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는 서울시 은평구 봉산의 대벌레 무리 일원으로 위장해볼 생각이다. 직박구리나 인간을 속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햇볕에 널어 온몸이 두루 갈색이 될 때까지 최대한 바싹 말린다. 안감에 체취를 흡수하는 활성 목탄을 댄 옷을 입고 모든 이음매에는 덕테이프를 붙이는 게 좋다. 좀 더 효과적인 위장을 위해서는 옷 안에 열어놓은 암모니아 캡슐을 붙이는 게 상책이다. 이것도 저것도 귀찮다면 소나무 기름과 여우 오줌을 몸에 바를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 냄새를 완전히 가리는 데 성공했다면 주변 환경에 맞는 색깔의 스프레이를 골라 몸에 골고루 뿌린다. 단 무미무취한 제품이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작은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붙여 위장한다. 몸통과 팔, 다리를 최대한 길게 뻗어 대나무 비슷한 것처럼 군다. 그러면서 자신이 도처에 창궐하는 대벌레라고 생각한다.
참고:『감각의 박물학』(다이앤 애커먼)에서 이 방법을 알려주었다. 저자는 ≪필드앤드스트림≫이란 잡지에서 알게 된 방법이라고 했다.