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9일 토요일

세계의 곡물창고들 '19

2020년 8월 26일 수요일

I have a dream

“I have a dream that my four little children will one day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r of their skin, but by the content of their character.”


마틴 루터 킹의 연설문을 어린 친구들과 읽었다. 인권과 비폭력주의와 인종 차별에 대해 설명하자 아이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꺼냈고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사례를 줄줄이 나열했다.

가끔 이런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미래가 지나치게 밝은 건 아닌지 싶다.

너희는 어때? 개인의 꿈도 좋고, 사회나 인류를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

그리고 적혀 있는 꿈은 이와 같다.


- 교촌의 허니 콤보와 매운 콤보가 반반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 전복이 없었으면 좋겠다. (많이 먹으면 헛구역질이 남.)

- 거북이가 멸종이 안 되면 좋겠다.



지나치게 밝은 미래들은 신나게 꿈을 적고 다음 연설문을 읽을 사람을 뽑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가위, 바위, 보. 그때 궁금증이 생긴 한 친구가 선생에게 질문을 하려 하자

누군가 “입 닫아.” 소리 지르며 빠르게 가위를 내고 있다.

2020년 8월 20일 목요일

TAMIYA 쿠마몬 RC 버기 & 트랙터 프로모션 비디오



2020년 8월 10일 월요일

눈술


예쓰, 예쓰, 티쳐 








 선생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아직 사람은 되지 않은 존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서는 쉽게 잊는다. 처음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도 이들을 통해서였고 관심이 멀어진 것도 이들을 통해서였다. 잠시 여러분들이 이들과 반나절만 있으면 금세 깨닫고 외치리라.

 “얘는 왜 이러지?”

 아무튼 간에 책상에는 아이가 두고 간 펜이 놓여 있다. 그들은 지우개, 우산, 외투, 끈 등 가리지 않고 잃어버린다. 자신의 사물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적지만 타인이 두고 간 물건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선생님, 이거 가져도 돼요?” 나는 보지 않아도 알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한다. 아, 이거 프린들인데, 그가 외쳤고 나는 프린들을 자리에 놓으라고 말하고는 잊는다.

 방대한 지식을 배우면 바로 써먹는 이들을 언제까지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프린들은 펜의 종류이거나 브랜드 이름이 아니다. 그는 앤드류 클레먼츠가 쓴 『프린들 주세요』에 나온 주인공 닉의 단어를 빌려 쓴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배운 모든 내용은 인류 전체에 공유가 된다고 믿는 듯 생각의 흐름대로 말한다. 물론 설명 또한 하는 법이 없다.

 아이들의 책을 읽지 않는 선생이라면 저 말 또한 알아들을 수가 없다. 보통은 책을 펼치지 않을 게 분명하니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는 닉이라는 말썽꾸러기 소년이 ‘펜’이라는 단어 대신에 ‘프린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저자는 학교에서 어떤 소년이 단어가 어떻게 생기는지 질문했을 때,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저자의 즐거운 상상력에 대한 관심보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질문하기 위해 말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펜을 프린들이라고 고집스럽게 부르는 닉을 통해, 국어 선생님인 그레인저를 통해 하나의 단어가 어떤 유래를 가졌고 단어를 왜 지켜야 하는지 보여주는 유쾌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펜은 깃털을 가리키는 라틴어 ‘피나’에서 유래되었지만 아이들은 오직 프린들이라는 단어만 기억하고 이것이 실화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허구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

 이 글도 허구라고 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나는 작은 형상의 열 살짜리 친구들에게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보라고 실습을 시킨다.

 언어의 창조성, 사회성, 역사성을 담아볼 것.

 그들은 쉽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눈술’이라고 적는다. 프린들에 대적할 만한 단어라고 코 평수를 넓힌다. 눈술은 바로 ‘눈 감고 술래잡기’의 줄임말인데 여기는 논술을 배우는 곳이니 (물론 아니다) 어울린다는 점에서 창의성 1포인트, 이 강의실에 있는 세 친구가 합의한 단어이므로 사회성도 갖춰서 2포인트, 언어는 만들어졌다가 소멸하는 것인데 그들은 셋이서 십 년 정도 이 단어를 쓰다가 다 잊기로 약속했으므로 3포인트 획득이라고 점수도 스스로 정한다.

 새로운 친구가 들어오면? 이 룰을 알려주고 주의사항도 말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건 십 년만 써야 해. 그리고 사라질 거야. 동의하니?”

 쉬는 시간이면 그들은 눈술을 한다. “한선생. 저 반은 애들이 참 맑네요?” 이 말은 강의실이 시끄럽다는 뜻이다.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쉿, 하며 손짓하지만 이건 보이기 위한 쇼일 뿐이다. 애들이 맑아야지, 그럼 누가 맑겠어. 한 명은 눈을 감고 나머지는 강의실의 책상과 의자 사이에 숨거나 따개비처럼 붙어 있다. 왁, 하고 소리 지르다가 웃는 소리. 그들의 웃음은 정말이지 시끄럽고 청량하다. 이런 걸 관찰하는 어른의 삶이라면 썩 나쁘지 않다고도 잠시 생각한다.

 이걸 기록한다면, 그들도 모르게 이 단어가 십 년을 살아남는다면?
 
 암튼 간에 그들이 사라질 말이라고 꼽은 1순위도 있는데 여기에서만 살짝 공개하고자 한다.

 네! 네! 선생님.
 네! 네! 선생님.

 그들이 합창하듯이 정확한 박자로 구령을 외친다.

 나는 또 알아듣지 못하고 이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이건 유치원 때 선생님이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기본 문구라고 한다. 근데 왜 이게 사라지냐고 옆 친구가 물으니까 그걸 1순위로 뽑은 친구가 한숨을 쉬면서 대답해준다.

 “이제 애들 영유* 다니잖아.” (*영어 유치원의 줄임말)

 그 말을 들은 친구도 골똘히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그럼 이제 요즘 애들은 예쓰, 예쓰, 티쳐라고 말하나?

 나는 근미래의 언어를 기록하는 자가 된 셈이다.


예쓰, 예쓰, 티쳐

“선생이라는 게 얼마나 고약한 일인 줄 아십니까. 애들이 예뻐요. 그들이 주는 기쁨과 샘솟는 감정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아, 이게 문제라는 거죠.”


이 글은 한선생의 일지입니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어린 친구들은 열 살 언저리의 친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달 1회 이상 연재하려 합니다. 학부모님의 연락은 지극히 사양합니다.

 

2020년 8월 7일 금요일

코끼리 간이역

당신은 꿈을 꿉니다. 꿈에는 코끼리가 자주 등장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꿈이 코끼리를 좋아하는 걸까요. 아니면 코끼리가 꿈을. 나는 여기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여기는 어느 시골의 전철 간이역입니다. 낮입니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현관문을 열고 닫으면 새소리가 나죠. 그 새소리는 복도에 울릴 때도 있습니다. 인공적인 새소리입니다. 내가 듣고 있는 것은 자연적인 새소리입니다. 나는 당신의 꿈을 보고 있습니다. 스크린에 영사되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저녁이 되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꿈’이라는 제목이 적힌 책을 덮습니다. 아직도 새소리는 간간이 들리고 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풉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걸음에 박차를 가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걷습니다. 뜁니다. 그리고 내가 뛰기 직전의 기분이, 당신이 꿈에서 엘리베이터를,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탔던 기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꿈’은 내 옆구리에 들려 있었습니다만. 

나는 당신의 꿈에 갇힌 모양입니다. 코끼리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나는 당신의 꿈을 172페이지 정도 읽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강의실로 다가와 주십시오. 코끼리 하나가 살아 있습니다.” 당신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여기에 있는 동시에 거기에 있는

머리가 아프다. 그렇지만 나는 머리만은 아프지 않는다. 방금 쓴 문장은 내가 어떤 거래에서 했던 말이고 그 전 문장은 상태에 대한 진술이다.

거래에 대해 먼저 설명하는 편이 좋겠다. 내가 대가로 내세운 것은 머리를 제외한 몸뚱이의 나머지 모든 부분. 그러니까 어떤 부분이어도 괜찮으니 만약 내가 아파야 한다면, 그런 당위나 인과가 발생한다면 머리를 제외한 어디든 물어뜯으라고 나는 개에게 말했다.

만일 불시에 어떤 사고가―그러니까 내가 이 방의 이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라도, 갑자기 비행기가 추락해 정확히 내가 있는 이 건물에 들이꽂혀 내 전신이 산산이 흩어지더라도, 머리만은 놀랍도록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조수는 (운좋게 그가 나와 같은 건물에 있지 않았을 경우에) 눈을 감지 않은 나의 머리통을 수습하여 도서관에 기증하도록 할 수 있다. 또는 (내가 바라지 않는 바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전수한 지식을 바탕으로 말하는 목의 제작을 실습할 수 있겠지. 나와 개의 거래는 그런 것이다. 나의 최후는 아마 ―나와 거래한 개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형언하기 힘들 만큼 불길할 테지만 거래에 따라 머리만큼은 끝까지 훼손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보험은 들지 않는 편이 좋다.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개가 아무리 귀여워도 개하고는 계약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개는 철저하게 계약을 수호하고 있다. 개는 내 머리를 해하려는 유무형의 위협들을 물어 죽이고 대신에 내 어깨를, 허리를, 발목을 직접 물어뜯는다. 내 머리에 일어나야 할 부상이나 통증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개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계약에 만족한다. 계약 이래 내 머리가 아플 수 있는 가능성은 다음 두 가지 정도가 있다: 나의 개가 나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먼저 죽었거나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그가 감지하지 못한 아주 미세한 위협이 내 머리를 침공했거나.

물론 나는 두 번째 경우에 대해 먼저 확인해보기로 했다. 개가 나보다 먼저 죽을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거니와, 통증의 원인을 밝혀내면 그것을 개가 해결해줄 수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쓰는 물건이 영안경影眼鏡umbrascope이다. 오페라 글래스 두 개를 맞대 붙인 듯한 그 모양이 지시하듯 두 인간이 서로 눈을 대고 마주보아야 쓸 수 있는 물건이다. 어떤 시대에 누구에 의하여 개발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인간에 의한 발명인 것만은 확실하다. 양쪽 끝에 댈 수 있는 눈의 자리를 각각 한 쌍만 만든 것이 그 증거.

다음은 거울에 영안경을 대고 직접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 (나에게도 영안경은 하나뿐이기 때문에 분해해서 구조를 파악해 볼 엄두는 나지 않지만, 이 물건 안에도 작은 거울이 여러 개 들어있는 모양이라, 거울에 대고 보니 눈을 멀게 할 듯한 난반사가 일어났다) 조수에게 이 물건의 기능과 사용법을 설명한 다음 내 눈 안을 들여다볼 것을 주문한 이후의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나: 뭐가 보이지?
조수: 눈동자요.
나: 눈동자 속에서 뭐가 보이지?
조수: 너무 어두워서 모르겠어요.
나: 눈을 떼지 말고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떠 봐.
조수: 아, 보여요. 마치… 회관 같아요. 대단히 넓고… 조용하고… 처음 보는 물건이 많아요.
나: 또 이상한 점은?
조수: 벽에 곰팡이가 있어요.
나: 그걸 닦아줄 수 있겠어?
조수: 저는 거기 없는데요.
나: 지금은?
조수: 이제 있어요. 마침 마른 헝겊도 들고 있네요.
나: 내가 그걸 떠올렸으니까.
조수: 닦아볼게요.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 (…) 선생님도 제 눈 뒤에 있는 걸 볼 수 있나요?
나: 보고 있어.
조수: 거기에 뭐가 있나요?
나: 내가 있어.
조수: 선생님이요?
나: 아주 거대한 내가 있네.
조수: 선생님 말고는요?
나: 그게 다야.
조수: 왜 그게 선생님한테 없고 저한테 있을까요?
나: 그러게 말이야.


조수가 곰팡이를 다 닦아내자 두통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머리가 맑아지자 기분도 좋아졌다. 이번만큼은 머리 대신 다른 부위가 아플 필요도 없으니까. 영안경을 내려놓은 다음 우리는 알콜솜으로 얼굴을 닦고 세수를 했다. 너무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개에게는 이번 일을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조수에게도 개에 대해 알리지 않으려 한다.

가까운 미래에 나의 개는 내 머리의 통증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조수를 물어뜯게 될 것이다. 그가 나의 어깨나 허리나 발목과 같은 존재라 여겨서가 아니라 조수를 물면 내가 가슴 아파할 것이라고 믿어서. 나는 그 통증을 긍정하게 될까? 나의 긍정을 조수는 기뻐할까?

확실한 것은 이런 고민이 박물학자의 몫은 아니라는 점뿐이다.

2020년 8월 1일 토요일

20년 7월의 모금통

메시지 모음

무직
20화 달성을 향해
굿즈만들어주세여7월
피카피카
제물
진짜끈질기네


이달의 격려 수 (누계)

모든 격려: 6 (24)
―――
곡물창고: 3 (13)
직업전선: 1 (2)
바리에테: 1 (3)
방공호: 1 (1)


이달의 총격려금

26,827원


상세:
일자 / 들어온 격려금 ― 입금자명

13일 / 5,000원 ― 직업전선 무직
23일 / 5,000원 ― 바리에테 20화 달성을 향해
24일 / 10,000원 ― 굿즈만들어주세여7월
24일 / 1,717원 ― 방공피카피카
30일 / 666원 ― 제물
30일 / 4,444원 ― 진짜끈질기네


전달:
격려된 태그 [입하여부] ☞ 전달된 격려금

직업전선 [入] ☞ 5,000원 (기금기부)
바리에테 [入] ☞ 5,000원
방공호 [入] ☞ 1,600원 (2인 각 800원, 나머지 117원 기금화, 800원 기금기부)


총기금 (당월 기금 + 이월 기금 + 예금이자)

118,538원 (21,027원 + 97,478원 + 33원)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