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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30일 수요일

플루크스

요즘 다른 대표들 만나면 그저 부동산 얘기뿐이다. 책을 아무리 팔아도 부동산 대박 한 번에 미치지 못한다는 거. 어디 출판사 누구가 어디를 샀는데 어디가 어떻게 되어서 어쨌고 그걸로 어째서 또 어째저째 하는데 정권이 어쩌고 저쩌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출판을 한다는 것들이 말야, 천박하기 짝이 없는 얘기를 철면피로 한다. 책 만들고 싶은 기분이 안 난다는 쪽은 차라리 양반이다. 세상이 다같이 미쳤어도, 분위기가 그래도 그렇지, 그래도 자존심이, 출판윤리라는 게 있는 법인데. 우리는 우리 우리의 사명, 직업을 소중히 여기고 충실할 필요가 있다. 나는 매주 월요일 아침 우리 사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자신들의 사명을 인지하고 있어야 됩니다. 수많은 출판사들이 있고 그보다 많은 책들이 있다. 그 여러 종류의 책들에는 다 나름의 방식으로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중에 우리가 만들려는 책, 그것은 특별한 책이다. 그것은 딱 한 권의 책이다. 우리가 맡은 사명은 바로 세상을 바꾸는 한 방, 한 권의 책을 ‘터뜨리는’ 것이다. 딱 한 권이면 족하다는 생각을 품어야 한다. 하나만 터뜨리면, 하나만 걸리면 된다. 하나만! 딱 하나! 이 판을 떠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즉 책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바로 여러분 각자의, 여러분이 살게 될 인생을, 바로 그 세상을 바꾼다는 뜻이다. 기억해야 한다. 여러분이 만들 마지막 책을 만들어라. 온 정신을 한 점에 집중시켜라. 한 점. 일점一點, 정점頂點으로. 이 세계가 원하는 바로 그 책을 향해. 판을 뒤엎는다는 것은 역사에 기억된다는 뜻이 아니다. 역사 속에 기억되는 책은 좋은 책이다. 물론 그런 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식의 좋은 책이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터진 책이 좋은 책’이다. 판 자체를 기울이는 책을 만드는 게 아니다. 기울어진 판의 가장 낮은 곳에 책을 올려두는 것이다. 역사에 올라타는 것이다. 뒤집어지고 있는 판의 축으로 가라! 그다음부터는 흐름을 타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내려오기 마련이다. 미끄러져 내려가는 게 아니다. 꼭대기로 가는 게 아니다. 꼭대기가 되는 곳에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 깔때기 모양을 그려라. 그게 바로 이 세상의 법칙이다. 법칙을 찾아서 거기로 가라! 중력이 센 곳을 찾아라! 나는 사원들에게 중력 모형을 보여준다. 그것을 위아래로 뒤집어가며, 그리고 사원들의 자리를 한 바퀴 돌아가며 위치에 대해, 우리가 꿈꾸는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내가 없으면 이 친구들을 대체 어찌할까? 힘차게 구호 한 번 외치고 한 주를 시작해 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나만! 하나만! 하나만!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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