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3일 화요일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2011, 민음사)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읽다. 포어는 소설로 유명하다. 이 책은 포어의 논픽션이다. 일반적인 논픽션의 문법을 벗어난다. 문장은 문학적이다. 결론은 잘 내려지지 않는다. 포어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과 관련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 어느 목소리도 다른 목소리보다 특별히 강하지 않다. 최종적인 판단은 자꾸 지연된다. 판단이 지연되는 동안 독자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개를 먹는 것과 돼지를 먹는 것의 차이는 뭘까. 어느 정도로 동물을 위해야 동물의 복지가 완성되는 걸까. 동물의 복지가 완성되면 고기를 먹어도 되는 걸까. 물고기도 고등의 인지 능력이 있을까. 소를 먹는 것보다 닭을 먹는 게 덜 나쁠까. 조류가 인간에게 옮기는 바이러스는 어느 정도 고려를 해야 할까. 결국, 포어는 이 모든 목소리들을 들어본 다음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된다. 하지만 포어는 당신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 책은 어떠한 ‘주의’를 담고 있지 않다. 어떠한 ‘주의’가 되기 전에 포어는 물러선다. 이 책은 ‘이즘’도 아니다. ‘프로파간다’도 아니다. 이 책은 생각들의 집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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