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8일 목요일

로베르트 발저, ≪세상의 끝≫(2017, 문학판)

로베르트 발저 ≪세상의 끝≫ 읽다. 발저의 글은 새롭다. 발저의 스타일은 다양하다. 발저는 엽편 소설, 단편 소설, 노벨레, 에세이, 일기, 메모, 스케치 등의 스타일로 쓴다. 스타일을 정하고 쓰는 게 아니다. 발저가 먼저 쓰면, 스타일은 나중에 온다. 발저의 ‘쓰기’는 신기하다. 누구도 이렇게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저만이 이렇게 쓸 수 있다. 카프카만이 발저의 개성에 비할 수 있다. 발저는 생의 말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낸다. 겨울에 산책을 하다 눈밭에 쓰러져서 죽는다. 발저는 평생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하인으로 일한 적도 있다. 발저는 작가다. 발저의 문체는 단출하다. 수사가 없다. 발저의 글에는 플롯이 없다. 플롯이 담기기엔 글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발저는 평생, 거의 무명이었다. 발저는 심장마비로 죽는다. 발저는 쓴다. 발저는 하나의 개성이다. 발저의 글은 자연발생적이다. 발저는 가난하다. 가난했다. 요즘엔 발저처럼 쓰는 사람이 많다. 발저가 무덤에서 이걸 보면 기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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