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롯테: 이곳은 어두워. 비밀을 간직한 곳이군. 주위를 보면 나무들, 넝쿨들이 서로 얽혀 있어. 난 잠자야 하는데. 이곳은 너무 어두워서 걱정이 돼. 잠들면 다시 못 일어나는 게 아닐까?
까마귀 나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걸. 왜냐하면 너는 지금도 까만 네 날개로써 눈 앞을 가리고 있잖아. 시간이 밤이거나, 이곳이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라서 어두운 게 아냐. 너는 스스로 네 밝은 세상을 가려버린 다음 날개를 치우는 것을 깜빡했을 뿐이지.
까마귀 믄지에: 졸려워. 그리고 외롭다.
에피: 이봐들, 내가 보여?
까마귀 롯테: 넌 인간인가?
에피: 그래. 내가 보이는가 보구나.
까마귀 롯테: 저 말을 듣고 내 날개를 치웠어도 어둡군. 세계가 잘 보이지 않아. 단지 목소리가 나는 위치로 짐작했을 뿐. 보통 목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물들은 별로 없거든. 인간을 제외한다면. 두 발로 선.
까마귀 나니: 인간, 안녕. 넌 특이하게 생겼구나.
에피: 너희들은 숲에 가려져서 지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아.
까마귀 믄지에: 소란이군. 아무나 나와 친구가 되어줄래?
에피: 너희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
까마귀 롯테: 우리가 왜 까마귀인지 물어보려는 거야?
까마귀 나니: 까마귀가 왜 우리들 뿐인지를 의아해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까마귀 믄지에: 난 예전에 알들을 낳았어. 그리곤 쏜살 같이 다른 데로 날아가버렸어.
에피: 궁금한 것이 있어. 마법이 뭐라고 생각해?
까마귀 롯테: 마법?
에피: 응. 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하고, 우리네 아이들 정도로 똑똑하다고 하는 너희들에게 물어보는 거야. 어릴 때에만 비로소 알 수 있는 사실들이 있거든. 마법이 그 쪽에 있을지도 모르지.
까마귀 나니: 대답해주지. 전에 생각해본 적이 있었으니까. 마법이란 건, 우리들 까마귀 시점으로 보면 반짝이는 물건의 반짝임과 비슷한 거야. 거기서 순서는 올바르게 짜여져 있지. 우리들은 반짝이는 물건을 수집하고, 너희 인간들은 물건의 반짝임을 좇는다고 할 수 있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에피: 잘 모르겠어. 어려워.
까마귀 나니: 숙모라고 할까? 숙모가 숙모가 되기 전에는 어떤 존재였을까? 너 같은 조카가 있기 전에는. 그냥 소녀였을 거야. 눈이 반짝이는. 그런 것과 비슷해.
에피: 이름은 그대로고, 그 때의 직함만이 바뀐다는 건가?
까마귀 나니: 그렇지. 언제나 그대로인 것은 물건의 모양이나 물건의 성질이 아니야. 너와 그 물건 사이에 오간 라포가 진짜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지.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인연, 혹은 인과라고 할 만하지. 누굴 중심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속일까? 혹은 어떻게 감쪽 같이 그것이 있던 자리에 무언가를 갖다 놓을까? 하는 문제야. 마법은.
까마귀 믄지에: 칠흑 같이 어두운 여기선, 유망한 마법사들도 헤엄치는 걸 마음대로 하지 못해. 수족관에 갇힌 상어처럼. 난 그 사실이 어쩐지 혹은 지독히도 슬퍼.
에피: 잘 모르겠군.
까마귀 롯테: 그런데 우리에게 마법은 왜 물어보는 거지?
에피: 잘 모르거든.
까마귀 롯테: 넌 네 자신에 대한 소개를 아직 하지 않았어.
에피: 그렇담 왜 질문에 답을 해준 거지?
까마귀 롯테: 네 소개를 들으려고.
까마귀 나니: 난 저런 식의 질문이 좋아. 평소에 생각이 많거든.
에피: 마법, 마법……. 난 그걸 봐왔어. 어릴 때부터. 어릴 때의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좀 달라졌지만. 그러고서 난 나이를 꽤 많이 먹었지. 난 그런 사람이야.
까마귀 나니: 왜 마법에 대해서 궁금한 거지?
에피: 대부분의 것들이 마법 같아서 말야.
까마귀 나니: 용도가 있는 마법이로군.
에피: 어떤 데에서는, 현대 기술로 이룰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을 마법이라고 하고, 그 외의 다른 것들은 마술이라고 했어.
까마귀 나니: 그것은 우리가 먹이를 잡아채는 일과 비슷한 것 같아. 먹이들은 죽으면 다시 저 모습 그대로 태어나거든.
까마귀 믄지에: 우리들의 몰이해로군. 우리들……, 나한테도 친구가 있었을지도. 그럼 내가 잊어버린 건가?
에피: 또 다른 어떤 데에서는, 게임 얘기를 했어. 게임에 나오는 점프가 마법이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인상 깊은 말이었어.
까마귀 나니: 너 자신이 마법사가 된다면 무슨 마법을 쓰고 싶어?
에피: 하늘을 나는 마법.
까마귀 나니: 그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에피: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거야. 과학 기술이나 너희처럼 날개로 만들어진 기관으로 나는 것 이외의 활공을, 나는 오래도록 동경했었어.
까마귀 나니: 동경해왔다고? 넌 오랜 염원이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마법을 조사하려는 건가?
에피: 마법이 숨쉬듯이 할 수 있는 일이라야만 한다는 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조금 어려운 정도, 어느 정도 신경 쓸 수 있는 것들을 신경 쓰면서 한다면, 즉 연습을 한다면, 인간도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까마귀 나니: 그건 불가능해.
에피: 어째서지?
까마귀 나니: 그건 마법이 다루는 영역이거든. 마법은 피상적인 불가능을 구체적인 가능으로 바꾸는 힘이야. 넌 그런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고.
에피: 너희들은 마법을 쓸 줄 알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까마귀 나니: 환상, 이야. 마법은.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처럼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리고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꾸며내는 게 마법이야. 그걸 우리들은 환상이라고 불러.
에피: 없었던 일로 만든다……. 있었던 일로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을지도.
까마귀 나니: 우리 사이에 오간 대화도 없었던 것이라고 할 수는 없어. 그게 네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라도.
에피: 대포알을 쏘는 마법보다는 조금 낭만적이군.
까마귀 나니: 그런데 이곳은 어디지?
에피: 네 마법 속일지도.
까마귀 믄지에: 그게 비밀이었어. 너희들이, 나한테 숨기는.
까마귀 롯테: 난 자야겠어.
까마귀 나니: 이곳은 어디지?
에피: 혹은 내 마법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