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개꿈

그냥 지들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 스케줄 맞춰서 지랄 좀 하면 교정이 알아서 끝나서 나와야 되는 줄 아는 끼새수교들... 내가 보기에 우리 사호이 지도층분들은, 만약 지금 그대로의 사회를, 일이 돌아가는 와꾸를 유지하고 싶으시다면, 그러지 않는 게 좋다고 보지만, 주기적으로 매라도 좀 맞으셨으면 좋겠다. 그것만 하면 나도 그냥저냥 큰 불만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타협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분들이 한 달에 한 번 동사무소 가서 카드 찍고 태형을 받으면 된다. 그러면 다른 건 어떻게 하든 좋다. 도구와 대수는 직종별 수입별로 단체교섭을 해서 정하면 된다. 교수 정도 되면 뭘로, 몇 대가 좋을까? 어쨌든 나는 바로 그 태형담당자가 되고 싶다. 뒤늦게 찾아온 꿈... 나, 70세의 은퇴한 교정공은 정부 지원 노인일자리를 알아보다 발견한다. 아, 드디어... 나는 곧장 지원한다. 진심이 담긴 지원서를 쓴다. 면접과 신체검사를 거친다. 나는 내게 다른 종류의 어두운 목적이 없다는 점을, 내게는 ‘오로지 원한뿐’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고 증명해낸다. 기준이 제대로 되어 있기만 하다면 나는 뽑힐 것이다. 문명 사회에서 태형은 좀 그렇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그분들은 또 얼마나 문명인들인가? 꿈은 모두가 꾸는 꿈이다. 나는 주민센터에 도착해 곧장 ‘교정실’로 향한다.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며 나는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벌로 그들이 교정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일이다... 어쩌겠는가? 교정실 문은 잠겨 있다. 왜지? 안내문도 붙어 있지 않다. 주민센터 사이트에 접속해 본다. 반평생에 걸친 교정 업무로 인해 한없이 어두워진 눈으로 나는 동네소식 게시판의 깨알 같은 글자들을 한참 들여다본다. 태형... 자동화로 인해... 교정직 노인 일자리 지원... 중단...? 나는 주민센터를 나오며 존경하는 공무원분들께 모자를 벗어 인사한다.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초월일기 12


정말 행복하고 기분이 좋네. 내가 다시 뭔가를 쓰고 싶어졌다는 게. 실망해도 괜찮으니까 기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게. 너무 좋다. 앞뒤 안 가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쓰고 싶다. 아무한테도 안 물어보고. 사람들이 뭐라 하든. 데뷔할 때....... 다듬어서 낸 걸 많이 후회한다. 그러니까 발표 직전에 말이다. 투고할 때 버전 그대로 낼 걸. 그걸 계속 계속 후회했다. 그 뒤에 아르코창작 기금에 시 발표할 때도 그랬다. 계속 다듬었다. 왜 그랬냐면 난 무서웠다. 난 시를 정말 정말 사랑하지만 시 공부를 정말 정말 열심히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볼 때 좀 그럴까 봐 그게 두려웠는데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고 그 형식 중 하나로 시를 썼던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금은 다시 하고 있다. 물론 시라는 형식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형식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소설도 사랑한다. 여전히 그렇다. 난 둘 다 쓰고 싶어. 이걸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둘 중 하나를 먼저 끝내고 다른 걸 하고 이게 말이 안 돼. 모르겠어. 이런 나여도 괜찮을까? 근데 괜찮을 거 같아. 난......... 난 그냥 이렇게 살고 싶어. 난.......... 그래야 돼. 그래야 된다. 

행복해. 

내 안에 정말 아름답고 깨끗한 무언가가 있는데. 그걸 잊고 있었는데. 뭔가 다시 올라와. 그게. 걔는 너무 무적이고 강해. 걔는 너무 멍청해. 멍청해서 내가 짓누르고 있었는데 그래서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난 걔가 날 영영 떠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아닌가 봐. 이런 게 초월인가 봐. 내가 그때 뭔가를 써놓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그걸 읽기만 해도 난 그때의 나로 조금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 나를 믿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믿자. 좀 더. 사람을 믿어보자. 사람을 믿는 건 너무 멍청한 짓이라고들 하지. 난 멍청한 짓만 골라 한다. 그 편이 아름답고 재밌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기대를 좀 하려고. 실망하더라도. 기대하려고. 기대하고 또 기대하려고. 제발을 외치려고. 제발. 제발을 외치고 싶다.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15

 





쇼펜하우어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친구가 있다. 쇼펜하우어는 언젠가부터 친구를 만나기를 꺼렸는데, 그건 자신이 사교성과 지성은 별로 상관없는 특성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수도 있고, 혼자 있는 좋아해서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수도 있다. 아무튼 그는 친구가 연락을 하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쓰던 책을 마저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는 자신에게는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에 대해서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는 쇼펜하우어가 왠지 모르게 편하게 느껴져, 왜냐하면 친구 자신도 혼자 있는 선호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지만 쇼펜하우어를 만날 때마다 그의 얼굴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것이 그와 쇼펜하우어의 차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는 쇼펜하우어가 자신을 심각하지 않은 사람 혹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눌 없는 우스운 사람으로 여기는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쇼펜하우어가 편하게 느껴져 가끔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쇼펜하우어가 아프다고 하며 자신을 피하는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는 홧김에 무작정 집에서 나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길을 잃는다. 캄캄한 가운데 그는 주전자에 물을 붓는다. 그는 당나귀가 깨지는 않을까 조심하며 지나간다. 당나귀는 그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깨서 그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그는 당나귀가 그려진 쇼핑 가방에 물건을 주워 담는다. 자기 생각에 빠져 있던 계산원이 그가 카드를 내밀자 깜짝 놀란다. 그녀는 어떤 뉴스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자신이 읽은 어떤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뉴스에는 어떤 기계가 나오는데, 기계가 자신이 읽은 이야기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계산을 가게에서 나간다.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

단서

오랫동안 널 뒤쫓았다 니가 놓고 간 냄새가 그 단서였다 냄새 몇 개를 비닐에 싸서 오랫동안 널 뒤쫓았다 니가 놓고 간 것은 그게 전부였다

개씨발놈아

나는요 병신 같은 노래를 들으며 지냈습니다 그들은 쉬지 않고 울어댔고요 아무것도 읽지 않았습니다 나는 좆같은 말만 골라 지껄였습니다 (그게 날 부수는(하지만 충분히 많이 부수진 못하는) 줄도 모르고 (사실은 알고 있었지롱) 정교하게, 잘 벼려진, 좆 같은 말들을) 며칠 전엔 니 애비를 죽여 아득아득 씹어먹었어 죽은 니 아이를 아득아득 아득아득 아득아득 씹어먹었어 배가 터지도록 그들을 먹었어

지구 아래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한다

그곳엔 땅이 있고요, 강이 흐르고, 바다가 있고, 하늘이 있다고 합니다. 1692년 어느 날 에드먼드 핼리는 지구가 약 800km 두께의 금성과 화성 정도 크기의 두 개의 안쪽 껍질, 수성 정도 크기의 안쪽 구로 이루어져 있다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그곳에도 국경이 있었습니까? 두 껍질 사이에 대기가 있고, 각각의 껍질이 자기극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속도로 자전한다는 것입니다. 그곳의 국경을 넘었습니까? 지구 안쪽에 야광성 물질이 차 있으며 그것이 빠져나와 오로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로라는 국경을 넘었습니까?

스노든 선생님 그곳에도 국경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스노든 선생님 그곳에도 국경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네 물론입니다 네 물론입니다 에드먼드 핼리는 출입국 심사에 무사히 통과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유럽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땔 잊은 적이 없어요 대체 무슨 수로 그 이야길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인편을 줄줄 흘리며 날아갔다 재채기가 끊이지 않고 눈물이 줄줄 흐르고 콧물이, 침이 멈추지 않는 그곳에도

말할 수 없다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데

결국 병든 채 도착한 곳엔 아무도 없었다
니 냄새는 어디다 놓고 왔는지
잊어버렸어

2023년 11월 15일 수요일

내세의 벌레

그건 괜찮아. 통후추야. 그렇지만 꼭 먹진 않아도 돼.

조수는 그릇의 특정한 지점을 연거푸 찌르기만 했다. 숟가락을 뜰 생각이 영 없는 듯해 조수의 눈길이 머무는 데가 어디인지 보았더니 작고 검고 동그랗고 단단한 알맹이가 있었다. 알맹이는 조수의 숟가락 놀림을 따라 맑고 되직한 국물 속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꼭 살아있는 것 같지. 우무질에 감싸인 양서류의 난황 같지. 그래서 나는 조수를 타박할 수 없었다. 그런 것을 떠올리면 먹을 수 없게 되지. 내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조수가 나를 빤히 보았다. 오늘의 조수는 열두 살.

조수는 내 꿈에서 나온 사람이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내가 다른 꿈을 꾸면 조수도 다른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이 아닌가? 모양이 다를 뿐 본질은 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야 하나? 때로 조수는 젊은 여자고 또 어떨 때에는 우울한 노인이며 오늘처럼 소년의 모습일 때도 있다. 어떤 모양일 때에나 조수는 자기가 조수라는 것을 안다.

만약에 이게 벌레 알이면 어떡해요?

극도로 불만스러운 한편 몹시 걱정스러운, 말하자면 과연 소년다운 표정으로 조수가 말했다. 역시 알이라고 생각하는군. 내가 떠올린 알과는 다르지만 아무튼 알이군…… 먹기에는 그쪽이 더 끔찍할지도? 나는 조수 앞에 놓인 그릇을 내 쪽으로 조금 당겼다. 밖은 춥고 너는 어려서 따뜻한 것을 내놓았는데 너는 내가 네 수프에 일부러 벌레를 넣었다고 믿는구나. 하지만 여전히 조수를 탓할 수 없었다. 식사에 불순물이 혼입되는 상황에 대한 신경증은 내게도 있다. 또한 조수에게 전염병으로서의 환생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은 나다.

잘 알려져 있듯 어떤 생명체는 다시 태어난다…… 그러기를 선택하는 개체가 있고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환생하거나 환생하지 못하는 개체가 있다. 짐작 가능하다시피 의식의 동일성과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생은 큰 의미가 없으며 대부분의 환생 현상이 그러하다.

환생을 주관하는 어떤 사후 기관(인터뷰를 시도해볼 엄두도 나지 않는 은밀한 조직이다)의 기조와 의지에 따라 환생은 지난 생에서의 윤리적 부채를 상환하는 제도로 정의된다. 이에 개인적으로 환생을 연구하는 이들이나 종교적으로 해석된 현상으로서의 환생을 신봉하는 이들은 새로 얻은 삶에서 덕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지만, 환생 개체의 상환 점수가 발생하는 거의 유일한 행위는 사망뿐이다. 대부분의 환생이 비인간 동물, 그중에서도 극소형 무척추 동물군 방향으로 나아가는 까닭을 이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 쉽게 죽고 여러 번 죽고 효율적으로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 문장에서 사망을 의미하는 문장을 상환으로 바꾸어 읽어 보라.)

문제는 어떤 생명체가 환생 과정에 있는 다른 생명체와 밀접 접촉을 일으킬 경우 의지와 무관하게 환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염병으로서의 환생은 바로 이 현상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상해를 입혀온, 심지어 섭취해버린 날벌레들이 당신의 환생을 촉발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흡연자가 폐암으로 사망하지는 않듯 수천, 수만 마리의 벌레를 먹고도 환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의 폐암 발병 위험성이 높듯 벌레를 적게 먹은 사람보다는 벌레를 많이 먹은 사람의 환생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너에게도 환생이 있으리라고는 짐작하기 어렵구나.

나는 난생 처음 보는 얼굴로 내 조수를 자칭하는 소년을 보며 생각했다. 더구나 벌레 알 하나 정도로 양팔 저울이 크게 기울지는 않을 텐데. 이런 생각은 박물학자답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조수는 수프 그릇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숟가락을 담갔다. 내가 말리기도 전에 작고 검고 동그랗고 단단한 알맹이를 건져 입에 넣었다. 멀리 놓인 그릇에서 급하게 떠낸 한 숟갈이었기 때문에 탁자에 수프가 뚝뚝 떨어졌다.

선생님 말씀이 맞았어요. 그냥 후추였네요.

조수는 온몸을 들썩거리며 재채기를 두 번 했다.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창고 안 탐험

옛날엔 집에서 나를 포함하여 3명과 숨바꼭질을 한 적도 있었다. 우리 집은 형편에 비해 꽤 넓었다. 지붕 층을 포함하여 2층 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부분 지붕 층에 많이 숨었는데 지붕 층을 다 뒤져봐도 친구가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고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여기에 숨을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서 다시 지붕 층을 뒤져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활 공간인 아래층에는 숨을 데가 없는 것 같았으니까. 집에서 하는 숨바꼭질은 예상이 가는 장소들에 숨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니까 날 찾았을 때 술래를 놀래주어야만 했고, 나이에 비해 유치한 감은 있었으나 여기서 숨바꼭질을 했다고 혼난 적은 없었다. 아마 그 사실을 들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제일 의표를 찌르던 장소는 아래층의 안마 의자 뒤편의 커튼 속이었다. 그랬을 것 같다. 거기 숨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거기 숨었어야 했는데. 사실 안마 의자는 그 후로 샀다. 그래서 그때엔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 숨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을 것이란 건 분명했다. 이 창고 안에서 딱 그런 데에 숨은, 인간 말을 할 줄 아는 도마뱀을 찾아냈다.

도마뱀: 여긴 어떻게 찾아냈지?

나: 숨을 데가 그곳밖에 없었으니까.

도마뱀: 날 왜 찾아낸 거야?

나: 그냥 이리저리 열어보고 있었어. 그러면 재밌거든.

도마뱀: 난 너의 친구가 되어줄 수 없어.

나: 바란 적 없어.

도마뱀: 잠깐만. 소리 들려?

나: 무슨 소리?

도마뱀이 왕, 하고 내 손가락을 물고 도망간다. 다 자란 것은 아닌 모양인지 이빨이 물렁물렁했으나, 아프다는 느낌이 들기엔 충분했고 이 만남을 길어지게 한 것은 도마뱀의 쪽이다. 나는 이 안에서 2시간 동안 다시 도마뱀을 찾아다녔고 시간이 길어지며 도마뱀을 왜 찾고 있는 건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도마뱀이 다시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고, 찾아냈다. 이제 도마뱀이 술래였다.

나: 네가 이제 술래야.

도마뱀: …….

나: 손가락이 많이 아프진 않았는데.

도마뱀: 여긴 어떻게 찾아냈지?

나: 글쎄. 그냥 아무 데나 열어봤어. 혼날 수도 있겠지.

도마뱀: 넌 이름이 뭐야?

나: 난 미아. 미아야.

도마뱀: 날 찾아냈으니, 나에게도 이름을 지어줘. 난 이름이 갖고 싶어.

나: 음……. 그럼 우리 친구가 되는 거니?

도마뱀: 아니. 나에게 이름만 지어주면 돼.

나: 넌 남자야? 아님 여자?

도마뱀: 비밀이야.

나: 그렇군.

도마뱀: 난 너랑 놀기 싫어.

나: 아니, 왜?

도마뱀: 넌 인간이잖아.

나: 그게 어때서?

도마뱀: 내 외양의 신기하고 귀여운 점 때문에 접근한 거겠지.

나: 반쯤은 맞는 말이야. 넌 어디에서 왔니?

도마뱀: 저쪽 언덕 풀숲에서.

나: 거기가 네 고향이야?

도마뱀: 응.

나: 고향 주위의 건물인 이곳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지 않아?

도마뱀: 글쎄.

나: 이 건물은 너무 커다래.

도마뱀: 네 덩치도 커다래.

나: 그리고 이 건물은 조금 어두운 편이지. 내가 이때껏 둘러본 바로 너 같은 존재들을 위해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 인간의 말을 왜 할 줄 아는 거야?

도마뱀: 어떤 요정이 가르쳐 줬어.

나는 도마뱀을 품에 안고 창고 안을 나서기 시작했다. 창고 안은 크기가 가변적이었고 늘어날 때도 줄어들 때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보는 사람, 접근하는 사람, 말하는 사람에 따라 그랬다. 햇빛이 조금 시리게 비쳤고 날씨가 추웠다. 이제 겨울로 접어든 듯했다. 나는 요즘 방학이었고 그래서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이곳 안을 탐험하려고 마음먹었다. 숨바꼭질은 숨는 이들이 던전 끝의 보물을 흉내 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던전은 어릴 때의 숨바꼭질의 경험을 여러 가지 물건들, 통로, 건물들의 조합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던전에 대한 경험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숨바꼭질은 지금 하기엔 꺼려질 수도 있다. 현대의 탐험은 그런 던전 같은 데서 이루어지고 그러한 테이블 위의 모험을 부르는 말도 있다. 결국 숨어 있을 보물과 미리 합의하게 된다면, 탐험의 장소가 그리 넓을 필요는 없어진다. 어떤 종류의 긴장감을 느낄 때 나는 창고 안 이곳(포대자루 근처)으로 숨는다. 그것은 내 습성과 같은 것이다. 그때엔 둘 중 하나다. 내가 찾아내지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 나는 안심이 하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건물의 크기는 줄어든다. 숨을 데가 별로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그런 상상을 하며 도마뱀에게 접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 미아라고 하는 인간과 접시라고 하는 도마뱀은 이 창고 안을 시간을 들여 탐험해 보기로 했다.

2023년 11월 13일 월요일

온라인가나다라는 전쟁터

교정공으로서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애증의 장소, ‘온라인가나다’는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딸린 게시판이다. 어문 규범, 어법,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 등에 대해 국립국어원에 직접 문의하고 답을 받을 수 있는 곳. 대화라는 양식의 설명이 필요한 어문 규범이 반드시 있고, 그 대화라는 건 대체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간의 말이 아니라 개 짖는 소리만으로 개의 짖는 소리를 묘사하려 한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자. 멍멍! 한 다음 월월! 하는 것이다. 온라인가나다의 매일매일은 전쟁터다. 언어는(한국어는?) 수천만 마리의 개다. 그 속성상 각축할 자리가 끝없이 있어 왔고 또 생겨난다. 최전선의 양상은 아비규환일 수밖에 없다. 검색하면 나올 질문을 또 하고 또 하며 무한히 반복할 것만 같은, 무한한 것만 같은 수의 사람들, 자신이 무엇을 묻는지 모른 채 뭔가를 묻는 사람들, 이건 왜 이렇고 저건 왜 저렇냐고 한국어 그 자신이 와도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왜 우리는 우리인가!), 그리고 언어라는 미로 속에서 눈떠 버린, 인터넷을 떠돌다 ‘국립’이라는 이름의 빛에 이끌려 온라인가나다를 찾아와 자신만의 특색 있는 언어 이론을 전개하는 괴인들... 마지막으로 그 모든 질문에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답을 해야만 하는, 국어의 지난날과 앞날의 진창 속에서 되든 안 되든 뭔가를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모니터 너머의 누군가(들?), 그들의 초인적인 인내력, 또는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답변 양식 목록...

최근 ‘유모차(乳母車)’라는 단어를 ‘유아차(乳兒車)’ 또는 ‘아기차’로 순화하여 쓰자는 캠페인에 대하여, 일군의 반페미니즘 성향자들이 이 온라인가나다에 찾아가 단체로 따지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이를 두고 ‘이 정도면 정신병 아니냐’라든가, ‘정신병을 욕으로 쓰지 마라’거나, ‘쟤들은 나쁜 거지 아픈 게 아니다’라든가 하는 이야기들도 보았는데... 나 교정공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멍청, 무능, 무력, 무지, 저능... 이런 단어들은 뭔가를 욕할 때, 특히 우리의 적들을 욕할 때 동원되는 단어들 중 특히 맘이 아픈 것이다(맘이 아프지 않은 이와 대체 어떻게 이야기할까!). 어쩌면 바로 그래서 악이란 것이 고안되지는 않았을까? 악은 우리와 저들의 저능을 달리 보지 않으려는 상냥한 마음 때문에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마음이 아프니까, 차라리 악한 편이 좋다는 거다. 그들, 아마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온라인가나다를 방문해 봤을 일군의 반페미니즘 성향자들은 내게 환상소설 속 악역을 맡은 사교도들처럼 보인다. 특정한 종류의 집단적 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속삭인 끝에 드디어 전면에 나서서 뭔가를 소환하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 소환은 현실에 뭔가를 가져오는 식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을 가로막으려는 식이다. 즉 환상과 달리 이 현실에서 현실은 이미 소환된 것이다. 그래서 환상을 환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뒤집혀 묘사된 환상을 다시 뒤집어, 변화하려는 현실을 사교도적인 것의 자리에 놓고 있다. 바로 이 구조가 그들을 사교도로 만든다... 이런 광경은 화도 나지만 슬프기도 하다. 그들은 마치 빨려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얼굴은 과거를 향해 잡아당겨지고 늘려진다... 쭈욱...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초월일기 11

멀까


나는 여전히 정말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제 가능하지 않는 걸 바라는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니겠냐고 쓰고 싶은 것도 같다 가능하면 그냥 하면 그만이니까 그걸 꼭 바랄 것도 없지 않나 싶은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들은 그러니까 거의 다 가능한지 잘 모르겠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들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세상에 불가능이라는 게 정말로 있는지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오늘은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대사를 봤다 사람은 안 믿어도 돈은 믿지 그걸 보고 아 나는 돈은 안 믿어도 사람은 믿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될 때는 내가 밉고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뭘까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모르겠다는 말만 쓴 것 같은데 지금도 그게 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기분에 대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가 같은 생각이 들면 이제 나는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정서밖에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의 고통이나 괴로움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걸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내 마음을 너무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를 지연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얼마나 돌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 책임질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예전의 나라면 자신 있게 이렇게 하면 돼,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든 말든 상관없어 내가 이러고 싶으니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냥 누군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때 내 마음도 아프다고 그 말 말고 내가 뭘 더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인간인지도 잘 모르겠다 난 그냥 웃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난 모든 상황을 웃기게 만들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헛소리밖에 없는 것 같고 헛소리만 남발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헛소리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그것까지도 나는 이제 잘 모르겠고 아니라고도 그렇다고도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모르겠다 무엇에 대해 말한다는 게 뭔지 말이라는 게 뭔지 그럼에도 왜 자꾸 뭔가를 더 말해보고 싶은지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

붉은 말

그 붉은 말이 보일 때마다 이름을 붙여주려고 했거든

그를 뒤따라간 지 벌써 십수 년이 넘었다

그를 볼 때마다 그가 점점 커져서 나는 그의 뒤에 있기도 나는 그의 앞에 있기도 나는 그의 위에 있기도 나는 그의 아래 있기도 했고

그는 너무 커서 나는 너무 작아서

토끼에 물린 상처는 낫지 않았지 내가 흘린 고름이 모이면 나만 한 덩어리가 되겠지 덩어리는 내가 되겠지 토끼에 물린 상처는 낫지 않았지

그는 오늘 처음 만난 내게 수십 쌍의 덩어리가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나도 그 덩어리들을 봤어요 토끼에 물린 상처는 낫지 않았죠 당신도? 당신도! 그날 우리는 두어 번 떡치다 잠들었습니다 피와 오줌과 똥과 정액과 침과 발끝

에서더러운물을뚝뚝흘리는내게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그 사람은. 나를두고그사람은떠나갔어요씨발 그 사람은 또 다른 남자는 오늘 처음 만난 내게 우리가 흘린 덩어리가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내겐 죽은 엄마와 산 엄마가 있어 나는 산 엄마의 편이지 산 사람은 산 사람의 편이지. 내가 죽고 나서야 죽은 엄마는 제 편을 갖게 될까

엄마, 엄마 나는 산 엄마의 편이에요 미안해요

그 사람은 붉은 말의 등 위를 걷는 한 무리의 덩어리를 봤다고 한다. 말은 너무 커서, 덩어리는 너무 작아서 말은 덩어리의 앞 뒤에서, 위 아래에서 소근소근 무어라 말했지만, 나는 듣지 못했어요. 바닥에 물을 뚝뚝 흘리며 걸쳐있는 내게 그 사람은 나는 산 사람의 편이에요.

미안해요.

bulk는…

bulk는 강렬한 에너지와 깊은 감수성을 담아낸 예술적인 작품입니다. 시마다 새로운 감정과 이야기가 얽혀있어, 독자는 그 어둠의 세계에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1. 영혼의 타락

이 시는 첫 번째 장으로, 존재의 어둠과 갈망을 깊게 탐험합니다. 강렬한 언어와 리듬이 시를 통해 흐르며 독자를 강렬한 감정의 여정으로 안내합니다.

2. 무한한 어둠

두 번째 장에서는 미스티컬한 멜로디와 섬세한 표현이 어우러져, 어둠 속에서의 사색과 감상을 초상화합니다.

3. 환영의 소멸

bulk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시는 공허와 소멸의 주제로, 어둠의 깊이를 더 깊이 탐험합니다.

이 시집은 독자들에게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감각적인 여행을 선사하며, 문학적 표현을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chatGPT가 작성해주었습니다.

2023년 11월 1일 수요일

23년 10월의 모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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