역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판계에도 소문이 자자하다. 필자도 홍한별 번역이라면 믿고 본다. 홍한별이 번역한 많은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홍한별은 사전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한다. 홍한별은 단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적고, 들어 올리고, 만져보고, 냄새 맡고, 더듬어본다. 마음에 드는 단어는 곰곰이 오랜 시간 생각해본다.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좋은 번역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글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문장은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예전에 홍한별이 한 인터뷰에서 보았다. 인터뷰에서 홍한별은 원문보다 더 아름다운 번역도 존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번역은 다시 쓰기다. 창조다. 예술이다. 홍한별도 이렇게 생각할 거다. 홍한별은 에세이도 잘 쓴다. 이 에세이엔 사전에 대한 사랑이 많다.

2022년 9월 13일 화요일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2011, 민음사)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읽다. 포어는 소설로 유명하다. 이 책은 포어의 논픽션이다. 일반적인 논픽션의 문법을 벗어난다. 문장은 문학적이다. 결론은 잘 내려지지 않는다. 포어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과 관련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 어느 목소리도 다른 목소리보다 특별히 강하지 않다. 최종적인 판단은 자꾸 지연된다. 판단이 지연되는 동안 독자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개를 먹는 것과 돼지를 먹는 것의 차이는 뭘까. 어느 정도로 동물을 위해야 동물의 복지가 완성되는 걸까. 동물의 복지가 완성되면 고기를 먹어도 되는 걸까. 물고기도 고등의 인지 능력이 있을까. 소를 먹는 것보다 닭을 먹는 게 덜 나쁠까. 조류가 인간에게 옮기는 바이러스는 어느 정도 고려를 해야 할까. 결국, 포어는 이 모든 목소리들을 들어본 다음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된다. 하지만 포어는 당신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 책은 어떠한 ‘주의’를 담고 있지 않다. 어떠한 ‘주의’가 되기 전에 포어는 물러선다. 이 책은 ‘이즘’도 아니다. ‘프로파간다’도 아니다. 이 책은 생각들의 집합이다.

2022년 9월 8일 목요일

로베르트 발저, ≪세상의 끝≫(2017, 문학판)

로베르트 발저 ≪세상의 끝≫ 읽다. 발저의 글은 새롭다. 발저의 스타일은 다양하다. 발저는 엽편 소설, 단편 소설, 노벨레, 에세이, 일기, 메모, 스케치 등의 스타일로 쓴다. 스타일을 정하고 쓰는 게 아니다. 발저가 먼저 쓰면, 스타일은 나중에 온다. 발저의 ‘쓰기’는 신기하다. 누구도 이렇게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저만이 이렇게 쓸 수 있다. 카프카만이 발저의 개성에 비할 수 있다. 발저는 생의 말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낸다. 겨울에 산책을 하다 눈밭에 쓰러져서 죽는다. 발저는 평생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하인으로 일한 적도 있다. 발저는 작가다. 발저의 문체는 단출하다. 수사가 없다. 발저의 글에는 플롯이 없다. 플롯이 담기기엔 글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발저는 평생, 거의 무명이었다. 발저는 심장마비로 죽는다. 발저는 쓴다. 발저는 하나의 개성이다. 발저의 글은 자연발생적이다. 발저는 가난하다. 가난했다. 요즘엔 발저처럼 쓰는 사람이 많다. 발저가 무덤에서 이걸 보면 기뻐할까?

2022년 9월 3일 토요일

데이비드 베너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2019, 서광사)

데이비드 베너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읽다. 책이 주장하는 바는 간단하다. 세상엔 나쁨이 너무 많다. 나쁨 천지다. 태어나면 이 나쁨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건 해악이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 필요 없다. 하여,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이 ‘반출생주의’ 논증에 동의한다면, 인류 멸종이라는 필연적인 결론에 이를 거다. 베너타는 이 내용을 직업 철학자의 철저함으로 논한다. 철두철미하게, 때로는 도표를 그려가며, 제기된 반증과 제기될 반증을 하나씩 논파한다. 이 책을 들고 다니면 주목받을 수 있다. 책 제목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철학책이라고 생각 못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책 내용을 물어볼 수도 있다. 책 내용을 요약하는 명료한 설명 몇 문장을 외워두는 것도 좋겠다. 엄마나 아빠가 이 책을 보면 슬퍼할 수 있다. 집 안에서는 숨겨놓길 추천한다. 근데 정말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 나을까?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하는 생각이 우리를 살린다. 

2022년 9월 2일 금요일

김태용, ≪포주 이야기≫(2012, 문학과지성사)

김태용 ≪포주 이야기≫ 읽다. 김태용은 기기괴괴하다. 김태용은 새 공기를 들여온다. 김태용 소설은 배설물이다. 김태용은 정신의 엔지니어다. 김태용은 소설의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김태용의 문장이 만들어내는 리듬이 있다. 적당한 길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탄력적으로 늘어났다 줄었다 한다. 쉼표는 적다. 김태용은 ‘똥’에 관심이 많다. 적어도 소설 두 편 중 하나는 꼭 똥 이야기가 나온다. 김태용은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도는 실패하지 않는다. 좋은 소설은 클리셰에 저항한다. 새로운 걸 하면 클리셰를 뛰어넘어 간다. 한번 넘어가면 다신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김태용은 실패하지 않는다. 그 태도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소설은 배움이 아니다. 소설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리뷰 비슷한 것

책을 리뷰합니다. 리뷰란 주관적인 평가 활동입니다. 사실, 주관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 말장난입니다. 책의 장르와 두께 가리지 않고 리뷰합니다. 되도록 쉬운 단어로 리뷰합니다. 되도록 짧은 문장으로 리뷰합니다. 다 읽지 않은 책을 리뷰할 수도 있습니다. 아예 읽지 않은 책을 리뷰하지는 않습니다. ‘쉬움’이란 기준은 필자인 제게 있습니다. ‘짧음’이란 기준은 필자인 제게 있습니다. 가끔씩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리뷰의 성질을 벗어난 단어나 문장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곧 제 길을 찾아, 다시 리뷰를 합니다. 때때로 사진책도 리뷰합니다. 기준 잘 지키겠습니다. 분량은 때마다 달라집니다. 리뷰 ‘비슷한 것’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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