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7일 금요일

코끼리 간이역

당신은 꿈을 꿉니다. 꿈에는 코끼리가 자주 등장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꿈이 코끼리를 좋아하는 걸까요. 아니면 코끼리가 꿈을. 나는 여기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여기는 어느 시골의 전철 간이역입니다. 낮입니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현관문을 열고 닫으면 새소리가 나죠. 그 새소리는 복도에 울릴 때도 있습니다. 인공적인 새소리입니다. 내가 듣고 있는 것은 자연적인 새소리입니다. 나는 당신의 꿈을 보고 있습니다. 스크린에 영사되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저녁이 되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꿈’이라는 제목이 적힌 책을 덮습니다. 아직도 새소리는 간간이 들리고 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풉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걸음에 박차를 가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걷습니다. 뜁니다. 그리고 내가 뛰기 직전의 기분이, 당신이 꿈에서 엘리베이터를,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탔던 기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꿈’은 내 옆구리에 들려 있었습니다만. 

나는 당신의 꿈에 갇힌 모양입니다. 코끼리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나는 당신의 꿈을 172페이지 정도 읽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강의실로 다가와 주십시오. 코끼리 하나가 살아 있습니다.” 당신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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