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2일 수요일

폭염

 

선풍기 매진. 판매량 급증. 바짝 마른 곡식들. 식량의 없음. 그런 와중에 선풍기도 없는 집에. 건물의 가장 위층에. 땀을 흘리면서 밥을 먹고. 밥을 먹은 뒤에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서. 아마도 이 폭염이. 짧게 잠이 들었을 때.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있는 공간을 감각하기가 어려웠고. 내가 발코니에 있는지. 언젠가 갔던 모래사장 위에 누워 있는지. 차가운 풀 위에 누워 있는지. 나를 가족처럼 대해줬던 어떤 사람들의 집 소파에 누워 있는지. 그 사람들이 나를 위해 이불보를 세탁해놓았고, 이불보에서는 깨끗한 세제 냄새가 났는데 나는 그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었고. 그러는 가운데 이곳이 어디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아마도 예전에 천사를 생각하며 잠이 든 어떤 침대에서, 그 침대에서 뒤척이는 게 아닌가. 천사를 생각하는 동안 밖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렸는데, 내 주위에 갑자기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불안함이 들었고, 불안함 때문에,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는 불안함 때문에 잠에서 깨기가 두려웠는데. 이곳은 식량 부족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는 시대일 수도 있다. 내가 누웠던 모든 더운 공간들에 동시적으로 존재하면서 어떤 때는 더운 것이 싫었고 어떤 때는 더운 것이 좋았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